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동네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연중 50% 세일을 한다. 백화점에서도 신상품이 세일 가격으로 팔린다. 처음부터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해서 판다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즉 사기세일이다.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서 연중 50% 할인을 해주는 아이스크림과 백화점 사기세일이 떠오른다. 대체 뭘 기준으로 한 반값이냐는 것이다.
할인도 내부 속 사정을 보면 많이 다르다.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을 해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순이익을 기준으로 할인을 해주는 것도 있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할인을 해준다면 50% 세일이건 90% 세일이건 별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판매가를 기준으로 반값 할인을 한다면 결론은 딱 두가지다. 하나는 그 전에 무진장 폭리를 취한 것이고 또 하나는 회사 망하라는 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논쟁을 통해 우리 정치의 문제점을 본다면...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학생들이 당장 총선에서 유권자가 된다는 현실 때문이겠지만 의무급식과 비교하면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말이 안된다.
대학은 기본권적으로는 교육의 권리보다는 학문의 자유에 가까운 곳이고 의무교육의 대상도 아니다. 대학교육이 일반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또 대학은 원래 학문을 하는 곳이니만큼 아무나 대학에 갈 수 있게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국민세금으로 대학등록금을 지원해 주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반값 등록금은 부실 엉터리 대학재단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사실 반값 등록금은 이미 어느 정도는 실시되고 있다. 바로 국립대다. 국가적 차원의 인재육성과 기초학문의 증진은 국립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만일 반값 등록금에 사용될 재원이 있으면 그 돈으로 국립대의 정원을 늘리거나 증설하는 것이 옳다.
반면 사학은 자율이 원칙이다. 등록금을 얼마로 책정을 하든 어떤 학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든 정부가 관여할 바가 못 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회계의 투명성을 감시하거나 국립대를 통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다.
사실 교육의 수요가 많은 이유로 명문으로 불리는 사립대가 많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그 지방의 명문대학의 위치는 국립대가 점하고 있다.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높아서 명문대가 된 것이 아니라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소위 명문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위 일부 명문사립대학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교육에 투자는 커녕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것이다. 즉 반값 등록금은 이런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 못된다.
반값 등록금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반값 등록금은 단순히 등록금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교육체계 속에서 논의되어야할 문제다. 따라서 논의의 주체는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아니라 국회교육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비합리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더 큰 틀의 논의 속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박근혜는 행동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박근혜가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박근혜는 이미 행동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쟁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우리 정치의 최대 문제점은 인물중심이라서 공식적인 조직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박근혜가 대중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고 당대표가 되고 나중에 대권까지 거머쥔다고 하자. 하지만 그 결과는 결국 또다시 식물국회 거수기정당으로 귀결될 뿐이다.
박근혜가 아래로부터 수렴되어 정해진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고수하는 것도 인물중심의 전근대적 정치과정에서 탈피하기위해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회와 정당은 독립성을 유지해야하고 또한 차차기 정치지도자를 검증하고 발굴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사실 정말 한나라당이 위기이고 그래서 대선주자급 인물이 한나라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김문수든 정몽준이든 사심없이 당대표경선에 뛰어들면 된다. 그들이 당대표가 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그저 그들의 사심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오로지 생존의 위기에 내몰려 쇄신을 외치는 한나라당 소장파와 급조된 신주류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이 박근혜를 따라갈 만한 역량도 진정성도 없다는 것이다. 언론도 다를 바 없어서 박근혜가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다를까??
국민 전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안 세력을 자칭하는 이들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 만큼은 분명하다. 여전히 종북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반값 등록금 등의 이슈를 어떻게 길거리투쟁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결국 그들이 집권한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명확한 증거보다는 이분법적 편가르기로 먼지털기식 수사가 이루어진 결과였다. 박지만 건도 다를바 없다. 명확한 혐의나 증거가 아니라 그저 누가 누구랑 친했다더라는 이유로 해명을 요구하고 먼지털기식 수사를 요구하고 비난한다. 문제는 이것이 야당의 문제만이 아니라 좌파언론이나 그 지지자들의 공통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부정부패 문제는 터져나왔고, 괘심죄에 걸려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해고를 당하고 무대에서 사라지는 연예인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반성은 커녕 이를 전혀 인식조차 못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노무현과 이명박이 주고 받기식으로 정권교체를 하면 과연 대한민국이 달라질 수 있을까??
정치가 달라지려면 국민들이 그저 정권교체가 아니라 누가 패거리 문화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하면 국회가 독립성을 유지해 국민을 대의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의 침묵은 국민에게 권한을 되돌려주는 행동이고, 국민은 그 권한을 누구에게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쇄신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고,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부터 할려면 절차를 지켜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