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1951년 2월 4일로 기억합니다.
다음날 큰 형이
"세근아?"
"응 형 !"
"너는 다리도 아프고 추으니까 집에 있어라"
"응"
어제 저녁에 땐 방이 이미 거의 다 식어서 나는 담요를 두르고 그날 하루종일 앉거나 누워 있었습니다.
형들은 3명의 동네 어른들과 삽과 괭이와 각종 연장과 가마니 2개를 가지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산 비탈로 갑니다.
(후에 큰형으로붙어 들은 이야기입니다)
신작로 위의 산에는 3개의 무덤이 있는데 거기에는 어머니가 없었습니다.
시신들은 이미 다 썩었고, 어머니가 입은 흰저고리와 푸른색의 치마와 흰 앞치마를 입었는데 그 푸른 치마와 흰 앞치마를 입은 시신을 찾아야만 합니다.
땅은 꽁꽁 얼어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다시 신작로 밑으로 내려와 논의 무덤들을 하나하나 파 보는데 모두 하얀 저고리와 치마와 바지입은 남자들이었는데, 한참만에 푸른치마와 그위에 흰 앞치마를 입은 여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어머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어든들은 매우 조심스러워 하면서 다리의 정갱이와 발이 붙은 뼈를 떼어 형에게 주면 형들은 가마니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허벅지의 뼈와 방광의 뼈들을 하나하나 때어서 주고 갈비뼈도 하나하나 떼어서 주면 형들은 가마니에 다 담았습니다.
그리고 등뼈와 목뼈와 어깨뼈들은 다른 가마니에 담았는데 이미 가마니가 다 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떼어서 주자 형들이 그만 울음을 터뜨려 엉엉 울었는데 동네사람들도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눈은 쑥 들어가 패였고 이가 들어났지만 가죽이 아직 약간 붙어 있고 머리칼은 그대로 라고 합니다.
형들은 어머니가 입었던 옷들도 다 가마니에 담고 신작로 위로 올라가서 양지바른 산비탈을 곡괭이로 파서 묻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장호원의 매산에 있는 아버지의 산소에 모실려고 합니다.
나는 하루 종일 추운 방에서 떨며 형들이 돌아오기를 바랬는데 해가지고 어둑어둑해 질 무렵에 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납니다.
형들이 돌아온 것입니다.
형은 아궁이에 불을 때고 가마솥의 물을 데우고 손과 발을 씻고 멀굴을 씻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의 형들의 얼굴 모습은 정상이 아닙니다. 무엇에 놀란 표정이었고 얼굴들이 다 굳어 있습니다.
"방이 춥구나 곧 따뜻해 질꺼다"
라고 큰 형이 말 합니다.
"너 어머니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하니?"
"그럼, 흰저고리에 푸른치마에 흰앞치마을 입었잖아?"
"그렇지? 우리가 한참만에 찾았는데 아마 8번째의 무덤을 팠을 것이다."
"분명이 산비탈이었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그리고 갔어?"
라고 내가 말 하자 큰 형이
"아마 군인들이 시신을 한곳으로 옮기려고 그랬는지 모른다"
라고 합니다.
큰 형이 나에게 다 이야기 해 주는데 나는 `엉엉` 소리내며 한참이나 울었고 형들도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밥상을 들고 오십니다,
우리들은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밥을 다 먹었습니다.
우리들은 잠을 자는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나중에 형들이 코를 골기도 하고 색색거리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작은 형이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다시 잠이 들고, 큰 형도 똑같이 벌떡 일어나 앉아 멍하니 있다가 다시 잠을 잡니다.
형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만일 내가 그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아마 기절하거나 죽었을지 모릅니다.
다음날이 되자 주인 아저씨가 들어와서
"방금 이승만대통령의 뉴스를 들었는데 이제 피난민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단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제 돌아가거라"
고 하십니다.
나는 큰형의 등에 업혀 집을 떠나며 어머니를 가매장한 곳을 올려다 봅니다.
"엄마 엉엉"
나는 울보입니다. 그곳을 지나며 계속 울었습니다.
청주로 돌아갈때는 올때 보다 날이 더 춥고 눈이 더많이 옵니다.이제는 귀향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날이 저물면 아무 초가집으로 들어가는데 주인이 있는집에서는 우리를 받아주지 않아 될 수 있으면 빈 집으로 들어가서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잡니다.
우리는 전에 걸었던 그길을 계속 가는데 눈이 많아 와서 푹푹 빠지면서 갑니다.
빈집을 찾기가 어려운데 나는 큰형의 등에 업힌채
"형 저찝으로가"
라고 내가 가리키면 형이 그곳으로 가는데 그러면 정말로 빈집입니다.
"너는 호수천신이구나!"
지금은 호수천신이라고 하지 않고 천주교회에서는 `수호천사` 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여 2월 18일에 드디어 청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이승만대통령이 국민에게 미안했던지 동회에서 쌀배급을 주는데 충분히 먹을 만치줍니다.
여기에서 제가 드릴 말씀은 아마 믿기지 않을 것이지만, 제가 계산을 해 보니 피난을 가는 동안에는 잘 곳이 없어 헛간에서 자기 일수였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얼어죽었어야 할 날들이 아마 30번이 넘을것 이라고 계산해 봅니다.
그러나 동상 한번 걸리지 않았다는것이 믿어집니까?
저도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었습니다.
(계속)
첫댓글 아
어쩜 이리도 가혹한 전쟁이 남긴 상채기가 두고 두고 고난스럽기도 한답니까?
어머니시신을 찾아 낸 과정도 고생막심입니다
하지만 옛날 이웃분들은 나의 일인양 나서 주시는 인정이 때묻지 않아서 존 분들이 많았죠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남은자들은 혹심한 가난과 추위 굶주림속에서
살아 남기위해 몸부림 치듯 .....
라아라님 안녕하세요?
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후 박정희대통령이 경제개발 하기까지 30년은 지옥같았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한주 되;시고요
좋은아침입니다
아~
어머니의 시신을 찾고 안장까지
자식의 도리를 하신 듯합니다
그 형들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엄마를 찾았으니?
특히
혹독한 겨울에.....^^
예 저는생각지도 못했는데 큰 형은 생각이 깊어요
그래서 그 먼 여기까지 온것입니다 감사
참으로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살 수 없었던 힘겹고 모진 삶을 형광님께서는 살아 오셨습니다. ^^~
어서오세요순수수피아님
다른사람같으면 거의 얼어죽었을 것입니다.하하하 감사
그 어린 것이...ㅠㅠ
선배님의
어렸을 적 고난의 삶이
지금의 형광등등님을 있게한 버팀목이 되셨으리라 압니다~늘 건강하세요!
모렌도님 어서오세요 찾아주심에 감사드려요
너무 무서워요
다행이다는 생각이
전쟁전에 태어나지 안음에..
정아원님 어서오세요 그쵸 그런일을 당해서는 절대로 안되지요 감사
그어느 전쟁 영화나 책들보다도 더 실감이
나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실지의 생활이야 어찌 말이나 글로서
다 표현을 할수 있겠나요?
전쟁을 겪어보지못한 우리들은 정말
행운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럼요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요
그러나 북한의 야욕은 아직도 그대로 입니다 감사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믿고 싶은 게지요
믿는 이게겐 축복이고 보살핌을 받았다 하지요
무신론자들에겐
운명 살아날 운명이라고 하겠지만요
어서오세요 운선님
나중에 제가 머리가 깨어져 죽는 일이 벌어져요 두군데의 병원에서는 살 수 없다라고 사형선고 내립니다.
그러나 제가 살아낭ㅅ
믿고 싶거나 운명이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해 본적이 없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제가 그런일을 여기에서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이런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사실대로만 쓸 뿐입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이고 전화위복도 있다고,,,
피난길에 다시 그길로 가게되어 어머님 시신을 수습하는 어린형제들의 효심이 눈물겹습니다.
운명이라고 해야할까요?
신의 가호라해야할까요?
모든게 우연으고 필연인거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는 과연 어느방향으로 굴러가게될까요?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건
어머님 시신을 찾아 다시 매장해드렸다는 것입니다.
장한 아드님들이 있으셔서 어머님은 결코 외롭지 않으셨을것 같습니다.도움 주신 마을 사람들의 은혜도 하늘같구요~
진짜 그 추위와 배고픔속에서 살아 남으신게 기적입니다.
청주로 귀향해서 향후 먹고사는 일과 학업은 이어갈 수 있으려나 걱정스럽습니다,
자하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그당시에 저는 천주교 신자였어도 뭐가 신앙인지도 모를 때입니다.
후에 지나간 과거를 생각해 볼때
`아 모두 하느님의 은총이었구나` 라고 느낍니다.
어머님의 시신을 찿는과정과 형제들이 서로 의지하며 다독이는 장면이 연상되어 지네요
생각조차 끔찍한데 지금의 이시대는 얼마나 살만한 세상인지요
엄마가 매일 하시는 말씀 이에요
지금까지도 생생히 표현하시니 작가님 이셔요
건강하세요
형광등등님~~*
리즈향님 어서오세요 늦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좋은 나날 되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