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매미' 『매일경제/시가 있는 월요일』2024.08.11.
파브르의 여름/ 신철규
읍(揖)하듯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 자신의 몸을 떠오르게 했던 것이 명정(銘旌)이 되었다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떼어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가장 무더웠던 여름만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 신철규 '파브르의 여름' 일부
나무에 매달린 한 무리의 매미 떼를 신기한 눈으로 본다. 더 울기도 지쳤다는 듯 도망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하던 것들. 매미도 사람도 기력을 다한 지친 여름이다. 명정이란 죽은 사람의 성씨 따위를 적어 상여 앞에 들고 관 위에 묻던 붉은 천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자기 존재 자체가 자신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을 때가 있다. 매미는 일주일을 산다지만 허물은 그보다 오래갈 텐데 그 허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존재했던 모든 것이 소멸해도 오래 남게 되는 무엇이 있다.
〈김유태 /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심장보다 높이 - 예스24
삶의 바닥에서 건져 올린 애도와 사랑의 비가(悲歌)치열한 응시와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일상 속 슬픔과 경계의 삶을 시로 담아내며 큰 주목을 받아온 신철규 시인의 두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
www.yes24.com
신철규 시집 〈심장보다 높이〉 창비 | 2022
[시가 있는 월요일] 기도하는 매미 - 매일경제
읍(揖)하듯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 자신의 몸을 떠오르게 했던 것이 명정(銘旌)이 되었다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떼어내 바지 주머니에
www.mk.co.kr
기도하는 매미 『매일경제/시가 있는 월요일』 파브르의 여름/ 신철규 ▷원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