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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은 최초의 외국인 분과위원장이다. 한국 축구가 선진 축구의 방식과 사고를 이식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온 적은 있다. 하지만 미래와 직결되는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교육을 총괄하는 디렉터를 유럽에서 활동하던 인물로 채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선수를 키우는 사고와 체계를 바꾸겠다는 선택이다. 독일 출신인 뮐러 위원장은 지난해 말 사임한 박지성 전 유스전략본부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시스템에 철저히 기반하는 독일에서 유소년 축구 전문가로 활약해 온 그는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강사 생활을 10년간 했다. 각급 대표팀 코치, 분데스리가 클럽의 연령별 지도자도 맡은 바 있다. 그가 스카우트를 담당한 독일 21세 이하 대표팀은 2017년 UEFA 21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년 분야에 검증된 인물을 영입해 선진 방식의 훈련과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은 물론 정책까지 새롭게 입안하는 것이 뮐러 위원장의 영입 이유다.
지난해 4월 지도자교육 수석강사 겸 유소년 정책수석으로 임명되며 한국 축구 안으로 진입한 뮐러 위원장은 빠른 시간 안에 능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말대한축구협회는 15세 이하 각급 연령별 대표팀(남녀) 운영과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을 총괄하는 자리인 기술발전위원장에 그를 선임했다.
2019년부터 대한축구협회는 초등부에 8인제 축구를 본격 시행한다. 유럽 스탠다드로 무장한 뮐러 위원장이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한국 축구의 전반적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과 교육을 도입한 그는 잠시 UAE로 날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을 돕기 위해서였다. 뮐러 위원장은 벤투호의 코치들, 전력 분석관들과 팀을 이뤄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맞붙게 될 상대국을 아우르는 분석을 맡았다.협회 전임 지도자인 정정용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 김정수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벤투호의 자체 분석과 아시아 축구의 트렌드, 수준을 파악하는 역할을 했다.
아시안컵 기간 중 뮐러 위원장을 만나 유소년 축구를 비롯한 한국 축구 전체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현재 한국 축구 안에서 가장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그는 9개월의 짧은 시간에도 깊은 고민을 거듭한 모습이었다.
(※이 인터뷰는 바레인과의 16강전을 앞두고 진행됐습니다. A대표팀과 아시안컵, 특정 선수에 대한 언급은 시점의 차이를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 한국 축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소감은? 박지성 전 유스전략본부장이 직접 당신을 영입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끌렸는가?
작년 1월에 박지성 본부장과 박일기 팀장이 직접 독일로 왔다. 내 이력과 성과를 확인했고,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제안한 일들이 흥미로웠다. 박지성 본부장과 축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일본에서 잠시 일했던 게 아시아 축구와의 유일한 인연이다. 강사로 일하는 게 아니라 상주하며 큰 체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느끼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 그 전까지는 한국 축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나?
솔직히 잘 몰랐다.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이나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통해 이미지는 생겼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 알 순 없었다. 작년 4월에 처음 와서 전국을 돌며 한국 축구의 상황과 사회 전반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왜 지도자와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축구만의 범주 안에서 판단할 수 없다. 한국 음식, 한국 문화까지 알아가는 중이다.
- 유소년 단계에서 8인제 축구 도입에 결정적인 힘을 실을 것으로 알고 있다.
스몰사이드 게임이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하고 있고, 현재 유럽 대부분이 도입한 방식이다. 한국 축구는 초등부에 8인제를 도입하지만 독일의 경우 연령별에 따라 7인제, 9인제도 시행 중이다. 유아들은 5인제도 한다. 기본적으로 유소년 축구는 볼터치를 많이 하고, 1대1 상황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 좁은 공간과 강한 압박을 헤쳐 나가는 경기를 해야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축구를 즐기게 된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 경쟁하는 토너먼트는 치르지 않는다. 같은 횟수의 경기를 하는 페스티벌 형태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어른의 축구를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경기장만 조금 작아졌지, 11명의 선수가 어른의 전형과 전술, 그리고 이기는 게 최우선인 축구를 하고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11명 전체가 함께 하는 축구가 아니라 1~2명의 중요한 선수에게 의존하고 그들에게 공을 집중하고 있었다. 유소년 축구의 목적과는 완전히 상반된 방식이다. 그것부터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 뮐러 위원장이, 그리고 유럽 축구의 기준이 생각하는 유소년 축구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고 있는가? 그들이 축구를 시작할 때는 분명 그랬을 것이다. 나는 50세가 넘었지만 여전히 축구를 사랑한다.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내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걸로 보였다. 좋은 선수가 나오려면 우선 그들이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하려는 축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 다음이 좋은 코치들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다. 정책은 그 다음이다. 내가 한국에 와서 관찰한 동안 그런 부분이 결여됐음을 확인했다. 유소년 대회에 가 보면 지도자는 이기기 위해 선수에게 고함 친다. 선수들이 자신의 생각에 의한 플레이를 하지 않고, 감독의 지시만 따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 8인제 축구를 도입하면서 경기 중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못하는 규정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인가?
한국 축구는 이제 지도자와 학부모를 위한 교육과 성장에서 탈피해야 한다. 11인제가 익숙하고, 변화가 두렵겠지만 발전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지도자 교육을 통해 꾸준히 설명했다. 막상 대화를 나눠보면 지도자들도 그 부분에 공감한다. 다만 그들은 현실적으로 결과에 매달리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아마 한국의 유소년 축구가 변화하기 위해선 그 고리를 끊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유소년 단계에서 결과부터 따지면 어떤 정책을 도입해도 나아질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에 머물면서 알게 됐다. 한국 사회는 모든 일의 명분을 결과에 맞춘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과정이 나쁘면 결과는 지속적으로 나올 수 없다. 어쩌다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걸 위해 어떤 비용과 희생이 투자되겠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사고는 다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과정을 거칠 때 미래의 안정적 성과를 기대한다. 물론 축구에서 성과라는 게 원한다고, 준비한다고 다 나오진 않는다. 독일은 브라질월드컵에선 우승했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선 토너먼트도 못 갔다.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방향과 철학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시스템에 기반한 옳은 과정이 반복될 때 그 빈도가 높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그런 사고와 인내가 부족하다. 축구도 당연히 이 사회의 일부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환경에서도 한국은 대단한 재능의 선수들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믿기지 않는다. 왜 한국이 좋은 선수가 끊이지 않는지 이해가 된 부분도 있다. 정말 뛰어난 정신력과 배움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자기가 판단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더해져야 그런 재능이 잠재력에 그치지 않고 표출된다. 한국의 12세 이하 선수들은 지금 독일로 데려가도 아마 동일 연령대에서는 전승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15세, 17세,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반대로 격차가 벌어진다. 지도자가 시키는 것만 하는 축구 기계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 1명의 좋은 지도자가 100명의 좋은 선수를 길러낼 수 있다. 지도자 교육도 중요할 텐데?
당연히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도 손볼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아시아의 상위권 국가들이 고전했다. 아래에 있던 팀들이 빠르게 성장했는데 가장 큰 비결은 지도자 육성에 먼저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그 나라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철학과 사고를 갖고, 거기에 맞는 좋은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지녀야 한다. A대표팀 감독이 바뀌어도 그 부분은 바뀌면 안 된다.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 9개월 전과 현재의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이 긍정적으로 바뀐 부분은?
처음 한국에 와서 본 경기가 AFC 챔피언스리그였다. 전북의 이재성을 보면서, 저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가 아시아에도 있나 싶었다.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잘 헤쳐 나왔다. 지금은 독일로 가서 잘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저런 선수를 꾸준히, 많이 배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 한국의 젊은 선수 중 주목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김민재와 황인범이다. 둘 다 유럽에 가도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민재는 파워풀한데 빠르다. 거기에 공을 가졌을 때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기술도 지녔다. 그런 스타일은 유럽에서도 세르히오 라모스나 제롬 보아탱 정도다. 물론 그 자신감이 지나쳐 쉬운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그것만 고쳐지면 유럽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경험의 문제다. 그런 자신감이 있고, 시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황인범은 현재 A대표팀에서도 기술이 가장 좋은 선수다. 공격적인 역할도, 수비적인 역할도 모두 잘해낸다. 모험적인 패스를 안정적으로 구사한다. 분데스리가 클럽이 황인범에게 관심을 갖고 있나? 개인적으로 독일에 있는 감독들이 한국 선수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황인범을 얘기해주고 싶다.
- 벤투 감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는 진짜 프로페셔널이다. 경험이 많다. 좋은 전문가들을 대동했고, 그들에게 믿음과 권한을 준다. 리더십도 좋고, 자신의 철학을 지탱할 방법론도 뛰어나다. 부임 후 첫 경기에서 곧바로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하지만 A대표팀에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모른다. 우리가 맡은 분야와 달리 당장의 성과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잘 헤쳐 나가겠지만 대한축구협회과 A대표팀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지원과 믿음이 중요하다.
- 이번 대회에서 상대국 전력 분석을 했다. 누가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었나?
조별리그 동안 이란과 중국을 집중적으로 봤다. 사우디 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도 체크했다. 벤투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모든 팀과 맞붙을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전 경기를 체크했다. 8강 이후에 붙게 될 팀들에 대한 정보와 전술이 충분히 누적됐다. 이란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솔직히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스페인, 포르투갈과 접전을 펼쳤다. 20명 정도의 선수는 누가 나가도 고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타레미, 아즈문, 아미리, 데자가를 조심해야 한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자신들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 토너먼트에서 점점 본 모습이 나올 것이다. 벤투 감독에게도 보고한 내용이다.
첫댓글 협회에 쓸만한 사람이 있네요 ㅎ
유소년 대회보면 토너먼트 많은데 빨리 없앴으면 좋겠네요 ㅎ
맞아요 우승팀 가리는데 집중하는 토너먼트보단 그냥 경기 경험쌓는데 주력하는 방식의 리그제로 하고 우승 안따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