▲ 이색 대결로 문을 연 신사들과 숙녀들의 16번째 시즌 개막전에서 남편 박병규 9단이 아내 김은선 6단에게 승리했다.
제16기 지지옥션배 연승대항전 제1국
박병규, 부부 개막전에서 김은선 꺾어
'반상 성대결'의 지평을 연 신사들과 숙녀들의 승부가 16번째 무대로 이어졌다. 새 시즌의 시작은 색달라서 흥미로웠다.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 마주앉은 양팀의 선봉 주자는 박병규 9단과 김은선 6단. 2011년에 웨딩마치를 울렸던 7살 차이 나는 12년차 부부이다. 지지옥션배 최초로 함께 예선전을 통과하는 진기록을 낳았고, 양팀이 의기투합해 개막전 오더에 부부를 출격시켰다.
"주위에서 너무 많은 분들이 부부 개막전을 부추겼다." (남편)
"두고 싶지는 않았으나 바둑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내)
▲ 2011년에 국내 세 번째 부부기사로 화촉을 밝혔다.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으며, 현재 함께 바둑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기사 간의 통산 네 번째 대결. 결혼 전에 두 차례 벌였고 결혼 후에 두 번째 대결이다. 하지만 부부가 되고 나서는 이번이 사실상 첫 대국으로 치러졌다.
박병규ㆍ김은선 부부는 2012년 7월 농심신라면배 예선 대결을 성사시킨 바 있지만 대국은 하지 않았다. 당시 박병규 8단이 1회전을 승리한 직후 2회전을 두겠다고 통보했는데 김은선 4단이 바로 기권한 것.
▲ 어색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마스크를 써야 하나?" (아내)
"얼굴 보지 마, 전의가 타오르지 않잖아." (남편)
개시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동안 웃음을 참지 못하던 부부는 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관심을 모은 개막전은 박병규 9단이 1시간 45분, 120수 만에 불계승했다. 초반 우상에서 비롯된 접전에서 김은선 6단이 크게 당하는 바람에 때이르게 형세가 기울었다. 상대전적은 4전 전승으로 달아났다.
▲ 남편 박병규 9단.
"생각했던 것보다 남편이 훨씬 잘 두었다. 모든 돌을 다 끊어 와서 엄청 당황했다." (아내)
"치열하게 두려고 했다. 원래 스타일이 잘 끊고 잘 버린다. 승부는 승부니까 미안하지는 않는데 너무 세게 두어서 아내가 조금 당황하지 않았나 싶다." (남편)
지지옥션배는 최종 승리팀이 1억2000만원의 상금을 독식하는 대회(진 팀은 한푼도 없다). 적으로 만난 부부는 사실 팀 승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느 팀이 이기든 지든 동일한 상금이 '한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 다만 팀의 입장에서는 오더 보안에 신경 쓸 일이 생겼다.
▲ 아내 김은선 6단.
한편 국내 프로기사 부부는 2004년에 '1호'로 탄생한 김영삼ㆍ현미진으로부터 지난해 11월 혼인신고를 한 박창명ㆍ조혜연까지 열 쌍에 이르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나서의 맞대결은 아주 드물다(표 참조).
중국 출신의 장주주ㆍ루이나이웨이 부부는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면서 2002~2003년에 걸쳐 제4기 맥심커피배 결승전을 벌이기도 했고(장주주가 2-0으로 우승), 2009년에는 제3기 지지옥션배에서 대결하기도 했다(시드로 출전한 루이나이웨이가 불계승).
12대12 연승대항전으로 겨루는 제16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은 14일 저녁에 1승을 거둔 박병규 9단과 숙녀팀이 2번주자로 발표한 이슬주 초단의 둘째 판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사제 대결이다.
▲ 김은선 6단은 여자리그 등으로 흔한 스튜디오 대국이지만 박병규 9단에게는 거의 8년 만이다.
▲ 지지옥션배 데뷔전에서 열심히 두었다.
▲ 이번이 6번째 숙녀팀 대표. 1기와 11기에 4연승씩 거두는 등 통산 8승5패의 성적.
▲ 어느 팀이 이기든지 부부는 이미 우승을 차지한 기분이다. 상금은 집안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