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인디언이 보자기를 둘러쓴 채 미용실에서 롤을 감고 있다면? 깃털 꽂은 인디언이 싸이를 패러디한 '인디언 스타일'을 흥겹게 추고 있다면? 맥주 한 병과 기린을 대동하고 당구장에 나타난 인디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장면이다.
김난 작가는 현대문명과 문맹 속 인디언의 만남을 주제로 이 같은 작업을 펼쳤다. 작가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남들과 소통하고 발 맞추어 나아가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접하고 적응해 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해 줄 표상으로 인디언을 등장시켰다"면서 "남들과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접하지만, 소통 부재로 갈등이 이어지면서 더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놓지 않기 위해, 소통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디지털 기기에 매달리는 우리의 행위와 상황들이 점점 더 혼자만의 방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아트센터 '제2회 김난·손희주 청년작가 기획초대전'. (051)747-7042
☆*…나전칠기는 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고유문화다. 나전 한자를 풀이하면 소라 라(螺), 비녀 전(鈿)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개'라는 고유어를 써 왔다. 그래서 그 만드는 일을 '자개박이' 또는 '자개박는다'라고 일컫는다.
누리마루 하우스, 광안대교, 부산이미지, 바다 속 꽃돔, 인어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의 특성이 나전칠기로 소개됐다. 부산나전칠기보존회가 계사년 첫 전시로 회원작가 8명(김관중 이은환 김영필 등)과 함께 작품전을 열었다.
무지개 빛 영롱한 전복, 소라 등의 껍데기 위에 수차례 옻칠을 해 광을 낸 통영 전통의 나전칠기 작품들이다. 작품에 따라 1~2개월, 길게는 5~6개월씩 공정이 걸렸다. 아름답고 찬란한 나전칠기의 다양한 기법을 응용해 자개로 펼쳐지는 신비로운 바다 속 해양생물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14일까지 부산 동래구 온천장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 '2013 바다 속 나전칠기 세계'전. 010-2797-6488
☆*…제주도 바다마을의 해 질 녘 인상, 부산교대 앞 철길 언덕에 핀 호박꽃과 그 뒤로 보이는 마을의 전경, 어느 가을 경주 계림에서 느낀 바람, 연꽃 핀 푸른 달밤의 서정, 집으로 돌아가는 눈길,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 혹은 마음….
설종보 작가가 마음에 둔 '기억의 공간'이다. 작가는 일상의 모습, 생각의 단편을 정감 있는 작품들로 담아내고 있다. 밥상을 두고 도란도란 둘러앉은 가족이나 마당에서 긴 장대로 감을 따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 등 소시민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지친 어깨를 다독여준다. 이번에는 눈길을 걷는 오붓한 세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끌고 저만치 앞서 가고 모자는 우산을 함께 쓰고 얼굴을 마주보며 걷는다. 재잘거리는 아이의 수다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랑 가득한 눈빛을 보낼 어머니가 보인다.
작가는 "사람은 누구나 기억의 공간을 갖고 있다. 그 기억은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삶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사소한 기억의 공간이지만 소중하게 자리매김한 것들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김재선갤러리 설종보-'기억의 공간'전. (051)731-5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