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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건방진 세모쟁이
. ..AM 11:20
"아우 씨.......... 죽겠네."
어제의 소동 후,
집에 돌아와서 닦지도 않고
그대로 뻗어버렸다.-_-
띵요띵요.
어제 병나발을 불어댄 탓인지
쑤셔오는 이마를 꾹꾹 눌러가며
콩나물 국이라도 끓이려고
냉장고 문을 열려는 순간,
"이게.........뭐시여."
냉장고 군데군데 붙여져 있는 포스트 잇들...........
내용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동생들 도시락 부탁해..~ 엄마가..........."
ㅡ_ㅡ... 수ㅖ엣!!!!!!!!!!!!! .......... ..
현암고등학교 후문 앞.
"여기가 몇년만이냐........"
내가 지금 22살 이니깐, 3년 만ㅇㅣ네.
학교 온거.
이 학교의 졸업생으로써,
학교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옛추억들 때문에
해니 몫까지 싼 도시락통을
얼싸안고 서 있다가
이제는 교복이 아닌,
어엿한 정장 원피스를 입은 날
바라본 뒤에,
딩동댕동.
하고 울려오는 종소리에
배를 곪고 있을 이쁜 동생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얼레...? ..... .............
열심히 뛰던 내 눈에 들어오던 한 사람.
그 사람은.......
검정색도 아닌, 노란색도 아닌,
하여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색깔의 요란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뭐, 그 모습도 한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아이의 손에 들려있던 칼이었다.
문구용 칼도 아닌 면도칼도 아닌
시퍼렇게 번쩍이는 식칼이.
뭐야 저 사람.........
교복을 보니 이 학교 학생인 것 같은데
식칼을 들고서선 뭐하는거야?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나보다.
나도 모르게 담벼락 뒤로 숨어서는
몰래 그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아이는.
칼을 번쩍 들어서는.......
"나 안죽어."
라고 얘길....
.............. .....응???
"내 꿈이 딱 100살 까지 사는건데......."
"........"
"죽을라면 아직 81년이나 기다려야 된다."
저기 너
지금..............
혹시.
"안 죽는대도. 얼른 일로와."
그니까 그말......... 지
금 나한테 하는 거니?
후들후들...
긴장감에 풀려버린 다릴
간신히 진정시키고서
담벼락에 손을 얹고 일어나 보였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내 모습을 드러내고...
고갤 들어보니,
"엄마야!!!!!!!!!!!!!!!!!!!!!"
"..........서프라이즈."
"뭐,뭐니..!!!!!!!!!!놀랬잖어!!!!!!!!!!!"
바로 코앞에서
날 보고있는 녀석의 모습에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져서 그대로 골로 갈뻔했다.
"새로 온 선생님? 학부모?................."
"뭐?"
"어디서 왔어요?"
해니는 다갈색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애는 정말 시커먼 눈을 하고 있구나.........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난 여전히 칼을 들고 있는 녀석을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동생들 밥주러 왔단 말을 내 뱉고 길을 가려는데
쭈욱.
"악!!!!!! 야!!!!!!!!! 이런, 미친!!!!!!!!!!!!!!!!"
"잠깐 서보래도."
힘차게 걷다가
머리카락을 꽉 잡아채는 고통에
도저히 비명을 참을수가 없었다
씨팔......
언제 그랬어!!! 니가 언제 서라고 그랬냐고!!!!!!!!!!!
"야!!!!!!!!!!너 아까 100살이 81년 남았네 어쨌네 그런거 보니깐
열아홉인가 본데!!!!!!!!!... 진짜 상식이 없구나 너!!!!!!!..........어디서.!!"
".......저기요."
"닥쳐!!!!!!!!!!!!!!!!!!!!!!!!!! 내 얘기 마저 듣고 얘기해!!!!!!!!!!!!!!"
"네. 근데요.........."
"후... 뭔데!!!!!!!!!!!!!!!"
나혼자만 흥분하는 것 같아,
민망한 마음에 화를 좀 가라앉히곤
녀석을 세차게 노려보았고
상식제로인 그 녀석의 말에
정말로 오랜만에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그거 밥이에요?" ,
, ,,............... 학교 뒤 공원.
"여기서 먹을까?"
"응."
.........
............ 개발새발 스럽게도
녀석에게 고함을 지르던 나는
지금 그 아이와 함께
도시락을 들고 야외로 나와있다.
도시락을 먹으러 말이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거냐 하면.
5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씩씩데고 있는 중이었고
녀석은 여전히 차분한 무표정으로 말을 하는 중이었다.
"실은 제가 어제부터 굶었거든요."
"하, 웃기시네...!!!!!!!!!!!"
"..........안웃긴데. 진짜야."
"왜 반말..그래. 안 웃겨. 니말이 맞다구."
-_- ........... ........................
부끄럽게도 이게 끝이다.
그 표정을 보고도 대들수있다면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한손엔 식칼을 들고있었다고!!!!!!!!!!!!!!!!!!_(바보.) ..
녀석은
여전히 식칼을 든 채로 벤치에 앉았고
나는 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우리 해니것만 남겨두고 도시락 두개를 꺼내 들었다.
그럼...요게 좀 더 크니까, 이건 내가.........
"두개나 있어요?"
어........!!!!!!!!!!!!!!!!!!!!!!! 니가 그걸 왜 가져가!!!!!!!!!!!!!!!!
"어ㅡ어....동생이 두명이라. 쌍둥이걸랑."
"쌍둥이.....나도였는데."
그런거 알고 싶지 않아..-_-
어서 그 미키마우스 도시락을 내놓으라구!!!!!!!!!
하지만....
내 바램과는 달리 녀석은 또닥.하고
도시락 뚜겅을 열어버렸다.
좀 놀랄지도 몰라..........
"이게. 도시락이야?"
"급하게 나오느라..................미안."
부끄럽게도,
도시락 속에는
그냥먹어도 호랑이기운이 솟아난다는 전설의 씨리얼과
새콤달콤과 쌍벽을 이루는 마이쮸가
껍질이 까진채로 종류별대로 들어있었고
보너스로 집에서 즐겨먹던 오징어구이도 함께 있었다.
여태까지 이런 도시락을 이해해준 사람은 해니밖에 없었는데/....
민망한 마음에 아삭한 씨리얼속에 준비한 우유를 넣고
후비적 거릴때 즈음,
"커피우유는. 없어?"
"엉?"
깜짝 놀라, 고갤 들어보니
녀석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난 커피우유만 먹어."
"아...흰 우유밖에 없는데."
".................."
뭐 어쩌라구.......ㅡ_ㅡ
왜 그런눈으로 쳐다 보는건데...
저녀석의 눈빛이 내게 말하고있다.
'얼른 안사오냐...........................'
그냥 뻐길려다가
순간 빛나는 식칼을 보고선 벌떡 일어났다.
"사, 사올께...!!!!!!!!!!!!!!!!!!!!"
"엉.야!!!!!!!!"
이젠 그냥 반말하기로 한거니=_=
"왜...???"
"세모난 커피우유로 사와.."
"세모난거? 그거 비싼데... 그냥 네모난거 사옴안돼?"
"안돼.."
이게 진짜.!!!!!!!!!!!!!!
"왜...왜안되는데?^ㅇ^...."
식칼이 빛나고 있었다...............
녀석은.
상큼한 표정으로 이유를 묻는 내가
귀여웠는지(징그러웠는지)
꽤나 뜸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난 세모니까. 뾰족뾰족하고 못난 놈이니까..."
.............이 애.
알고 있구나.
지가 얼마나 이상한 놈인지.....ㅡ_ㅡ .....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뒤돌아 근처 슈퍼로 달렸다..
무슨 뜻일까..
자기가 왜 세모라는거구, 자기가 왜 뾰족뾰족 못난놈이라는거야?
근데...진짜 궁굼한 건.
도데체 식칼을 왜 들고 다니는거니-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