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PC의 부진으로 침체된 PC 시장에 올인원 및 초소형 미니 PC가 틈새시장을 형성하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이뤄졌다면, 올해는 PC만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이들 제품군들이 안정화를 꾀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가족 구성원들이 두루 사용하는 PC가 거실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올인원 PC가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올인원 PC는 본체와 모니터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복잡한 선이 없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갖추고 있다. 주로 1인 가정에서 TV와 PC의 용도를 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LG전자의 올인원 PC ‘23V540-KH50K’(사진= LG전자)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인원 PC는 2012년까지만 해도 데스크톱 PC 전체의 10%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25%로, 올해 초에는 35%까지 비중이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량도 2012년 대비 95% 증가했으며, 매달 5~10%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 다수의 중소 PC 제조사들도 속속 올인원 P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두환 롯데하이마트 PC팀 팀장은 “최근 PC 구입 시 휴대성과 이동이 간편한 제품을 우선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더욱 가벼우면서도 여러 기능이 합쳐진 형태의 PC 제품이 트렌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초소형 미니 PC도 세를 확장하고 있다. 아직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반응이 뜨겁지 않지만 사무실, 교육용 등 기업용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텔 총판을 비롯해 TG삼보컴퓨터가 미니 PC를 선보이고 있으며 기가바이트, MSI, 조텍, 에즈윈 등도 다양한 가격대의 미니 PC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TG삼보컴퓨터의 미니 PC ‘DM 122’(사진= TG삼보컴퓨터)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는 PC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 구입하면 5년 넘게 사용 가능한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PC는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특정한 용도가 아닌 이상 PC도 충분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프로세서 미세공정의 발전으로 성능에 큰 양보없이 저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점도 PC가 거실로 나오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올인원 PC와 미니 PC는 전기료 부담 없는 낮은 대기전력으로 매번 켜고 끄는 과정없이 항시 켜두고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면서도, 고화질 HD 영상을 재생하는데도 무리없는 성능을 제공한다.
물론 여전히 같은 가격이라면 데스크톱 PC가 더 월등한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용도가 다르듯 올인원 PC와 미니 PC도 단순히 가격 대비 성능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두 제품 모두 공간 활용은 물론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감상을 위한 거실용 HTPC로 활용도가 높다.
TG삼보 관계자는 “기존 데스크톱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제한된 공간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 효율성과 트렌드에 맞춘 디자인으로 최근 미니 PC에 대한 시장 반응이 호의적인 편”이라며 “꼭 필요한 기능만 담은 제품,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미니 PC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PC에 주로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가 향상된 성능과 저전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거실로 나온 컴퓨터 ‘올인원 PC’도 그 중 하나다.
올인원 PC의 경우 기본적으로 높은 성능보다는 공간을 덜 차지하거나 저전력 시스템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로 기본적인 성능을 뒷받침하면서도, 저전력을 달성한 프로세서들이 양산되면서 올인원 PC의 선택폭이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 애플이 엔트리급 라인업으로 새로이 선보인 아이맥 신제품이 좋은 예다. 애플 아이맥은 특유의 디자인과 사용성으로 고가의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애플은 보급형 신제품 아이맥에 기존의 데스크톱용 프로세서가 아닌, 자사의 맥북 에어와 같은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해 가격을 대폭 낮추는 전략을 취했다.
▲애플 아이맥(사진= 애플스토어)
지난 수년간 노트북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됐음을 고려하면, 모바일 프로세서라고 해서 성능에 크게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웹서핑이나 문서작업 등 일반적인 수준의 작업은 물론, 지나치게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게임도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낮은 발열과 소비전력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만큼, 기업에서 사무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올인원 PC에 모바일 프로세서를 적용하는 시도는 애플 이전에도 많이 있어 왔으나,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인텔과 AMD가 모바일 트렌드에 부합하는 프로세서 로드맵을 경쟁력으로 확대하면서 성능이 일취월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노트북 및 태블릿 PC용 프로세서 디자인의 범위 내에 올인원 PC도 빼놓지 않고 포함시키고 있다.
인텔의 모바일 라인업 베이트레일 중 노트북용으로 분류되는 베이트레일-M의 경우 크롬북에 전략적으로 채택되면서 미니 PC 및 올인원 PC용으로도 적극 채택되고 있다. 베이트레일-M은 인텔이 낮은 가격의 보급형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라인업이다. 물론 더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들을 위해서는 상위 라인업인 인텔 코어 i 프로세서가 적용되기도 한다.
나아가 인텔은 베이트레일-M의 후속 세대인 ‘브라스웰(Braswell)’을 내년에 선보인다는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데스크톱용 4세대 하스웰의 후속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브로드웰의 엔트리레벨로 분류되는 브라스웰은 더욱 미세화된 공정을 기반으로 저전력 특성이 강화돼 미니 PC 또는 올인원 PC 시장을 주도할 예정이다.
▲인텔 브라스웰 로드맵(자료= 인텔, 테크파워업)
AMD는 자사의 최신 A시리즈 APU ‘카베리(Kaveri)’ 제품군을 데스크톱과 모바일 라인업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세분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제품군은 데스크톱용 아키텍처를 계승하는 퍼포먼스 모바일 APU를 비롯해 메인스트림 및 저전력 모바일 APU로 OEM 제조사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특히 AMD가 최근 개최된 컴퓨텍스 2014에서 새로이 발표한 커머셜 라인업 AMD 프로 A 시리즈는 HP의 기업용 노트북 엘리트북과 올인원 PC 엘리트원, 데스크톱 PC 엘리트데스크 등에 탑재돼 선보인 바 있다. 모바일 APU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폼팩터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고성능을 지향하는 추세가 강하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능만 담보한다면 저전력·저발열 측면이 올인원 PC의 강점으로 부각될 만하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보다 폭넓은 사양과 가격대의 올인원 PC를 시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