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호흡곤란, 발목 부종, 며칠 사이의 급격한 체중 증가 같은 신호로 나타날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심부전(心不全)은 심장이 몸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부전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외래에서 처음 심부전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7%였다. 반면 입원 중 처음으로 심부전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9%에 그쳤다. 심부전이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 뒤 발견되는 경우 예후가 나쁠 수 있는 만큼, 호흡곤란이나 피로감을 단순한 노화 증상으로 여기기보다 초기부터 이상 신호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심장학회와 함께하는 ‘의미심장(心臟)’ 시리즈 일곱 번째 편에서는 심장내과 이찬주 교수(세브란스병원)와 함께 심부전이 발생하는 기전과 놓치기 쉬운 신호, 치료와 관리법을 살펴본다.
▶이전 기사
ㄴ 심방세동, 뇌경색 원인의 3분의 1… 자각 증상 없어 더 위험하다 ⑥ [의미심장(心臟)]
심부전,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임상증후군’
이찬주 교수는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나 기능에 이상이 생겨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거나, 이를 위해 심장 내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임상증후군"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증후군은 하나의 질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에 의해 생기는 증상과 징후, 검사 소견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심부전은 증상, 진찰 소견,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객관적 근거로는 심장이 늘어나거나 압력을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나트륨이뇨펩타이드(BNP 또는 NT-proBNP)’의 혈중 수치와, 폐나 전신에 나타나는 ‘울혈’ 소견이 대표적이다. 울혈은 심장이 혈액을 원활하게 내보내지 못하면서 혈액과 체액이 정체돼 폐나 다리 등에 수분이 쌓이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 질환별 심부전 발생 과정 · 심근경색: 심장근육 일부가 손상돼 흉터 조직으로 바뀌면서 심장이 혈액을 짜내는 힘이 떨어질 수 있다. · 고혈압: 높은 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져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 심방세동: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이다. 심방의 수축 기능이 떨어지면서 심실로 혈액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고, 빠르고 불규칙한 맥박이 오래 지속되면 심실 기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 심장판막질환·심근병증: 판막이 좁아지거나 새어 심장에 부담이 누적되거나, 심장근육 자체에 병이 생겨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
심부전, 좌심실 박출률을 기준으로 분류
심부전은 좌심실 박출률(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 LVEF)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좌심실 박출률이란 좌심실에 채워진 혈액 중 1회 수축 시 심장 밖으로 배출되는 혈액의 비율을 뜻한다. 임상에서는 박출률 수치에 따라 심부전을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한다.
• 40% 이하: 박출률 저하 심부전(HFrEF)
• 41~49%: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FmrEF)
• 50% 이상: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단, 박출률이 50% 이상이라는 것만으로는 심부전으로 보지 않으며, 심실에 혈액이 채워질 때의 심장 안 압력인 ‘충만압’이 높아졌다는 객관적 근거가 함께 확인될 때 박출률 보존 심부전으로 진단한다.
이 중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 기능이 비교적 정상으로 유지되는 반면, 심장근육의 비대 및 경직으로 이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안정 시 측정한 박출률이 정상이어서 검사에서 놓치기 쉽고, 심장 비대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진단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활동 시 '호흡곤란·발목 부종' 동반되면 심부전 의심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 기능이 정상으로 측정되더라도 발생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피로감이 심해지고 부종이나 체중 증가가 동반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활동 시 호흡곤란과 지속되는 피로감이다.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숨이 차거나 평소 걷던 거리도 걷기 힘들 수 있다. 상태가 악화하면 누웠을 때 호흡이 가빠 상체를 높여야 하거나, 야간 호흡곤란으로 잠에서 깨기도 한다. 발목·종아리 부종과 단기간 체중 증가가 동반될 수 있고, 우심실 기능까지 떨어져 복부와 간에 울혈이 생기면 복부 팽만감, 식욕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고령 환자에서는 심부전이 전형적인 호흡곤란 대신 기력 저하, 식욕 저하, 인지 기능 저하, 활동량 감소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면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활동량을 줄이면서 호흡곤란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찬주 교수는 “최근 호흡곤란 정도나 활동 능력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를 단순한 노화나 체력 저하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혈액검사 단일 수치로 확진 불가… "심초음파 통한 종합 평가 필요"
심부전이 의심되면 의료진은 문진과 신체 진찰을 통해 증상과 기저질환을 확인하고, 폐 수포음, 경정맥 팽창, 하지 부종 등 울혈 소견이 있는지 살핀다.
혈액검사에서는 나트륨이뇨펩타이드 수치를 측정해 심장 내 압력 상승 가능성을 평가한다. 다만 비만 환자는 심부전이 있어도 수치가 낮게, 고령자나 심방세동·신기능 저하 환자는 심부전이 아니어도 높게 나타날 수 있어 이 수치만으로 확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초음파를 통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심초음파로 좌심실 박출률, 심장 크기, 심근 두께와 운동성, 이완 기능, 판막 이상, 우심실 기능 및 폐동맥 압력 등을 확인한다. 안정 시 검사 결과가 불명확하면 운동 부하 심초음파로 활동 중 심장 충만압 변화를 추가 평가할 수 있다.
입원 중 처음 발견된 심부전, 예후 더 불량… “사망·재입원 예방이 치료 목표”
검사를 통해 심부전이 확인되면 증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장기 예후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앞서 살핀 생존율 차이가 보여주듯,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심부전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찬주 교수는 “심부전으로 한 번 입원하면 퇴원 직후 일정 기간은 질환이 다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은 ‘취약기’에 해당하며, 입원이 반복될수록 장기 예후 또한 불량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원이 반복될수록 예후가 나빠지는 것은 입원 기간 중 활동량 감소로 근력 저하 및 쇠약이 진행될 수 있고, 신기능 악화가 동반될 경우 충분한 약물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부전 치료는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과 함께, 울혈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재입원을 예방하고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신체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증상 완화와 질환 억제는 별개… 약물치료 꾸준히 해야
심부전 약물치료는 당장의 증상을 완화하는 약과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약으로 나뉘며, 환자도 두 약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표면적인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심장 기능 자체가 회복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뇨제는 체내에 축적된 수분을 배출해 호흡곤란과 부종을 빠르게 개선하지만, 심장 기능 저하 자체를 회복시키거나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뇨제로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약(질병수정 약제)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뇨제 역시 울혈 조절에 필수적인 약이므로 처방대로 복용해야 한다.
박출률 저하 심부전 환자에서는 질환 진행을 늦추고 사망·입원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다음 네 가지 계열의 질병수정 약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ARNI 또는 ACE 억제제·ARB: 혈관 수축과 체액 저류를 유발하는 신호를 억제한다.
▲ 베타차단제: 과도한 교감신경 자극을 완화한다.
▲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알도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해 수분 저류와 심장 섬유화를 줄인다.
▲ SGLT2 억제제: 체액 과부하를 줄이고 심부전 예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 같은 치료를 지속하면 늘어난(확장된) 좌심실 크기가 줄고 박출률이 높아지는 등 역리모델링(reverse remodeling)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찬주 교수는 “약물치료 후 심장 기능이 좋아졌더라도 자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중단하면 상당수 환자에서 심장 기능이 다시 나빠지기 때문이다.
한편,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경우에는 울혈이 있으면 이뇨제로 증상을 조절하고, 국내외 진료지침은 울혈 여부와 무관하게 SGLT2 억제제 사용을 권고한다. 최근에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MRA를 적용하거나, 비만이 동반된 경우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를 고려하는 등 맞춤형 치료도 이뤄지고 있다.
매일 동일한 조건에서 체중 확인… "식단·수분·운동은 개별 상태 맞춰야"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 체액 저류(울혈) 징후를 매일 확인해야 한다. 체중은 가급적 매일 아침 기상 후 소변을 본 뒤 아침 식사 전에 같은 체중계로 측정하는 것이 좋다. 혈압, 맥박, 호흡곤란, 하지 부종, 수면, 식욕과 소변량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 3일 이내 체중이 2kg 이상 늘거나 부종·호흡곤란이 악화하면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이뇨제는 임의로 증량하지 말고, 주치의와 미리 정한 행동 지침(action plan)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식단은 소금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보다 국·찌개 국물, 인스턴트 식품, 절임류, 가공육 등 나트륨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분 제한도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심한 부종이나 반복적인 울혈, 저나트륨혈증이 있다면 하루 1.5~2L 내외로 제한할 수 있다.
운동도 환자 상태에 맞춰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상태가 안정되면 전문적인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권장된다. 걷기부터 시작해 운동 시간과 강도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운동 중 흉통,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실신 전조증상, 지속적인 두근거림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의료진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찬주 교수|출처: 세브란스병원
"심부전, 심장 질환의 종착역 아냐"…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가 핵심
심부전은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아 평소 활동 능력과 체중·부종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 관리가 우선이다. 이찬주 교수는 “무증상 고혈압도 장기간 방치하면 심장근육이 비대해지고 경직될 수 있다”며 “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 등 기저질환을 관리하고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면 처방 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매일 체중과 이상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이 교수는 “미세한 악화 징후라도 조기에 발견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급격한 병세 악화를 막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부전이 여러 심장 질환의 공통 경로일 수는 있지만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종착역’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원인 규명과 적절한 약물치료, 생활 습관 교정, 심장재활을 병행하면 심장 기능을 보존하고 장기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