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관객의 몰입을 차단하는 '거리두기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예술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고 말합니다.
오늘 민희진은 뉴진스의 신곡을 통해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생소한 '의도적 거리두기'를 시도합니다.
일단 음악.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미국에는 여성 R&B 그룹이 유행했었죠. XSCAPE, TLC를 위시로 3LW, BLAQUE 까지. 뉴진스의 신곡 'OMG'는 딱 이 시기 정통 뉴질스윙 R&B입니다. 솔직히, 아이돌 노래로서 대중적이지 않습니다. 하입보이, 어텐션, ditto 만큼 챠트를 점령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민희진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근데 그게 의도된 것 같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연속 히트에 고무된 기획사는 보통 이렇습니다. 기존의 성공방식을 이어 더 대중적인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버라이어티 예능에 나가서 친밀도도 높이고, 노골적인 팬송으로 덕심도 묶어두려 하죠. 그렇게 이미지는 소비되고 노래는 금방 식상해지죠. 민희진의 뉴진스는 이 것을 거부합니다.
뮤직비디오 초반에 '나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당신이 부르면 달려가고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고 당신을 위해 노래할 거예요'라는 하니의 대사는 지극히 당연했던 아이돌과 팬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뒤집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부끄러워 졌어요. 제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Ditto와 OMG 뮤비를 통해 민희진은 팬과 아이돌 관계가 과연 맹목적이어야 할까란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관계란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동반합니다. 최애에서 억까가 되고, 사생이 되는 집착을 낳습니다. 어린 나이에 대중에게 발가벗겨졌던 설리의 죽음 때문일까요. 그래서 민희진은 마치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원하는 듯 합니다. 아이돌은 꿈을 꾸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뮤비에서 '꿈에서 깨워주지 마~' 라는 어텐션 가사 후에 '이제 그만!' 을 외칩니다.
'3연속 신드롬'의 유혹에서 '의도적 거리두기'라는 줏대를 보여준 민희진의 기획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첫댓글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좋은 분석 글 잘 읽었습니다.
와아~ 진짜 이런 의미가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민희진씨가 뉴진스에 보이는 애정을 보며 반대로 설리 일이 있었을때 얼마나 참담했었을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본문을 보니 또 여러 생각이 드네요..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뉴진스 싱글들과 달리 뮤비가 노래를 지배해서 멜로디나 훅이 생각이 잘 안나요. ditto 만큼 성과가 날까요?
프로듀서의 의도라면 성공이네요ㅎ
좋은 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기획의도와 컴백 당일 침착맨 방송 출현이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기획력이지만, 폭발하는 4세대 걸그룹 시장에서 저러한 중장기적 포석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사견으로는 2번째 싱글인데 벌써? 라는 생각이 드는 무브이기는 합니다. 이번 타이틀을 250곡으로 방점을 찍었다면, 4세대 원탑은 무조건 확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디토, OMG 뮤비는 너무 아티스트 분위기를 내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멤버들이 벌써부터 개인적인 음악, 퍼포먼스에 대한 욕심을 낼 시기는 아니기에 기획자의 의도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뉴진스 컨셉과 멤버들의 매력보다는 기획력을 더 돋보이게 하려는거 같아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런 우려를 이미 알고있는지 뮤비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장면도 넣었더군요.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충분히 드는 글이네요. 또 공감이 가는 의도기도 합니다.
SM의 중흥기를 이끌었고, 설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민희진씨 상황을 생각하니, 와닿는 부분이 많은 좋은 분석이네요. 글솜씨도 너무 좋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