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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세계로 향한 비밀의 문, 바디
우주를 통과하면서 잊지 못할 체험은 감추어진 세상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그 세상은 육신의 세상도 아니요 신명의 세상도 아니면서, 또 다른 창조와 물질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비밀의 세상은 비밀의 문을 통과해야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고, 그 세상은 이 세상 하늘과 다른 세상의 하늘에서 살아가므로 별천세계라 불렀다.
별천세계로 통과하는 비밀의 문은 '바디' 였다.
비밀의 문‘바디'는 파뵤시 공간에서 발견했다.
파뵤시는 투명한 에너지란 의미인데, 그 에너지가 흐르는 공간에 도달하면‘바디’를 통과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 파뵤시 공간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서는 어떤 물질의 세계도 만날 수 없었다. 100억 광년, 1,000억 광년을 통과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한한 공간만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우주의 공간을 무한하다고 하지만, 그 세계야말로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공간의 세상이었다.
별천세계를 찾아가면서 아니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주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방문하고자 하는 별천세계는 투명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투명한 세상이며, 그곳에 도착하면 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법칙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건하고 진실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곳에서는 숨겨진 마음까지 모두 드러나는 세상이니까요."
"마음까지 드러나는 세상이라면 거짓이 없는 존재들만 모여서 살아가는 세상이 틀림없겠군요. 그런 세상의 별은 어떤 모습으로 빛나고 있을지 궁금하오."
“별천세계가 살아가는 별은 이 세상 하늘의 어떤 우주공간에도 떠있지 않습니다. 그곳은 이 세상 하늘과 다른 우주의 공간일 뿐입니다.” “이 세상 하늘과 다른 별천세계라니…. 듣기만 해도 그 세계에는 별다른 모습의 삶이 펼쳐지고
있을 것만 같소.”
“그래요. 별천세계에서 살아가는 천중들의 삶은 이 세상 하늘의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들일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UFO 분체에 실려 파뵤시 공간에 진입했을 때,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위치도 알 수 없는 공간이었는데. UFO 분체는 미리 입력되어 있는 항로 좌표의 유도를 받고 그 공간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희뿌연 기운들이 안개처럼 감돌기 시작하는 모습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아니가 이런 설명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지금 별천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 바디에 도착했어요. 잠시 후 샤르앙은 낯선 풍경과 낯선 문명세계를 만나 우주여행의 별미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과연 아니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희한한 광경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투명한 빈 공간에 갑자기 전개되고 있는 낯선 세상의 모습은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마치 투명한 우주공간에 신기루처럼 다가온 꿈같은 세상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UFO에 실려 신기루 같은 그 세상의 상공을 날아가며 낯선 세상의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는데, 그 세상도 지상처럼 높은 산과 맑은 호수와 바다 같은 자연의 현상이 존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에는 수목이 자라고 초원에는 동물들이 뛰어놀고 있었으며,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현상도 지상과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늘에 태양이 떠 있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고 밤도 낮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달도 별도 반짝이지 않는 세상이었다.
태양은 떠 있지 않았지만 온 세상은 밝고 하늘은 높았으며,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감도는 세상이었다.
구름은 하늘에 떠 있지 않고 지상에 내려와 뭉게뭉게 흘러 다니고 있었으며, 다양한 색채를 띤 오색채운의 구름바다가 높은 산에도 걸려있고 땅에도 구름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오색채운의 구름바다 속에서 초목도 자라고 꽃도 피며 열매들이 열리는 희한한 풍경의 세상이었다.
마치 그 세상은 지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름 위에 지어진 세상 같았다.
오색채운이 감도는 그 아름다운 세상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진 무한한 공간의 세상이었다.
천중들이 살아가는 집들도 모두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색채운 위에 솟아 있는 지붕들의 모습이 마치 구름에 실려서 둥둥 떠다니는 듯한데, 멀리서 보아도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듯 했다.
가는 곳마다 깔려 있는 오색채운에서는 영롱한 빛이 피어올라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하늘에서 태양이 빛나지 않아도 온 세상이 어둡지 않고 환했다.
그 오색채운의 영롱한 빛으로 둘러싸인 비밀의 세상은, 이름 그대로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세상 같았다.
비밀의 세상으로 진입한 우리는 우주시간으로 3일 정도 되는 긴 시간을 날아서 어떤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가 찾아간 그 목적지는 별천대각사가 살고 있는 채운궁이었다. 별천대각사란 이름은 사람의 이름이라기보다 큰 각성을 가진 존재들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호칭이었다.
채운궁이란 집의 이름도 오색구름 속에 지어져 있는 그 세상 존재들이 보편적으로 소유하고 살아가는 집들의 이름이었다.
별천대각사가 살고 있는 채운궁은 유난히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는 오색의 뭉게구름이 자욱하게 걸려 있는 산자락이었는데, 제법 규모가 크게 지어진 채운궁의 지붕이 구름 위에 보일 듯 말 듯 솟아 있었다.
구름 위로 솟아 난 채운궁의 지붕은 단청처럼 아름다운 채색으로 단장되어 있고, 보석 장식들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채운궁에 도착하자 그 집의 주인처럼 보이는 천자가 나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천자의 몸집은 후리후리하고 키는 훤칠하게 컸으나 나이도 구분하기 어려웠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판단할 수 없는 미모의 인물이었다.
천자의 머리는 길게 기르고 검었으며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목소리는 물 흐르듯 맑았다.
의상은 구름 같은 옷을 둘렀는데 매우 가벼워 보였다.
아니는 그 천자에게 다가가 크게 허리를 굽히며 예를 올렸다.
“대각사님, 소자들 불청객이 되어 거룩한 땅을 허락 없이 밟게 되었습니다. 소자들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소서."
천자도 아니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며 반겼다.
"사랑스런 이방 하늘의 딸이여! 또 다시 고운 영혼을 맞이하게 되어 반갑구나. 우리들은 언제나 이방하늘에서 방문하는 고운 영혼들을 환영하고 있으니 손님이라 생각 말고 내 집처럼 편하게 다녀가도록 해라."
아니와는 이미 구면인 대각사라고 부르는 인물이었다.
나도 아니처럼 그 대각사에게 크게 허리를 굽히고 예를 올렸다.
대각사는 나에게도 반가운 미소를 보이며 별천세계의 방문을 환영해주었다. 대각사가 살고 있는 채운궁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오색의 뭉게 구름이 안개처럼 드리워져 서서히 흘러 다니고 있었고, 구름 사이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꽃송이들은 그윽한 향기를 사방에 흩뿌리고 있었다.
채운궁을 감싸며 뭉게뭉게 흘러 다니는 오색의 뭉게구름은 오색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데, 그 빛의 영향으로 초목이 자라고 꽃이 피며 열매가 열리고 있었다.
별천세계에서 자라고 있는 꽃이나 열매들은 모두 채운궁의 구름에서 발산하는 빛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맺어지는 현상들이었다.
채운궁 주변의 과일나무에는 탐스러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하나의 나무에 여러 종류의 열매들이 다채롭게 열려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대각사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행하는 두 명의 천솔에게 시켜서 붉고 노란 열매들을 소반 가득 따오도록 부탁했다.
대각사의 주변에는 아리따운 용모를 한 천솔들이 여러 명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와 몸에서 발산하는 향기가 마음을 황홀하게 했다.
아리따운 천솔들은 대각사가 시키는 대로 먹음직한 열매들을 한 광주리 가득 따 와서 우리들 앞에 내놓았다.
그 먹음직한 과일들을 눈앞에 두고 나는 마음이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년이 넘도록 밥을 입에 대본 적이 없고, 최근에는 콩알만한 우스시어 한 알로 우주 식사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과일을 눈앞에 두고도 선뜻 입을 대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나보다 더 난처한 입장은 아니였을 것이다.
아니는 아예 평생 동안 우스시어를 제외한 어떤 음식도 입에 대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아니는 대각사가 권하는 과일을 아무 스스럼없이 입에 넣고 맛있게 깨물며 나에게도 먹으라고 권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니가 시키는 대로 붉고 노란 열매들을 입에 넣고 깨물었는데, 그 달콤한 맛과 향기로움은 이제까지 먹어 본 어떤 음식보다 감미로웠다.
그 붉고 노란 과일들의 이름을 천과라고 불렀다.
천과는 아무리 깨물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신비한 기운만 사르르 온몸에 퍼지면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즉 천과는 위장을 배부르게 채우는 열매가 아니라 과일의 기운만 온몸으로 퍼지는 열매였다.
더욱 신기한 것은, 과일나무에서 열매를 따면 그 자리에 다시 열매가 매달리며 금세 탐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과일나무의 열매들은 아무리 따내도 다시 새롭게 열리고, 붉은 열매가 매달렸던 자리에 노란 열매가 다시 열리기도 하고, 노란 열매가 매달렸던 자리에 흰 열매가 다시 열리기도 했다.
별천세계의 과일나무들은 여러 종류의 나무가 따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나무에서 천 가지 열매가 열리는 천과나무였던 것이다.
그 세상 천중들은 다른 음식을 일체 먹는 일이 없고, 따내도 따내도 다시 열리는 천과나무의 열매들만 먹고 살아가고 있었다.
천과나무들은 힘들게 가꾸거나 보살피는 일이 없으며, 천중들이 살아가는 채운궁의 주변에 저절로 자라나서 열매를 맺고 있는 별천과목들이었다.
그 때문에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일도 없고, 수고하고 애쓸 일들이 없었다.
천중들이 먹고 살아가는 천과나무의 열매를 영과라고 부르기도 했다.
천과의 열매가 몸을 살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성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었다. 육신은 밥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면,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천과를 따먹지 않고 영혼을 성장시키며 살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즉 육신세상의 인간들은 몸을 살찌우며 살아갈 때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영혼을 살찌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색채운에서 발하는 빛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천과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소화를 시킬 필요가 없었으며, 맛있게 먹은 천과의 기운은 즉시 몸속으로 퍼지며 하늘의 기운을 증폭시켜 주었다.
신비한 빛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천과를 먹으면 눈도 밝아지고 귀도 밝아질 뿐만 아니라, 썩어질 육신의 몸이 썩지 않을 빛의 존재로 바꿔진다고 했다.
그래서 천과를 먹고 살아가는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누구나 죽지 않고 살아가는 빛의 영체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대각사가 살고 있는 채운궁은 높은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래 세상들이 멀리까지 내려다보였다.
오색채운으로 둘러싸인 채운궁들은 시야가 미치는 사방으로 끝도 없이 지어져 있는데, 채운궁으로 드나드는 천중들은 누구나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사슴마차를 타고 다녔다.
우리도 대각사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슴마차를 타 보았는데, 구름 속을 뚫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세상을 구경하는 기분은 경이롭고 환상적이었다. 대각사가 사슴마차를 직접 몰고 별천세계의 구경을 편하게 안내해 주었다.
사슴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별천세계의 다양한 모습들을 구경할 때 특히 재미있는 현상은 그 세상 천중들이 다양한 놀이문화에 열중한다는 점이었다.
즉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누구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모습들이 없었으며, 무한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데만 몰두하며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다양한 형태의 무도회나 축제가 벌어지고, 초대형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천중들이 벌이고 있는 무도회나 축제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다정한 사이끼리짝을 지어 어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거나, 여럿이 함께 몰려다니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천성들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채운궁 집들은 텅텅 비어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혼자서 집을 지키는 천중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도회나 축제에 놀러 나온 천중들을 보면 남녀노소가 구분되지 않고 모두 젊고 아름다우며, 평생 동안 세수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일도 없고 얼굴에 화장을 하는 일도 없다는데, 모두 신선이나 선녀를 보는듯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대각사에게 질문했다.
"대각사님, 질문이 있어요."
"그래, 말해 보아라."
“이곳 세상에서는 어린아이도 늙은이도 찾아볼 수 없고 남녀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각사는 별 싱거운 질문을 한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허허, 그런가? 우리 천중들이 들으면 별난 질문을 다 한다고 할 거야. 우리들 세상에서 살아가는 천중들은 이방하늘의 세상처럼 나이를 먹는 일도 없고 늙는 일도 없으며, 새로 태어나거나 죽는 법도 없다네. 그래서 당연히 어린이나 늙은이를 우리들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겠지. 또한 남자든 여자든 고만고만한 아름다운 용모를 하고 있어, 이방하늘의 존재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걸세."
“그러면 이곳 세상의 존재들은 태어나거나 죽는 일도 없이 본래부터 존재해 왔고 나이를 먹거나 늙는 일도 없다는 말씀인가요?"
"우리들 세상에는 인간세상에서 말하는 세월도 없고 시간도 없다네. 시간이 없으니 나이를 먹을 일도 없고 나이를 먹지 않으니 늙거나 죽을 이유도 없다네.”
“인간세상에서는 끝없이 태어나고 끝없이 죽어가며 이별과 만남의 슬픈 역사를 반복하는데 별천세계의 모습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군요?"
"그 점이 선천세상과 후천세상의 차이라네. 앞으로 인간세상에도 우주개벽이 일어나고 선천세상의 모습은 후천세상으로 바뀌게 될 것일세. 후천세상에서는 인간세상의 존재들도 우리들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 바일세."
대각사의 대답에서 알 수 있듯, 별천세계의 천중들은 태어나고 죽는 일이 없으며 늙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없어, 생로병사의 고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생로병사의 고해로부터 자유로운 삶, 이보다 세상에 태어난 존재들이 갈망하고 추구하는 이상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피땀 흘려 애쓸 필요도 없고, 부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애를 태울 필요도 없는 천중들, 그들이 사는 곳이 극락이요 낙원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았다.
남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천중들이 살아가는 그 세상은, 어디를 가든 힘겨운 삶에 지쳐서 투쟁을 벌이거나 싸우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화목한 웃음소리만 사방에 울려 퍼지는 세상이었다.
대각사의 설명대로 인간들 세상에서는 속히 우주개벽이 일어나고 후천세상이 찾아와서 별천세계의 천중들처럼 삶과 죽음의 고뇌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별천세계를 방문했을 때 운 좋게도 커다란 볼거리가 발생했다. 별천세계의 만방에서 살고 있는 천중들이 구름떼처럼 모여서 만방축제를 벌이는 날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만방축제를 위해 별천세계의 온 천지에서 모여든 천중들은 과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들이 각각 타고 온 사슴마차들의 행렬도진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만방축제에 참석한 천중들은 저마다 멋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온갖 장식으로 치장한 채색 구름옷을 걸치고 나왔는데, 인산인해를 이룬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축제에 참석한 천중들의 머리와 의상에는 보석장식들이 반짝거렸고, 하늘거리는 몸짓으로 나비처럼 춤추는 모습들이 무아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대각사가 시키는 대로 타고 온 사슴마차에서 내려 천중들과 함께 어울리며 별천세계의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아니는 금세 천중들의 춤을 배워서 나에게 알려주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함께 춤을 추었다.
축제장을 중도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대각사를 따라 영산으로 향했다. 날개 달린 사슴마차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갈 때, 높이도 분간할 수 없는 거대한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곳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끝도 없이 길고 긴 구름다리들이 영산 계곡의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또 다른 별천지였다.
영산은 구름 위로 솟아 있는 수많은 봉우리와 계곡들 그리고 천길만 길 높아 보이는 절벽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구름다리들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줄 모를 것 같았다.
대각사는 구름다리의 입구처럼 보이는 곳으로 안내하더니, 사슴마차를 몰아서 출렁거리는 구름다리를 지나 어디론가 향했다.
구름다리가 지나가는 절벽 밑의 계곡에는 오색채운이 가득 고여 뭉게뭉게 떠다니고, 사슴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구름다리에도 안개처럼 구름이 싸여 멀리까지 내다보이지도 않았다.
비호처럼 빠른 사슴마차는 쏜살처럼 구름다리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달려도 달려도 미로 같은 영산의 계곡만 나타날 뿐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구름다리 위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슴마차들도 긴 행렬처럼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구름다리는 사방으로 가지가 뻗어나가듯 미로를 향해 이어지고 있었는데, 구름다리를 달려가는 사슴마차들의 방향이 모두 달랐다.
우리를 태운 사슴마차가 거의 목적지에 도달하자 밝은 구름으로 둘러싸인 터널 같은 곳이 나타났고, 구름으로 만들어진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또 다른 천중들의 세상이 나타났다.
오색채운의 꽃구름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구름 위로는 누각 같은 지붕들이 보일 듯 말 듯 솟아 있는데, 지천에는 온갖 기화요초들이 피어 그 향기가 천지에 진동하는 듯 했다.
그곳에는 대천자가 살고 있었는데, 대천자는 천중들의 리더였다. 대각사가 우리를 그곳 세상으로 안내한 것은 대천자를 배알하기 위해서였다.
대천자는 쉴 틈 없이 구름떼처럼 몰려온 천중들을 향해 깨달음을 전파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투명한 빛의 존재들도 더 깨달으며 살아야 할 일이 있는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도 대천자는 천중들 앞에서 큰 가르침을 펼치고 있었는데, 아니와 나도 운 좋게 천중들 틈에서 대천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천자는 연분홍빛이 감도는 구름옷을 몸에 휘어 감고 있었는데, 흑단 같은 머리에는 별처럼 반짝이는 보석이 반짝거리고 발등까지 뒤덮은 옷자락에서는 오색의 형광 빛이 빛났다.
대천자의 용모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데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도저히 분간할 방법이 없고, 그가 말할 때는 많은 물소리가 함께 섞여서 나는 듯 했다.
물소리 같은 대천자의 목소리는 구름떼 같은 천중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었다.
대천자의 강연은 3천 신선년을 계속되어 왔으며, 앞으로 또 3천 신선년이 지나더라도 천중들의 배움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천자는 천중 강연을 마치고 우리들에게 배알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대천자는 우리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대각사와 별천주술을 나누며 정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아니와 나도 두 천자들의 곁에 나란히 앉아서 따라주는 별천주를 한 잔씩 마셨다.
별천주의 기운이 온몸에 퍼져가자 슬그머니 취기가 오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저절로 춤도 추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었다.
대천자와 대각사도 별천주에 취해서 기분이 좋아진 듯 했고, 그때 무희처럼 보이는 천솔들은 보석으로 장식된 악기를 타면서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니와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나 무희들과 어울려 함께 춤을 추며 별천주에 취한 흥을 북돋았다.
그렇게 별천주를 나누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우리들은 누구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대천자와 대화를 나누고 대각사와 대화를 나누고 대천자의 무희와 천솔들과도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말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영혼과 영혼, 마음과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였던 것이다.
이외에도 대각사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별천세계의 만방을 주유하며 색다른 체험을 즐겼는데, 돌아오는 길이 아쉽고 영원히 머물고 싶은 세상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도 우주공간을 바라볼 때 비밀의 세상이 눈앞에 나타나는 듯 하고, 나이도 모르고 생로병사의 고해도 잊은 채 살아가는 별천세계 천중들의 삶이 한없이 부럽게 느껴지며 생각날 때가 많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3 <4차원 문명세계를 향한 UFO 여행기>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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