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잊어버리자고 애쓸수록 더 잊혀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리움에 사무친다는 말이 그런 경우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바다 기슭’은 구원의 장소다. ‘바다 기슭을 걸어보는’ 것으로 마음은 정화된다. 해소되지 않는 ‘추억’의 갈증은 사무치는 그리움의 부작용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
사흘’ 하염없이 바다 기슭을 걷는 사람은 구원과 형벌을 다 받고 있다. 그에게 그리움은 전혀 퇴색하지 않는 얼굴로 ‘여름 가고 가을 가’는 시간의 물결 속에서 어룽댄다.
그리움은 물러섬이 없다. 사람을 불러내 끝없이 헤매게 만든다. 젊은 날 박상규의 ‘하루 이틀 사흘’을 부르며 이송도, 해운대, 광안리 바다 기슭을 쏘다니던 것도 그리움의 성분 탓 아니었을까? 그리움은 독과 같아서 한 번 몸 안에 들어오면 광기에 휩싸여 천지를 떠돌 수밖에 없다. 참으로 기이하고 기구한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