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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은 어때? 그래도 여기 가밥 하나는 끝내주기로 소문났는데.”
이전의 학교에는 반에서 배식을 받았는데 여기는 ‘해오름’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간판을 붙여 놓은 급식실이 따로 있었다.
“sns에도 자주 떠”
한번에 16명 정도가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은 나처럼 혼자인 학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짜증나는 공간이 아닐 수 없
었다. 성격자체가 외향적인것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인생은 혼자 살다 혼자 가는 거야. 주의도 아니고 이야기 나눌 친구 한 명 없이
이 커다란 테이블에 혼자 앉아 밥 먹는 취미는 전혀 없었고 달갑지도 않았지만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샐러드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씹어 먹었다. 전학 오고 나서 쭉 혼자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앉은 테이블에 아무도 앉지 않은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굳이 내 옆에
앉지 않아도 나를 피하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혹시 어제 쉬는 시간의 그 일 때문일까? 노골적으로 나를 배척하는 느낌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행실이나 분위기를 봐서 대충 유대현이라는 놈이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겠구나. 는 예상했지만
나 참, 이 정도일 줄이야. 퍽퍽한 맨밥을 젓가락으로 푹푹 찔렀다. 있던 밥맛도 모조리 사라지는 기분이다. 내가 안타까워해 줄 처지
는 아니지만 김영하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이것도 별로야?”
그런데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내 맞은편에 누군가의 식판이 탁- 하고 놓였다. 누가 앉는지 굳이 확인해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해
흥미 없는 밥에만 시선을 두고 있으면 어제 들었던 소름끼치도록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자 아무렇지 않
은 표정으로 밥맛은 어떠냐는 둥 지껄이던 녀석은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이것도 별로야? 라며 코를 찡긋거리며 웃었다.
아마 어제의 일을 비아냥거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면서도 머리는 빠르게 회전시켰다.
과연 내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맞는 걸까?
“내가 싫어? 왜 대답이 없어”
싫다 못해 얼마 못 넘긴 밥마저 체하는 기분인데.
별달리 부정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도 않았다.
알고 있으면 알아서 자리를 옮겨주시지. 웃기게도 녀석은 저와 내가 친한 친구라도 되는 양 말을 한다.
여기 있는 애들이 안 그런 척 하며 힐끔힐끔 녀석과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전에 학교에서는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놀러 다니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도태된 것은 처음이지만 말했듯 사교적인 편도 아니어서 이런
이유 없는 배척과 동시에 쏠리는 수 만개의 눈동자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앞에 앉아서 밥을 먹는 유대현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너 외동이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갑자기 이런 물음을 던지는 녀석의 의도를 파악하기위해 순간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녀석을 주시했지만 야채가 들어간 두툼한
계란말이를 집어 오물거리는 녀석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것도 읽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대답대신에 목석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외동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건만 유대현은 음- 역시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대체 뭐가?
이렇게 어떤 상대방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체력소모가 심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됐다. 피곤해.
“외동이 싸가지가 없더라고”
녀석의 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순간적으로 놓쳤다.
탕! 하고 젓가락이 식판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나도 외동이야- 하는 유대현의 얼굴에 하마터면 식판에 있는 음식물을 모조리 쏟아 부을 뻔 했다. 녀석은 아직 밥을 반도 먹지
않았고 내 식판에도 밥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유대현을 앞에 두고 밥을 제대로 넘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식욕도 떨어진 마당에
녀석의 비아냥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겠지. 어차피 같이 밥 먹자고 여기에 앉은 건 아닐 테고. 의자를
뒤로 밀어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그러자 녀석의 검은 눈동자가 일어선 나를 향했다.
“나 밥 아직 다 못 먹었잖아”
“...........”
“앉아”
허.
이거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네.
더 이상 대꾸할 가치가 없어 그대로 발걸음을 한 발자국 옮겼을 때는 다소 낮은 목소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앉으라고 했어”
고개를 조금 돌려 유대현을 쳐다봤을 때 녀석은 단호하고 기분 나쁜 명령조를 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실 웃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 저 뚜벅뚜벅 걸음을 걸었다. 식판에 담겨 있는 음식물을 개수대에 쏟아 부으면서도
신경은 뒤로 쏠렸다.
“.......하아-”
가슴 한 켠이 답답해졌다.
“.........”
돌아온 교실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밖에 있을 것이다. 10명도 되지 않는 여학생들만 교실에 남아 시끄러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 밥을 먹은 건지 먹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이 제 자리에 앉아있는 김영하도.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에 일제히
내 쪽을 쳐다보던 여자애들은 기분 나쁜 시선으로 나를 훑었다. 나 정말 이런 적 없었는데 여기 와서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다 되
보네. 그 시선을 모른 척 하고 터벅터벅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옆에 석고상처럼 앉아있는 김영하는 제 짝이 오든 말든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김영하”
아예 몸을 녀석을 향해 돌린 채로 이름을 불렀다.
책상위에 아무것도 없으면서 뚫어져라 책상을 향하던 시선이 느릿하게 나를 향한다. 쌍커풀이 없는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슬쩍
스치기도 했다. 아마 내가 제 이름을 부를 줄 몰랐던 모양이거나, 아니면 선생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김게이나 김창남이 아닌 제
본래 이름을 부른 것이 놀라웠던 것 일지도 모른다.
“김영하 맞지. 이름”
조끼 왼쪽 가슴팍에 김영하라는 초록색 이름표가 떡하니 붙었는데 새삼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저번에 네가 내 일에 끼어들었다고 해서 너랑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마. 라는 더 없이 찌질하고
기지배스러운 대답을 할까봐 두려웠지만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다. 게이라고
해서 여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 여기 있는 미친놈들이 몰아가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김영하는 누가 봐도 허우대 말짱한
평범한 대한민국 남학생이었다. 어깨도 이렇게 탄탄하고 말이다.
“너 정말 게이야?”
습관적으로 턱을 괴며 물었다.
난 큰 목소리도 작은 목소리도 아닌 적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여자 애들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우리를 향했다.
김영하는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는 내 물음에도 표정을 구기지 않았다. 그저 나를 쳐다봤을 뿐이었다.
어쩌면 녀석이 기분 나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바스럽게 아니아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난 정말 궁금해서...
라는 호들갑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까와 같은 톤으로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난 상관없어.”
정말이었다.
남의 성적취향에 왈가왈부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도 아니었고, 심각하게 호모 포비아적 성향을 갖은 사람도 아니었고 나는 나름대로
열린 마인드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게이나 레즈 양성애자에 대해서 관대하다고 할까. 그런 성향의 사람이 막상 나에게 사랑한다며
고백을 해오면 조금 더 심각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일단 제 3자의 관점으로써 사람이 사람 좋아한다는데 뭐,
“동성애자면 어떻고 이성애자면 어때”
“...........”
검 붉은 딱지가 붙은 입술이 들썩였지만 별 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김영하는 그들이 말한것처럼 독한 놈은 독한새낀가본지 터진 입술에 반창고도 붙이지 않았다.
“우리 친구할래?”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하얀 실내화 안에 있는 내 열 개의 발가락은 잔뜩 오므려져 있는 상태였다.
으아- 우리 친구할래? 라니 최악이다 정말. 오글거려.
“................”
“...............”
김영하는 내 우스꽝스러운 물음에 웃지도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보던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려 아까처럼 책상을 응시할 뿐이었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책상위에 올려 고개를 파묻었다.
어쨌거나, 부정은 하지 않았으니까 나 더 민망해 하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난 부산에서 왔어.”
부산에 있는 성당에서 살고 있었는데, 지내던 성당 사정이 조금 안 좋았거든. 어차피 스물이면 나가야 하는데 일 년 더 일찍
나온다고 달라질 거 없을 것 같아 겁 없이 서울로 올라온 거야. 내 형편에 이 학교 오는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평범한
학교보다 들어오기 더 쉽더라. 뭐 한부모가정이나 저소득층 어쩌고 하면서 말이야. 혀로 목 끝을 눌렀다. 이렇게 세세하게 나에
대해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살면서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친구를 만들었을까 싶다. 기억 속에는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과정만
있지 계기는 전혀 없었다. 고문과 같은 시간이다. 어쨌든 앞으로 친하게 지내려면 적어도 내가 어떤 앤지는 미리 말하는 게 순서겠지
싶었다. 결정적으로 내 옆에 앉아있는 녀석이 입 꾹 다물고 있어서 나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둘 사이에 공통점이 없었으니
나에 대한 얘기밖에 할 수 없었다.
“원래 있던 학교에서는 나름 공부를 하던편인데, 갑자기 진도도 다르고 그래서 너무 어렵다. 너는 공부 잘 해?”
질문형 물음에도 여전히 목석이다.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제스쳐가 전혀 없어서 나 혼자 떠드는 건 아닌가. 했지만 그래도 귀를 막고 있는 건 없으니 이렇게 떠들면
듣기는 하겠지.
“...........”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한적한 교실에도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남녀공학이라 그런지 여자냄새 남자냄새 구분할 것 없이 온갖 향이 어우러져 진동을 한다. 갓 치운 담배냄새부터 진한 향수냄새까지.
도대체 이런 향이 왜 학교 교실에서 나는 건지. 따로따로 맡아도 역한데 한 번에 나니 악취가 따로 없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창문
을 조금 열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솔솔 분다. 이 학교에서 마음에 드는 두 가지는 급식이 만찬이라고 불릴 정도로 깨끗하고
맛있게 나오는 것과 환경이었다. 만개한 벚꽃은 부는 바람에 눈처럼 휘날렸다. 아무렴 돈을 들이부은 학굔데 이 정도는 보기 좋게
꾸며놔야지.
“내가 불편해?”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가장 약한 치부를 까발리고 있는 관계에 참견한 것도 불쾌할지도 모르는 일.
나야 의도하지 않았지만 느끼는 쪽에서 반감으로 느낀다면 어쩔 수 없는 법. 그래도 계속 중얼 거렸다. 따로 내가 묻는 말에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뒤가 뚫렸으니 당연히 듣겠지 싶어 조잘거렸던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어쩌면 정말로 듣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흠”
이정도 혼자 말한 것도 대견하지.
이번수업이 문학이니까 수업준비나 해야겠다.
나름대로 전 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이라 전학 왔을 때 담임도 은근히 나의 성적을 기대하는 듯 했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 시험에 좋은 성적 거두라며 어깨를 두어번 쳐 주기도 했으니까. 김영하쪽을 향한 몸을 다시
돌리던 차에 소란스럽게 교실 뒷문이 열리고, 유대현과 별로 질 좋아보이진 않는 몇 애들이 들어왔다. 누가 들어온지 정확히
봤지만 조금의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방금 전 급식실에서 있었던 일로 유대현의 얼굴을 보는 것은
상당히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김게이!”
예상대로 녀석들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내 쪽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미동 없이 앉아있는 김영하의 주변으로 다가왔다.
잘 처먹고 와서 에너지를 공부하거나 운동하는 그런 건전한쪽으로 소비 하는 게 훨씬 현명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나보다. 하기야 철없는 이 시기의 짓궂은 놈들에게 자신과 다른 성적취향을 갖고 있는 게이라는 존재는 놀리고
괴롭혀주기에는 안성맞춤인 놀이감이겠지.
“너 업종 바꿨냐? 이제 여자도 어떻게 해보려고?”
“...........”
“전학생 너 얘 얼굴 좀 생겼다고 관심 갖지 마. 게이야 게이”
김연호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덩치가 곰 같고 재수 없게 생긴 녀석이 낄낄 거렸다.
고작 몇 마디 나눈, 나누지도 못했구나. 일방적으로 내가 김영하쪽을 보고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그것 가지고 업종을 바꿨냐느니
하는 말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저런 생각을 하려면 어떤 뇌구조를 갖고 있어야할까? 김영하가 나를 어떻게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녀석에 코웃음이 나올 뻔 했다.
“전학생 비위 좋다. 게이랑 말하고. 착하다!”
김연호는 영하를 비롯한 나까지 싸잡아 저질스러운 농담을 치고 있었다.
내 옆에 김영하는 조롱을 오로지 받고 있었다. 보니까 저 새끼가 살집이 두둑하니 주먹이 꽤 야무질 것도 같지만 김영하도
결코 작은 체격이 아니었다. 단단한 근육이 엇 보기에도 비치는데 왜 한 번도 대항해보지 않는 걸까? 내 일은 아니지만 답답했다.
원래 남에 일에 끼어들 만큼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나. 나 같으면 참지 못 할 텐데.
“네 얼굴이 더 비위 상해.”
그리고 난 참지 않았다.
“무...뭐?”
“네 생긴 게 더 역겹다고. 그러니까 좀 꺼져라.”
잘생긴 게이가 낫지.
좆같이 생긴 게 어디서 지랄이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자 김연호는 얼굴이 붉어져 씨발 너 뭐라고 했냐? 라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상황을 관람하고 있던 애들은 내 직설적인 말에 조용히 웃었고 덕분에 김연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기냐?
씨발 웃어? 라며 성을 냈다. 곪은 여드름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미쳤냐? 와. 진짜 별 같잖은 기지배가 열 받게 하네?”
기어코 김연호는 큰 손으로 내 멱살을 틀어쥐었다.
아무잘못도 없는 아이를 게이라는 이유로 괴롭힐 때부터 알아봤지만 얘는 여자고 뭐고 없는 앤가 보다. 쓰레기 새끼.
잡힌 목이 답답했지만 그것보다 이런 더러운 손에 멱살이 잡혀있다는 것이 불쾌했다. 앞으로 남은 학교생활이 꽤 꼬이겠네.
하는 짜증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새끼 앞에서 남은 시간 힘들게 보낼게 무서워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는데 놈들은 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덤덤하게 눈을 깜빡이는데 웬일로 제 자리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는 유대현과
눈이 마주쳤다. 유대현은 평소의 내가 그러하듯 턱을 괴고 흥미로운 경기를 관람하는 관람객처럼 제 친구의 손에 멱살이 잡힌
나를 바라보았다.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뭐랄까 불쾌함을 넘어서 수치스럽다고 해야 하나.
“네가 아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모르나 본데”
목이 점점 조여와 숨이 막히는데도 나는 또렷하게 유대현을 쳐다봤다.
보기 싫은 만큼 흉하게 생긴 두꺼비 같은 김연호와 다르게 잡티하나 없는 웜톤의 피부를 갖고 있는 유대현은 한 눈에 봐도
건강하고 말짱하게 생겼다. 작지 않은 눈과 높은 코는 쳐다보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위압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으며
실제로 녀석은 굳이 입으로 말하고 다니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군림하는 위치에 있었다.
“김연호”
읏-.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숨을 못 쉬는 지경에 이르자 입을 벌리고 작게 신음했다.
유대현은 여전히 턱을 괴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김연호- 라며 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김연호는 내 멱살을 잡고 있는 채로 고개를 돌려 유대현을 바라보았다. 얘 어떻게 할까? 라는 신호를 보내는 눈으로 유대현을
쳐다봤겠지. 머저리 같은 놈. 이왕 못된 짓 할 거면 독단적으로 하던가, 덩치에 맞지 않게 남에게 기대려고 하다니. 원래 사람
심리가 그렇단다. 나쁜 일도 혼자 하면 큰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살인도 3명 이상 모여서 하면 그 죄책감이 배로 줄어든다고.
녀석도 그런 심보일까. 힘이 세다는 이유로 남을 괴롭히면서 또 보상해주기는 싫어하는 그런.
“손 떼”
“어?”
“숨 막혀 죽으려고 하잖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두툼한 손은 웃기게도 유대현의 손 떼라는 말 한마디에 쉽게 풀렸다. 졸렸던 목이 갑자기 풀리자 숨을
몰아쉬며 켁켁 거렸다. 김연호는 끝까지 나를 쳐다보며 짐슴처럼 그르렁 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부터 한 번만 더
까불면 죽을 줄 알아. 거나 너 앞으로 학교생활 고될 거다. 라는 뜻 정도겠지.
“하- 하..아. 하아-”
유대현은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
그리고 녀석이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움직였을 때 나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유대현의 입모양은 정확히 ‘조심해’ 라고 발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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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첫댓글 저번에연제하실때완전팬이었는데다시하는군요 반갑습니다^^^
이번엔 멈추기 있기 없기?^^
추천꾹~~~
계속가시는거종?
와... 따라다닐작품을 찾아냈어요 ㅠㅠ 기다릴게요
히힛 잘보고 가영~ 다음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
기다렸었는데 다시 보게돼서 반가워요!!
다시 보고 잘보고갑니다!
돌아오신걸환영해요ㅋ
다시 봐도 재미있어요~
바쁘셔서 자주 못오시나봐요ㅠㅠ 수정본은 다인이가 고아로나오는건가요?
ㅠㅠㅠ완전재밌어용~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10 02:4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20 00:43
잼 있게봤어요 개인적으로 전 겨울을 좋아해요 재목이 마음에들어 읽게됬는데 느낌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