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차세대 ‘브로드웰’ 프로세서까지 지원하는 9시리즈 칩셋을 선보이고, 이를 탑재한 메인보드 제품이 시장에 대거 출시된지 벌써 한 달 이상이 지났다. 물론 ‘브로드웰’ 프로세서는 올해 안에 출시된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고, 중간계투로 나선 ‘하스웰 리프레시’는 기존 ‘하스웰’과 큰 차이가 없어 PC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오진 못하고 있다.
다만 9시리즈 칩셋에서 새롭게 지원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SATA 익스프레스’와 ‘M.2’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실제 PC를 사용하면서 체감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SSD나 HDD같은 저장장치인데, 이들 새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SSD나 HDD의 성능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인텔 9시리즈 칩셋 장착 메인보드에서 제공하는 'M.2'와 'SATA 익스프레스' 인터페이스
하지만 SATA 익스프레스와 M.2는 벌써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의 기로에 서있다. 구현 방식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컨셉이나 최대 성능 등에서 두 인터페이스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같은 기능의 인터페이스가 두 개씩 따로 있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대부분의 9시리즈 보드에서 M.2와 SATA 익스프레스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애초부터 양자 택일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과연 두 가지 새로운 인터페이스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승자는 어느 쪽일까.
기존에 PC에서 제공하던 SATA3가 최대 6Gb/s의 대역폭을 지원하는 반면, M.2와 SATA 익스프레스는 60% 이상 더 빠른 10Gb/s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인터페이스의 모양도 다르고 출발점도 기존 SATA와 mSATA로 다르지만, 기술적으로는 ‘PCI 익스프레스’를 응용해 더 빠른 속도를 구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M.2 방식 SSD 제품들은 이미 시장에 출시되어 판매 중이다.(이미지=다나와 캡쳐)
그러나 시장에 출시된 지 한 달 이상이 지난 지금, 승부의 추는 M.2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일단 SATA 익스프레스 측은 경쟁을 펼칠 ‘선수’조차 없다. M.2 진영은 마이크론, ADATA 등 다양한 제조사 제품이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SATA 익스프레스를 채택한 SSD나 HDD는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6월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4에서 웨스턴디지털이 SATA 익스프레스를 지원하는 하드디스크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선보인 것이 전부다. 웨스턴디지털과 더불어 HD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씨게이트에선 아예 소식조차 없다.
▲ 지난 컴퓨텍스에서 WD가 선보인 프로토타입 SATA 익스프레스 HDD(사진=WD)
애초에 M.2 인터페이스가 SSD에 최적화된 방식임에 비해 SATA 익스프레스는 기존의 HDD에 최적화된 방식이라는 점도 M.2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SSD는 기존 SATA3의 최대 성능에 근접한 500MB/s 내외의 성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SSD 기술은 이미 SATA3의 성능을 초월한지 오래됐다. 전문 용도의 PCI 익스프레스 방식 SSD 제품은 이미 초당 1GB 이상의 전송속도를 제공한다. 오히려 SATA3가 SSD 성능 향상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 더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M.2 인터페이스는 SSD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그러나 HDD의 성능은 여전히 SATA3 조차 최대한 쓰지 못하고 있다. 원형의 디스크를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HDD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인터페이스는 SATA3를 채택한 최신 제품들도 전송속도가 200MB/s 내외에 머물고 있다. 당연히 SATA 익스프레스에 연결해도 더 빨라질 리가 없어 도입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기업용 제품에서 쓰는 1만, 1만5000 rpm의 고속 제품에 적용할 수 있지만, 해당 제품들은 가격도 비싸 그나마 남아있던 ‘가격 대비 저장용량’이라는 장점이 퇴색되니 더 의미가 없다.
▲ 기존 SATA에 비해 부피가 배 이상 커진 SATA 익스프레스는 노트북 등 모바일 PC에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사진=WD)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걸림돌이다. M.2는 mSATA와 비슷한 작은 크기의 전용 슬롯을 사용해 일반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노트북 등에도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반면 SATA 익스프레스는 기존의 SATA포트를 2개씩이나 쓰는 디자인에 추가포트까지 사용하는 바람에 커넥터 크기가 과거의 IDE만큼이나 커졌다. 데스크톱에선 큰 문제가 없겠지만 노트북이나 소형 PC 등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M.2는 노트북에 적용하기도 쉽다.(사진=아스크텍)
결론적으로 SATA 익스프레스와 M.2의 인터페이스 대결은 M.2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출시된 9시리즈 칩셋 보드 중 두 인퍼테이스를 모두 갖춘 제품들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때문에 당장 연결해서 쓸 제품도 없는 SATA 익스프레스는 더 경쟁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