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
에너지/소재
이동욱 연구위원
[S-Oil] 금리 인상, 정유주에는 왜 호재가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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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가 신규 설비에는 할인율을, 기존 설비에는 희소가치를 부여한다
금리 인상은 통상 정유주에 부정적인 변수로 인식된다. 경기 둔화와 석유제품 수요 위축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정유업에서는 수요 못지않게 공급 측면의 영향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정제설비는 대규모 자본이 선투입되고 투자 회수기간도 긴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신규 프로젝트의 자본비용과 요구수익률이 올라가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장기 석유수요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신규 투자의 경제성은 빠르게 낮아진다. 노후 설비 역시 환경규제 대응과 설비 고도화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자본비용 상승에 취약하다. 결국 고금리는 신규 증설의 문턱을 높이고 고원가 노후 설비의 퇴출 압력을 높이는 변수다.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다면 기존 정제설비의 가동률과 상대적인 자산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S-Oil의 정제설비는 신규 설비의 경제성이 낮아질수록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와 정제마진을 연결하는 보다 직접적인 경로는 재고다. 원유와 석유제품은 재고 자체가 상당한 운전자본을 필요로 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정유사뿐만 아니라 트레이더와 유통업체의 재고 금융비용도 높아지고, 공급망 전반에서 적정 재고 수준을 낮추려는 유인이 커진다. 물론 현재의 낮은 제품재고를 금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정제설비 차질과 폐쇄, 지역별 수급 불균형 등 보다 직접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재고가 낮을수록 수급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기보수나 예상치 못한 설비 정지, 계절적 수요 증가가 발생했을 때 재고가 충분하다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재고가 낮은 환경에서는 제품 현물가격이 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원유가격보다 휘발유/경유/항공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크랙은 확대된다. 금리가 정제마진을 직접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재고를 충분히 보유하기 어려운 환경을 강화하여 작은 수급 충격이 더 큰 마진 변화로 전이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 때문에 최근 정유 업종에서는 정제마진의 고점보다 지속기간을 더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경기 회복과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마진 상승의 출발점이었다면, 지금은 낮은 재고와 제한된 공급 여력이 높은 가동률을 얼마나 오래 유지시키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수요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공급 측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 정제마진은 과거 평균으로 빠르게 회귀하기 어렵다. 특히 높은 고도화율과 안정적인 가동능력을 갖춘 업체는 이러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S-Oil을 비롯한 국내 정유업체의 실적 역시 유가의 절대 수준보다는 휘발유/경유/항공유 크랙과 높은 가동률이 어느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에 더 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 IBK투자증권의 기존 정유 스팟 리포트(9/4일)에서 언급한 정제마진을 고점보다 지속기간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