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 외 1편
강미영
작은 종들이 매달려 있다 겨울과 봄 사이 언어의 노래가 들린다 울리지 않는 노란 종소리에 발걸음 멈춘다 작설(雀舌)노란 입술이 은유로 조잘거린다
차가운 비유나 상징도 봄 햇살 내리는 곳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당신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심장에서 노란 피가 펌프질로 길로 내고 있다 걸을수록 스치는 것들 사이로 작은 종들이 겨울을 찢고 있다 봄, 저곳으로
*봄을 알리는 우리 꽃나무. 노란 꽃이 피고 떨어지면 잎이 돋는다.
화계사 흰 머리카락이 늘어갈수록
오래된 삼양탕 근처를 돈다
동네를 따라 걷는다 풍경이 하나씩
공간 사이에 머문다 그 끝에는 화계사*가 있다
흰 머리카락 하나씩 늘어갈수록
모서리 둥글어지도록 감정을 사포질 한다
누군가는 모과향이 풍기는 사람으로 굳어가며
둥글어지지 말라고 말을 건넨다
둥글어지는 것이 열정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검은 머리카락이 뽑혀지고 있는 것이라고
둥글어지는 것은 서글퍼지는 것
밑줄을 긋고
화계사를 돈다 끝이 시작이라고
둥글어지는 것이 좋아 언어를 굴리기도
자전거를 타고 뚝 방 길을 돌고 돌기도 했는데
페이지가 바스락 거린다 문장은 간결해야 한다고
키가 같아진다고 그래야 서 있을 수 있다고 내리치고 내리쳤는데
입술이 얼얼해지도록 토하고 나면
감정은 메말라지고 다시 흰 머리카락 하나씩 생겨나고
다짐은 꼭 위에서 아프게 한다
보편적인 것이 가장 힘들고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고
웃는 것이 가장 이질적이고
흰 머리카락이 하나씩 늘어 갈수록
자유롭지 못하고 대화는 점점 시들어지고
밖과 안으로 이어지는 끝에 화계사가 있다
*수유동에 있는 사찰이며 조계사 총본산의 말사임.
강미영
서울 출생, 2004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Y는 느티나무 브로콜리 마음과 당신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