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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여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치장한다.
女 : 계집 녀(女/0)
爲 : 하 위(爪/8)
悅 : 기쁠 열(心/7)
己 : 몸 기(己/0)
者 : 놈 자(耂/5)
容 : 얼굴 용(宀/7)
기쁠 悅(열)은 '순종하다', '사랑하다'란 뜻이 있다. 얼굴 容(용)은 '용량', '받아들이다', '치장하다', '맵시내다'란 뜻도 있다.
'여인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한다'란 뜻의 이 성어는 남녀 성 평등이 강조되는 요즘 세상에 무슨 엉뚱한 말인가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이 구절의 앞에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란 뜻의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와 함께이면 달라진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진심을 알고서 항상 감싸주는 사람에게 나쁜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라 한 사람도 있다.
자객(刺客)은 사람을 찔러 죽이는 전문적인 킬러를 말한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 5명의 자객들을 등장시켜 박진감 있게 그린다.
자객열전에서 살인자인 이들을 협객으로 높인 것은 개인적인 은원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렸기 때문이다.
진(晉)나라 사람인 예양(豫讓)은 유력 씨족이었던 지백(智伯)에게 발탁되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지백은 별 볼일 없던 그의 사람됨을 높이 평가하고 신임했다.
하지만 세력다툼에서 조양자(趙襄子)에게 패배하고 지백은 두개골이 요강으로 사용되는 수모를 입었다.
예양은 산속으로 도망치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꾸민다고 했다. 목숨을 바쳐 지백의 원수를 갚아야만 내 영혼이 그에게 부끄럽지 않으리라.'
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以報智伯, 則吾魂魄不愧矣.
예양은 변장을 하고 몇 번이나 조양자를 습격했으나 실패했다. 의리 있는 선비라며 풀어주자 몸에 옻칠을 하고 문둥병을 가장하여 또 암살을 기도했지만 또 실패하자 조양자의 옷을 달라고 하여 옷을 찌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칠신탄탄(漆身呑炭)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인재를 등용할 때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고 진심으로 그의 능력만을 산다면 배신당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상관의 덕으로 권력을 휘둘렀더라도 성심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 자신이 불리할 때면 등을 돌린다.
하급자의 배신을 욕하기 전에 상급자가 성심껏 자신을 대해 주었는지 알아 볼 일이다. 모든 일에는 신뢰가 가장 앞서기 때문이다.
사기열전(史記列傳) 卷86
자객열전(刺客列傳)
①조말(曹沫), ②전제(專諸), ③예양(豫讓), ④섭정(聶政), ⑤형가(荊軻)
자객열전(刺客列傳)에서는 노(魯)나라의 조말(曹沫), 오(吳)나라의 전제(專諸), 진(晉)나라의 예양(豫讓), 한(韓)나라의 섭정(聶政), 연(燕)나라의 형가(荊軻) 등 다섯 명의 자객(刺客)에 대해 실려 있다.
사기열전(史記列傳) 卷86
자객열전(刺客列傳) ③예양(豫讓)
예양(豫讓)은 춘추(春秋) 말기 진(晉)나라 지씨(智氏)의 가신이다. 처음에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섬기다가 뒤에 지백(智伯)을 주인으로 섬겼는데, 지백이 그를 매우 존경하고 총애하였다.
조양자(趙襄子)가 지백(智伯)을 살해하자, 예양은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하여 죽는다'고 보복을 맹세한 뒤 죄인으로 가장하여 비수를 품고 조양자의 변소에 잠입하여 그를 죽이려다가 발각되었다.
조양자는 그를 의인(義人)이라 생각하고 석방하였다. 그 뒤 예양은 몸에 옻칠을 하여 나환자로 변장하고, 벙어리, 거지의 행세를 하며 다시 기회를 기다렸다가 조양자가 외출할 때 다리 밑에 숨었다가 그를 찔러 죽이려고 하였으나, 말이 놀라는 바람에 다시 붙들렸다.
조양자가 이번에는 그를 용서하지 않자, 예양은 조양자에게 간청하여 그의 옷을 받아 칼로 3번 친 뒤, '내가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게 되었구나'고 말하고, 칼에 엎어져 자결했다.
1️⃣
其後七十餘年而晉有豫讓之事.
그로부터 칠십 여년이 지난 후 진나라의 예양의 사건이 있었다.
2️⃣
豫讓者, 晉人也, 故嘗事范氏及中行氏, 而無所知名.
예양은 진(晉)나라 사람으로 일찍이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섬겼으나 명성은 알려지지는 않았다.
去而事智伯, 智伯甚尊寵之.
예양이 그들을 떠나서 지백(智伯)을 섬겼는데 지백은 예양을 매우 존중하고 총애했다.
及智伯伐趙襄子, 趙襄子與韓, 魏合謀滅智伯, 滅智伯之後而三分其地.
지백이 조양자(趙襄子)를 칠 때 조양자는 한씨(韓氏)와 위씨(魏氏)와 공모해 지백을 멸하고, 지백을 멸한 뒤에 그의 땅을 셋이 나누어 가졌다.
趙襄子最怨智伯, 漆其頭以為飲器.
조양자는 지백에게 원한이 많아 지백의 두개골에 옻칠을 해서 술잔으로 사용했다.
豫讓遁逃山中, 曰: 嗟乎. 士為知己者死, 女為說己者容. 今智伯知我, 我必為報讎而死, 以報智伯, 則吾魂魄不愧矣.
예양이 산 속으로 도피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한다. 이제 지백이 나를 알아주었으니 내 반드시 원수를 갚고 죽어 지백에게 보답한다면 내 혼백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乃變名姓為刑人, 入宮涂廁, 中挾匕首, 欲以刺襄子.
이에 성명을 바꾸고 죄수가 되어 조나라의 궁에 들어가 변소의 벽을 발랐는데, 몸속에 비수를 품고 기회를 틈타 자양을 찔러 죽이려고 생각했다.
襄子如廁, 心動, 執問涂廁之刑人, 則豫讓, 內持刀兵, 曰: 欲為智伯報仇.
조양자가 변소에 가다가 가슴이 두근거려 변소의 벽을 바르는 죄수를 잡아다 심문하니, 예양이었으며 옷 속에 무기를 지녔다. 예양이 말했다.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고자 하오!'
左右欲誅之.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했다.
襄子曰: 彼義人也, 吾謹避之耳. 且智伯亡無後, 而其臣欲為報仇, 此天下之賢人也. 卒醳去之.
그러자 조양자가 말했다. '저 자는 의로운 자다. 내가 조심해 피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지백은 죽고 후손도 없는데, 그의 신하가 원수를 갚겠다고 하니, 이 자야말로 천하의 현인이다'며 마침내 그를 풀어주어 가게 하였다.
3️⃣
居頃之, 豫讓又漆身為厲, 吞炭為啞, 使形狀不可知, 行乞於市.
얼마 뒤 예양은 다시 몸에다 옻칠을 해 문둥이처럼 꾸미고, 숯을 삼켜 목을 쉬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없게 한 뒤 저자에 나가 구걸을 했다.
其妻不識也.
그의 아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行見其友, 其友識之, 曰: 汝非豫讓邪.
그의 친구가 보게 되니 그의 친구는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자네는 예양이 아닌가?'
曰: 我是也.
예양이 말했다. '바로 나일세.'
其友為泣曰: 以子之才, 委質而臣事襄子, 襄子必近幸子. 近幸子, 乃為所欲, 顧不易邪. 何乃殘身苦形, 欲以求報襄子, 不亦難乎.
그의 친구는 울면서 말했다. '자네의 재능으로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 양자를 섬긴다면, 양자는 반드시 자네를 가까이하고 총애할 것일세. 가까이하고 총애 받는 신하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오히려 쉽지 않겠는가? 왜 자기 몸을 해치고 얼굴을 추하게 만들어 조양자에게 보복하려고 하는가? 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豫讓曰: 既已委質臣事人, 而求殺之, 是懷二心以事其君也. 且吾所為者極難耳. 然所以為此者, 將以愧天下後世之為人臣懷二心以事其君者也.
예양이 말했다. '기왕 예물을 바치고 남의 신하가 되어 섬기면서, 그를 죽이려 한다면, 이는 두 마음을 품고서 군주를 섬기는 짓이 되네. 또한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바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네! 그러나 이를 하는 까닭은 천하 후세에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고 군주를 섬기는 자들로 하여금 부끄럼을 느끼게 만들도록 하려는 것이네.'
4️⃣
既去, 頃之, 襄子當出, 豫讓伏於所當過之橋下.
그렇게 말하고 가버린 얼마 후 양자가 외출할 때, 예양은 양자가 지나가려는 다리 밑에 숨어 있었다.
襄子至橋, 馬驚, 襄子曰: 此必是豫讓也.
양자가 다리에 이르자 말이 놀라니 양자가 말하였다. '이는 틀림없이 예양일 것이다.'
使人問之, 果豫讓也.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심문을 하니 과연 예양이었다.
於是襄子乃數豫讓曰: 子不嘗事范, 中行氏乎. 智伯盡滅之, 而子不為報讎, 而反委質臣於智伯. 智伯亦已死矣, 而子獨何以為之報讎之深也.
이에 양자가 예양을 꾸짖으며 말했다. '그대는 과거에 범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는가? 지백이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으나 그대는 그 복수는 하지 않고, 도리어 예물을 바쳐 지백의 신하가 되었다. 지백도 이미 죽었는데 그대 홀로 어찌 지백을 위한 복수심이 이렇게 깊은가?'
豫讓曰: 臣事范中行氏, 范中行氏皆眾人遇我, 我故眾人報之. 至於智伯, 國士遇我, 我故國士報之.
예양이 말했다. '신이 범씨와 중항씨를 섬길 때 범씨와 중항씨는 모두 저를 보통 사람으로 대우했기에, 저 또한 보통 사람 대하듯 그들에게 보답했습니다. 그러나 지백은 저를 국사(國士)로서 대우했고 저도 국사로서 그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오.'
襄子喟然嘆息而泣曰: 嗟乎豫子. 子之為智伯, 名既成矣, 而寡人赦子, 亦已足矣. 子其自為計, 寡人不復釋子. 使兵圍之.
조양자가 한숨 쉬며 탄식하고 울면서 말했다. '아, 예자(豫子)여! 그대가 지백을 위한 명분은 이미 이루어졌고, 과인이 그대를 용서한 것도 이미 충분하였네. 그대가 스스로 계책을 헤아려 보라. 과인은 다시 그대를 놓아주지 않으리라!'고 하고는 병사들에게 그를 포위하게 했다.
豫讓曰: 臣聞明主不掩人之美, 而忠臣有死名之義. 前君已寬赦臣, 天下莫不稱君之賢. 今日之事, 臣固伏誅, 然願請君之衣而擊之, 焉以致報讎之意, 則雖死不恨. 非所敢望也, 敢布腹心.
예양이 말하였다. '신이 듣기로 총명한 군주는 남의 의로움을 덮어 가리지 아니하고, 충신은 명예를 위해 죽는 의리가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 군께서 이미 신을 관대히 용서하셨기에 천하에 군을 어질다고 칭찬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오늘의 일로 신은 반드시 형벌을 받아 죽겠소. 그러나 원컨대 군의 옷을 얻은 뒤 그것을 칼로 쳐서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게 해주신다면, 비록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오나 감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뿐입니다.'
於是襄子大義之, 乃使使持衣與豫讓.
이에 조양자는 그가 대의를 아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사람을 보내 옷을 가져다 예양에게 주도록 했다.
豫讓拔劍三躍而擊之, 曰: 吾可以下報智伯矣. 遂伏劍自殺.
예양은 칼을 뽑아들고 세 번을 뛰어 그 옷을 내려치면서 말했다. '내가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고는 마침내 칼에 엎어져 자결했다.
死之日, 趙國志士聞之, 皆為涕泣.
그가 죽던 날 조(趙)나라의 지사(志士)들이 이 소식을 듣고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조선 당대 철학자 서경덕과 황진이 야화
개성의 유명한 기생(娼妓) 황진이는 조선 500년 역사상 가장 시를 잘 쓴 시인 중의 한 사람이며, 어지러운 세상에 나가지 않고 독자적인 학문의 길을 걸은 조선의 대표적인 처사(處士) 서경덕(徐敬德)에 관하여 전해오는 야화가 있다.
황진이는 서경덕을 마지막 연인으로 목표를 삼았지만 서경덕은 명성답게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명한 기생(娼妓) 황진이는 기생이 아니라 ‘천리를 터득한 도인’이 되어 서경덕과 훗날 사제지간(師弟之間)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황진이의 애달픈 연정(戀情)에 대한 서경덕의 속일 수 없는 감정(感情)으로 응대하는 듯한 시조를 통하여 둘 만의 참을 수 없는 애틋한 연서(戀書)를 통한 교감을 알 수 있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도다. - 황진이
조선 중종 때 서경덕이 황진이를 대상으로 지은 시로 '해동가요'에 실려 있다.
마음이 어린 後(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萬重雲山(만중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서경덕-
그래서 훗날 서경덕과 황진이를 송도(松都.개성) 3절(三絶; 박연폭포, 서경덕, 황진이)의 하나로 부르는 것이다.
두 사람간의 소통과 연분(點一二口 牛頭不出)의 의미에 대한 야화다.
예전의 기생이 명기가 되려면 미색뿐 아니라, 글과 가무에 아주 능하여야 되는데 기생의 소문은 널리 퍼져 팔도의 많은 한량이 모두 당대 천하절색(天下絕色) 기생 황진이를 찾아가서 연정을 고백했다.
그때마다 이 기생은 한량의 청을 들어주는 대신 문제(點一二口 牛頭不出)를 내고 그 의미를 푸는 조건을 내 세웠다. 그러나 희대의 문장가라는 사람도 황진이가 낸 글을 풀이하지 못하고 허탈하게 돌아 갔다.
조선 성종 때 하루는 비록 남루했지만 범상치 않은 기품으로 보여 졌던 당대 철학자인 서경덕에게 황진이가 새 집필묵을 갈아 ‘點一二口 牛頭不出’ 써 보였다.
황진이가 낸 문제에 대하여 서경덕이 푼 황진이의 글 뜻은, 點一二口는 글자대로 點一二口이고, 글자를 모두 합치면
말씀 언(言) 자가 되고, 牛頭不出이란 '소머리에 뿔이 없다'는 뜻으로 牛에서 머리(뿔)를 떼어 버리면 (午) 자가 되는 것이다.
이 두글자를 합치면 허락할 허(許)자다. 결국 황진이는 서경덕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뜻을 이렇게 사행시로 전달한 것이다. 서경덕은 기생 황진이 글귀를 보고 빙긋이 웃으면서 황진이의 명주 속치마를 펼치게 한 후 단필(한자)로 '許'라고 썼다.
순간 기생 황진이는 서경덕에게 일어나 큰 절을 삼배 올렸다. 절 삼배는 산자에겐 한번, 죽은 자에겐 두번, 세번은 첫 정절을 바치는 남자에게 하는 여인의 법도(法道)라는 의미에서다.
그야말로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자기와 通하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女爲悅己者容)'는 기분에서 그날 밤 서경덕과 기생 황진이는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후 서경덕은 황진이에게 문창호지에 시 한수를 적어놓고 홀연히 길을 떠나 버렸다. '물은 고이면 강이 되지 못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아니한다. 내가 가는 곳이 집이요 하늘은 이불이며 목마르면 이슬 마시고 배 고프면 초목근피(草根木皮)가 있는데 이 보다 더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
이후 황진이는 서경덕을 잊지 못하고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 하였다. 수년을 찾아 해맨 끝에 재회한 선비 서경덕이 홀연히 떠나버린 것을 알고 이내 선비의 고고한 심증을 읽고서 '선비의 사랑은 소유해도 선비의 몸은 소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쳤다 .
아름다운 여인은 운명이 기박하다는 가인박명(佳人薄命), 황진이는 선비의 깊고 높은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평생을 서경덕을 그리워하되 흠모하며 사제지간(師弟之間)으로 살았다.
▶️ 女(계집 녀/여)는 ❶상형문자로 여자가 손을 앞으로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계집, 여자를 뜻한다. 보통 연약한 여성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엔 여자나 남자나 모두 人(인)과 같은 모양으로 쓰고 또 女(녀)라는 자형으로 써도 그것은 남녀의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신을 섬기는 경건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女자는 '여자'나 '딸', '처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女자는 결혼하지 않은 처녀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여성'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女자의 갑골문을 보면 무릎을 꿇고 단아하게 손을 모으고 있는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女자는 단아한 여성의 자태를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여자와 관계된 의미를 전달한다. 다만 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부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부장적이었던 고대 중국 사회에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문자형성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女(녀/여)는 ①여자 ②딸, 처녀 ③너 ④작고 연약한 것의 비유 ⑤별의 이름 ⑥시집보내다 ⑦짝짓다 짝지어 주다 ⑧섬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내 남(侽), 아들 자(子), 사내 랑/낭(郎), 어머니 모(母), 사내 남(男), 사내 랑/낭(郒)이다. 용례로는 아기를 직접 낳을 수 있는 성에 속하는 사람을 여성(女性),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을 여사(女史), 여성인 사람을 여자(女子), 남에게 자기 딸을 이르는 말을 여식(女息), 호걸스러운 여자를 여걸(女傑), 사위나 딸의 남편을 여서(女壻), 여자 직공을 여공(女工), 여자와의 성적 관계를 여색(女色), 여성으로 태어난 딸 자식을 여아(女兒), 어른이 된 여자를 여인(女人), 여자가 지켜야 할 떳떳하고 옳은 도리를 여덕(女德), 여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여도(女道), 여자가 잘 따르는 복을 여복(女福),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을 좇아야 한다는 말을 여필종부(女必從夫), 호협한 기상이 있는 여자를 일컫는 말을 여중호걸(女中豪傑), 여자는 존귀하고 남자는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사회적 지위나 권리에 있어 여자를 남자보다 존중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존남비(女尊男卑), 아침 이슬과 같이 덧없는 많은 백성을 일컫는 말을 여로창생(女露蒼生), 여자는 정조를 굳게 지키고 행실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여모정렬(女慕貞烈), 여자는 무슨 생각에 잠기기를 잘한다는 말을 여자선회(女子善懷), 여자가 먼저 나서서 서두르고 남자는 따라만 한다는 말을 여창남수(女唱男隨),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라는 뜻으로 신분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아니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을 이르는 말을 갑남을녀(甲男乙女),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나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곱다는 뜻으로 일러 내려오는 말을 남남북녀(南男北女), 남자는 짐을 등에 지고 여자는 짐을 머리에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이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것을 이르는 말을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높고 귀하게 여기고 여자는 낮고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사회적 지위나 권리에 있어 남자를 여자보다 존중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남존여비(男尊女卑), 마음씨가 고요하고 맑은 여자 또는 마음씨가 얌전하고 자태가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말을 요조숙녀(窈窕淑女), 남의 여자를 쫓다 제 아내를 잃는다는 뜻으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자신이 지닌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추녀실처(追女失妻), 하늘이 낸 열녀란 뜻으로 절개가 굳은 여인을 일컫는 말을 출천열녀(出天烈女) 등에 쓰인다.
▶️ 爲(할 위)는 ❶상형문자로 为(위), 為(위)는 통자(通字), 为(위)는 간자(簡字)이다.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양을 본떴다. 전(轉)하여 하다, 이루다, 만들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삼고 다시 전(轉)하여 남을 위하다, 나라를 위하다 따위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爲자는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爲자는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爲자를 보면 본래는 코끼리와 손이 함께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코끼리를 조련시킨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爲자의 본래 의미는 '길들이다'였다. 하지만 후에 코끼리에게 무언가를 하게 시킨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爲(위)는 ①하다 ②위하다 ③다스리다 ④되다, 이루어지다 ⑤생각하다 ⑥삼다 ⑦배우다 ⑧가장(假裝)하다 ⑨속하다 ⑩있다 ⑪행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사(徙),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옮길 이(移), 다닐 행(行), 구를 전(轉)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를 위함을 위국(爲國),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 다른 것에 앞서 우선하는 일이라는 위선(爲先), 힘을 다함을 위력(爲力), 첫번을 삼아 시작함을 위시(爲始),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생업을 삼음 또는 사업을 경영함을 위업(爲業), 사람의 됨됨이를 위인(爲人), 정치를 행함을 위정(爲政), 주되는 것으로 삼는 것을 위주(爲主), 예정임 또는 작정임을 위계(爲計), 진실한 즐거움을 위락(爲樂), 어떤 것을 첫 자리나 으뜸으로 함을 위수(爲首), 기준으로 삼음을 위준(爲準), 나라를 위한 기도를 위축(爲祝), 부모를 위함을 위친(爲親), 자기를 이롭게 하려다가 도리어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위총구작(爲叢驅雀), 치부致富하려면 자연히 어질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위부불인(爲富不仁), 바퀴도 되고 탄환도 된다는 뜻으로 하늘의 뜻대로 맡겨 둠을 이르는 말을 위륜위탄(爲輪爲彈),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되거나 안 되거나 좌우 간 또는 하든지 아니 하든지를 일컫는 말을 위불위간(爲不爲間), 선을 행함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을 위선최락(爲善最樂),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된다는 뜻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어육(爲魚肉), 어떤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새로이 마련함이나 남을 위해 정성껏 꾀함을 일컫는 말을 위인설관(爲人設官), 자손을 위하여 계획을 함 또는 그 계획을 일컫는 말을 위자손계(爲子孫計), 가난을 면하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귀소소(爲鬼所笑),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됨 또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지록위마(指鹿爲馬),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마부위침(磨斧爲針),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을 귤화위지(橘化爲枳), 손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이르는 말을 객반위주(客反爲主),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는 뜻으로 작은 것도 모이면 큰 것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진적위산(塵積爲山),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등에 쓰인다.
▶️ 悅(기쁠 열)은 ❶형성문자로 恱(열), 悦(열)의 본자(本字)이고 說(열), 兌(열)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兌(태; 없애다, 열)로 이루어졌다. 마음의 바르지 않음을 없애다의 뜻이 전(轉)하여 기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悅자는 '기쁘다'나 '기뻐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悅자는 心(마음 심)자와 兌(빛날 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兌자는 兄(맏 형)자 위로 八(여덟 팔)자를 그린 것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웃음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兌자에 心자가 더해진 悅자는 매우 기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悅(열)은 ①기쁘다 ②기뻐하다 ③심복하다 ④사랑하다 ⑤손쉽다 ⑥기쁨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쁠 희(僖), 기쁠 희(喜), 즐길 오(娛), 기쁠 이(怡), 즐거울 유(愉), 기쁠 희(憘), 즐길 낙/락(樂), 기쁠 흔(欣), 기쁠 환(歡), 달 감(甘), 즐길 탐(耽)이다. 용례로는 기뻐하고 즐거워함을 열락(悅樂), 즐거이 사랑함을 열애(悅愛), 기쁘게 여기어 사모함을 열모(悅慕), 음식이 입에 맞음을 열구(悅口), 기쁜 마음으로 순종함을 열복(悅服), 기뻐하는 얼굴빛을 열색(悅色), 어버이를 기쁘게 함을 열친(悅親), 기뻐하고 즐거워함을 열예(悅豫), 좋아하여 반함을 열미(悅美), 눈을 즐겁게 함을 열안(悅眼), 입에 맞는 음식을 일컫는 말을 열구지물(悅口之物), 이상以上과 같이 마음 편히 즐기고 살면 단란한 가정임을 일컫는 말을 열예차강(悅豫且康), 부근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먼 곳의 사람들이 흠모하여 모여든다는 뜻으로 덕이 널리 미침을 이르는 말을 근열원래(近悅遠來),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송무백열(松茂柏悅), 남녀가 좋아한다는 뜻으로 부부가 화락함을 이르는 말을 남흔여열(男欣女悅), 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하여 순종함을 일컫는 말을 심열성복(心悅誠服), 각 사람의 마음을 다 기쁘게 함을 이르는 말을 매인열지(每人悅之), 선정으로써 심신을 도우며 침식마저 잊고 즐겁게 생활함을 일컫는 말을 선열위식(禪悅爲食) 등에 쓰인다.
▶️ 己(몸 기)는 ❶상형문자이나 지사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본래 구불거리는 긴 끈의 모양을 본떴고, 굽은 것을 바로잡는 모양에서 일으키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일으키다의 뜻은 나중에 起(기)로 쓰고, 己(기)는 천간(天干)의 여섯번째로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己자는 '몸'이나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몸'이란 '나 자신'을 뜻한다. 己자의 유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몸을 구부린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굽의 있는 새끼줄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己자와 결합한 글자를 보면 새끼줄이 구부러져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己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己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상용한자에서는 뜻과 관련된 글자가 없다. 다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새끼줄이나 구부러진 모양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니 상황에 따른 적절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己(기)는 ①몸 ②자기(自己), 자아(自我) ③여섯째 천간(天干) ④사욕(私慾) ⑤어조사(語助辭) ⑥다스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여섯 번째를 기사(己巳), 열여섯째를 기묘(己卯), 스물여섯째를 기축(己丑), 서른여섯째를 기해(己亥), 마흔여섯째 기유(己酉), 쉰여섯째를 기미(己未)라 한다. 그리고 자기의 물건을 기물(己物), 자기 마음을 기심(己心), 자기가 낳은 자녀를 기출(己出), 자신의 의견이나 소견을 기견(己見), 자신의 초상을 기상(己喪), 자기의 소유를 기유(己有), 자기의 물건은 기물(己物), 제 몸이나 제 자신 또는 막연하게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자기(自己), 자기 이익만 꾀함을 이기(利己), 자신의 몸을 닦음을 수기(修己), 안색을 바로잡아 엄정히 함 또는 자기자신을 다스림을 율기(律己), 자기 몸을 깨끗이 함을 결기(潔己), 몸을 가지거나 행동하는 일을 행기(行己), 신분이나 지위가 자기와 같음을 유기(類己), 자기를 사랑함을 애기(愛己), 자기 한 몸을 일기(一己), 자기에게 필요함 또는 그 일을 절기(切己), 자기가 굶주리고 자기가 물에 빠진 듯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기기기익(己飢己溺), 중종때 남곤 일파 조광조 등을 쫓아내어 죽인 사건을 일컫는 말을 기묘사화(己卯士禍), 기미년 3월1일 일제에 항거하여 일어난 한국의 독립운동을 일컫는 말을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動), 자기 스스로를 돌이켜 봄을 일컫는 말을 자기관찰(自己觀察), 모든 사고와 판단과 행동을 자기 중심으로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본위(自己本位), 자기의 이해와 쾌락과 주장을 중심으로 삼고 남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 주의를 일컫는 말을 애기주의(愛己主義), 자기 존재를 인정 받으려고 남에게 자기를 과시하는 심리적 경향을 일컫는 말을 자기과시(自己誇示), 스스로에게 황홀하게 빠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도취(自己陶醉), 자신의 생활은 검약하게 하고 남을 대접함에는 풍족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약기유물(約己裕物) 등에 쓰인다.
▶️ 者(놈 자)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者(자), 者(자)는 동자(同字)이다. 원래의 자형(字形)은 耂(로)와 白(백)의 합자(合字)이다.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 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뜻한다. 또는 불 위에 장작을 잔뜩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者자는 '놈'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者자는 耂(늙을 노)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耂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노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者자의 갑골문을 보면 이파리가 뻗은 나무줄기 아래로 口(입 구)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탕수수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즙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탕수수'를 뜻했었다. 후에 者자는 '놈'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者(자)는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여, 어느 방면의 일이나 지식에 능통하여 무엇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뜻하는 말 (2)사람을 가리켜 말할 때, 좀 얕잡아 이르는 말로서, 사람 또는 놈 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놈, 사람 ②것 ③곳, 장소(場所) ④허락하는 소리 ⑤여러,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⑥이 ⑦~면(접속사) ⑧~와 같다 ⑨기재하다, 적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글을 쓰거나 엮어 짜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기자(記者),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살림이 넉넉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부자(富者), 힘이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집단을 약자(弱者), 그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업자(業者), 달리는 사람을 주자(走者),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신자(信者), 어떤 일에 관계되는 사람을 관계자(關係者), 물자를 소비하는 사람을 소비자(消費者),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근로자(勤勞者), 해를 입은 사람을 피해자(被害者),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노동자(勞動者), 희생을 당한 사람을 희생자(犧牲者), 부부의 한 쪽에서 본 다른 쪽을 배우자(配偶者), 그 일에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을 당사자(當事者), 권리를 가진 자 특히 선거권을 가진 자를 유권자(有權者),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일컫는 말을 회자정리(會者定離),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그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말을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뜻으로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근주자적(近朱者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소경의 단청 구경이라는 뜻으로 사물을 보아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함을 이르는 말을 맹자단청(盲者丹靑), 생존 경쟁의 결과 그 환경에 맞는 것만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차차 쇠퇴 멸망해 가는 자연 도태의 현상을 일컫는 말을 적자생존(適者生存), 소경이 문을 바로 찾는다는 뜻으로 우매한 사람이 우연히 이치에 맞는 일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맹자정문(盲者正門), 입이 관문과 같다는 뜻으로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구자관야(口者關也),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은 은혜에 감복하기 쉬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갈자이음(渴者易飮), 가난한 사람이 밝힌 등불 하나라는 뜻으로 가난 속에서도 보인 작은 성의가 부귀한 사람들의 많은 보시보다도 가치가 큼을 이르는 말을 빈자일등(貧者一燈),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는 뜻으로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임을 이르는 말을 자승자강(自勝者强),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성공자퇴(成功者退), 세상일은 무상하여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성자필쇠(盛者必衰), 떠나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진다는 뜻으로 평소에는 친밀한 사이라도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면 점점 서로의 정이 멀어짐을 이르는 말을 거자일소(去者日疎) 등에 쓰인다.
▶️ 容(얼굴 용)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谷(곡, 용)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谷(곡)과 큰 집에(宀)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이 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는 얼굴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容자는 '얼굴'이나 '용모'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容자는 宀(집 면)자와 谷(골 곡)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谷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로 응용되었다. 우선 갑골문에 나온 容자를 보면 內(안 내)자에 항아리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창고에)물건을 보관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방안에 항아리가 자리 잡은 모습을 통해 '보관하다'라는 뜻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마치 사람의 얼굴과도 같아 후에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를 뜻하게 되었다. 요즘 중국에서 囧(빛날 경)자를 '난감하다'라는 뜻으로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容(용)은 ①얼굴 ②모양, 용모(容貌) ③몸가짐 ④용량 ⑤속내, 속에 든 것 ⑥나부끼는 모양 ⑦어찌 ⑧혹(或),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⑨담다, 그릇 안에 넣다 ⑩용납하다 ⑪받아들이다 ⑫용서하다 ⑬치장하다, 몸을 꾸미다 ⑭맵시를 내다 ⑮조용하다, 누긋하다(성질이나 태도가 좀 부드럽고 순하다) ⑯권하다, 종용하다 ⑰쉽다, 손쉽다 ⑱어렵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관용을 베풀어 벌하지 않음을 용서(容恕), 사람의 얼굴 모양을 용모(容貌), 무릎을 간신히 넣는다는 뜻으로 방이나 장소가 매우 비좁음을 용슬(容膝),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언행을 받아들임을 용납(容納), 아주 쉬움을 용이(容易), 입을 놀림 또는 옆에서 말참견을 함을 용훼(容喙), 용납하여 인정함을 용인(容認), 용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을 용량(容量),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을 용의자(容疑者), 사물의 속내나 실속을 내용(內容), 남의 문물이나 의견 등을 인정하거나 용납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수용(受容), 허락하여 받아들임을 허용(許容), 도량이 넓어서 남의 잘못을 이해하여 싸덮어 줌을 포용(包容), 마음이 넓어 남의 말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을 관용(寬容), 범법자 등의 특정한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가둠을 수용(收容), 사물의 어떠함을 말이나 글 또는 시늉을 통하여 드러냄을 형용(形容), 침착하고 덤비지 않음을 종용(從容), 여자의 꽃다운 얼굴을 가용(佳容), 위엄 있는 모습을 위용(威容), 얼굴과 몸매가 뛰어나게 크고 씩씩하고 훌륭함을 일컫는 말을 용모괴위(容貌魁偉), 얼굴 모습과 몸매가 가지런하여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을 용자단려(容姿端麗), 대지가 만물을 포용하듯이 마음이 크고 너그러움을 일컫는 말을 용지여지(容之如地),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머리털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는 뜻으로 사태가 단단히 급박하여 조그마한 여유도 없음을 비유하는 말을 간불용발(間不容髮), 탐스러운 귀 밑머리와 꽃 같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빈화용(雲鬢花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