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앞에 서기 전에 해야 할 일
올해 생일 아침은 설악산이 보이는 호텔에서 맞이했습니다.
일어나 잠시 갈등을 겪었습니다.
나가서 산책을 하나, 목욕을 하나 생각하다가 ‘어예기해’ 생각을 하니 주님 앞에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오늘 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작정하여 시간을 내지 않으면 주님 앞에서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식사도 포기하고 주님 앞에서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단편적으로 떠올랐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요즘 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은퇴 후 돌아보니 제가 너무나 어리석은 삶을 살았고, 엉터리 목회를 했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확신마저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끄러운 구원'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사도 바울은 공적이 불타 없어져도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은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고린도전서 3:15)
그 말씀이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요즘 한 시간씩 기도하면서, 기도 응답 여부를 떠나 제 기도 자체를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문제 해결에만 매달려 기도하였지 주님과 교제하는 진정한 기도를 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이런저런 문제를 만날 때, 제가 여전히 온전한 믿음으로 살지도 못했음을 깨닫습니다.
저는 목사로 성실히 설교하고 열심히 목회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죽음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면서 그렇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감사한 것은 이것을 주님 앞에 서기 전에 깨닫게 해 주신 것입니다.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안주하지 않게 해 주신 것입니다.
자기도 빨리 은퇴하면 좋겠다는 젊은 목사님을 만납니다.
그만큼 목회가 무겁고 힘들다는 고백일 것입니다.
그 목사님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은퇴하세요. 단지 발표만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은퇴한 목사로 목회하세요.
그러면 설교도 심방도 때로 비난하는 말도 고맙게 느껴질 것입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꼭 은퇴한 후에 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은퇴하면 두 가지를 경험합니다.
목회 현장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노력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또 하나는 아무 할 일이 없다는 무력감에 빠집니다.
이것은 목회 현장의 무거운 짐에 못지않게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은퇴하기 전에 은퇴한 마음으로 살면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목회하면서 짐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은혜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설교하는 일이 기쁨이 되고, 심방하는 것이 너무나 감사한 일이 됩니다.
가시 같은 교인조차 만나면 반갑습니다.
은퇴하고 나면 너무나 힘들었던 일조차 아름다운 추억이 됩니다.
많은 은퇴한 목사님들이 '이것을 왜 은퇴하기 전에 누리지 못했을까?'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은퇴 전에 은퇴하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목회의 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은퇴했다고 발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은퇴하였다 여기고, 은퇴한 사람이 '덤으로' 목회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보이는 것이 달라집니다.
짐이었던 것이 선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냐?’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이 그와 같습니다.
우리는 죽기 전에 이미 죽음을 통과한 사람입니다.
이 복음이 삶을 바꾸고 주님의 역사를 이루게 됩니다.
죽음이 그렇다면 은퇴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퇴한 제게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
예수동행운동에도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일 때보다 전혀 작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죽었음을 받아들인다면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일이 어려워서 힘든 것이 아닙니다.
아직 내가 죽었음을 믿지 못하니 힘든 것입니다.
죽고 다시 사는 자에게는 어떤 일도 쉽고, 감사하고, 놀랍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제게 주신 복음이구나!'
그렇게 깨달아졌습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진정 '내가 죽었음'을 믿고 누리는 것입니다.
은퇴하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처럼, 죽고 난 다음에야 이 은혜를 깨닫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싶습니다.
'유기성 목사가 죽었다'는 광고만 나가지 않았을 뿐, 제게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입니다.
죽음 앞에서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저는 지금 죽음 이후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은퇴 전에 은퇴하듯, 죽기 전에 죽는 것입니다.
사명의 길은 힘든 것만은 아닙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 때문입니다.
주님의 생명으로 살고 주님이 왕 되심이 분명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놀라운 복음이지만 진정 믿고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나는 죽고 예수로 살면서 하루하루를 '덤으로 사는 날'로 주님께 드리려 합니다.
이것이 주님 앞에 서기 전에 해야 할 일입니다.
유기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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