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fiatlux.egloos.com/4624072
막 8개월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 신사분이 병원에 내원했다. 여행에서 돌아오기 직전부터 발이 막 아프기 시작한 참이었다. 신경섬유종증(피부와 중추신경계의 특징정인 이상을 동반하는 신경피부 증후군)을 앓았던 기록이 있긴 했지만, 발의 통증은 그와 무관해 보였다. 다른 임상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으며 발의 통증을 빼면 별 다른 이상도 없었다. 다만 발에 별것 아니어 보이는 0.5mm 가량의 작은 병변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작은 병변이 걷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을 수반했을까?
국부마취 후 병변을 절개해 샘플을 채취하여 들여다보자 대체 어떤 녀석이 이 신사분의 발에 몹쓸 짓을 해놓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모래벼룩(Tunga penetrans)의 짓이었다. 내원하기 약 4주전 브라질에서 잠시 자연과 하나됨을 만끽하시며 즐겼던 맨발의 산책이 그렇지 좋지 못한 결과로 끝맺고 만것이다.
모래벼룩은 굉장히 독특한 생물이다. 비단 온혈동물의 발에 파고 들어가 알을 낳는 독특한 생활사 이외에도 독특한 부분들이 많다. 모래벼룩이 처음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선원 중 한명이 벼룩에 감염되면서였다. 또 모래벼룩은 서부 인도와 남아메리카에서 특히 자주 발견되는데, 신세계에서 구세계로 퍼져나간 몇 안되는 기생충 중 하나다. 19세기 브라질에서 아프리카의 앙고라로 출발한 영국 선박들은 밸러스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래를 실었는데, 이 안에 벼룩들이 함께 히치하이킹을 한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퍼져나가 지금은 인도에서도 감염례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는데, 해외여행 증가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점점 따뜻해 지다 보면 유럽이나 다른 온대지역에서도 모래벼룩 감염이 토착화 될지 모를 일이다.
이 뿐만 아니라 모래벼룩의 생활사 역시 굉장히 독특하다. 암컷 모래벼룩은 산란기가 되면 흙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인간부터 소나 쥐까지 따뜻한 피를 지닌 동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발바닥을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는 피부조직 깊숙히 파고들어가 모세혈관에서 직접 피를 흡혈하며 알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모래벼룩은 1mm 내외로 가장 작은 벼룩에 속하는데, 숙주의 피부조직 안에 파고들어가 알을 잔뜩 품은 암컷은 둘레 약 1cm까지 자라나(부피로 따지면 1000-3000배) 가장 거대한 벼룩이 된다. 머리는 혈관쪽에 박아넣고 배 끝은 피부에 내어놓은 구멍을 통해 산소 공급 기능을 수행하다 약 1-3주 정도가 지나면 수명을 다해 어미 벼룩이 죽게 된다. 이렇게 죽은 벼룩의 배에서 100여개 이상의 알들이 깨어 나오게 되고 다시금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배가 잔뜩 부른 어미 벼룩. 벼룩처럼 보이는 부분은 머리 뿐이고, 아래 흰 부분은 전부 알이 가득차 있는 배다.
모래벼룩은 점프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어서 보통 발이나 발가락, 발등 정도만을 공략하는 편이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부위라고 해서 입맛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손이나 목, 성기에 감염된 예도 보고된 것을 보면 어디를 파고들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마리의 벼룩에 감염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래벼룩이 특히 많거나 지속적으로 맨발로 걸어다니는 저소득 지역에서는 100여마리 이상의 벼룩에 감염되는 예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렇게 감염이 심해지면 벼룩 자체로 인한 손상 이외에도 다른 감염원에 노출되어 이차감염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발톱이 빠지는건 물론이고 궤양이 생기기 시작하고 심해지면 발가락 관절에 기형이 생기거나 괴사해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또 괴사한 상처 부위를 통해 파상풍 감염이 위험도 있으니 벼룩 몇마리 기생하기 시작했다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닌 셈이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모래벼룩을 외과적 방법으로 통채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벼룩이 피를 잔뜩 먹어 알로 탱글탱글 해지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보통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감염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다 눈으로 보이는 증상 없이 진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거할 때는 바늘을 이용해 벼룩의 배 끝이 나와있는 구멍을 충분히 넓혀 벼룩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만약 구멍이 충분히 넓지 않아 벼룩이 빠져나오다 끊어지거나 찢어져 일부가 안에 남는 경우에는 심한 염증반응을 불러올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물을 이용한 치료법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 ivermectin 연고를 이용해 어느정도 효과를 보았다는 결과도 있고, 외과적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에 메니큐어 같은 것을 발라 벼룩의 호흡을 방해하는 방법을 통해 죽일 수는 있지만 결국 체내에 벼룩이 남아 이차감염의 위험을 초래하므로 그렇게 권장되는 방법은 아니다. 때문에 예방이 특히 중요한데 발을 잘 감싸는 신발과 양말을 신는것 만으로도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DEET 같은 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감염 위험 지역에 갈 때는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Reference:
1. Hakeem MJML, et al., Tungiasis e A cause of painful feet in a tropical traveller, Travel Medicine and Infectious Disease (2009), doi:10.1016/j.tmaid.2009.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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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ㅠㅠㅠ
첫댓글 허..................정독했어.....모래사장 맘대로 걷지도 못 하겠어 ㅠㅠㅠ
지구온난화.....하 미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헉...우리나라엔 없겟지 ㅠㅠ???????????
바닷가도 그런거야? 나 모래사장 맨발로 걷는거 완전 좋아하는데.....
두번째 사진에서 가운데 저것만 벼룩인줄 알았다... 와
맨발로 걷지 말아야지...ㅠㅠ
저사람 발바닥 말고 세번째 발가락에도있는거아냐???????????????????????????????????????????/
헐 발바닥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발가락에도 ㅠㅠ 헐 뭔가 모나미 볼펜 심지 밖아 놓은거 같어 ㅎㄷㄷ 구멍이 뽕 뚫려있네 ㅠㅠ
으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구릳같다 ㅜㅜㅜㅜㅜ
으~~~~~~~~~~~~~~~~~~~~~~~~아~~~~~~~~~~~~~~~~~~~~~~!!!! 제발 저런애들 좀 사라져줘 제발 ㅠㅠㅠ 왜 사는거야 대체 모기나 벼룩이나 이스키들아 ㅠㅠ
아쒯....................... 산림욕이니뭐니 지랄떨지 말고 신발신고 댕겨야겟다
신발필수...지금 미드보는데..여기서도 모래벼룩이야기 하드만...이렇게 생긴거였군...
헐........아 진짜 너무 싫음 ㅠㅠㅠ 진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내 발에 붙어있을것만같음 ㅠㅠㅠㅠ
한마리가 발에 안착하면 100마리가 생겨나는거임?..;;;윽 소름
양말신고다녀야지..모래벼룩 무섭네
아으징그러워!!
헐 씨 더러워 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징그러...
>>ㅑ악 방세는내냐
저게다 알이래ㅜㅜㅜ 어뜨케 ㅜㅜㅜㅜㅜㅜ
악 진짜시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