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자존감 도둑과 맞서 싸워라
“뭐, 걔가 부지런한 데다 착하기까지 해? 차라리 놀부더러 착하다고 해! 집에서는 어떤 줄 알아? 자기 손으로 방 청소는 물론이고 설거지 한 번 안 해.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지!”
명절 때가 되면 S의 어머니는 친척들 앞에서 S의 흉을 보았다. 물론 술자리를 흥겹게 하기 위한 농담이 섞였다는 걸 알지만 그때마다 S의 자존감은 추락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주변에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존재가 있게 마련이다. 몇 해 전, 취업ㆍ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 7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변에 자존감 도둑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에 83퍼센트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중 엄마(14.1%)가 1위를 차지했고, 동기(13.9%), 알바 사장님ㆍ동료(11.0%), 선후배(10.6%), 아빠(9.5%), 형제ㆍ자매(9.4%) 순으로 나타났다.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말 1위에는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14.9%)가 뽑혔고, “살부터 빼고” 등 외모를 비하하는 말(13.6%), “아무개 좀 봐라” 등과 같은 비교 발언(13.4%), “생각 좀 하고 말해”(11.8%), “그냥 그건 아닌 것 같아”(10.9%), “잘 안 될 것 같은데”(10.9%) 등과 같은 무시 발언 순이었다.
그밖에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말에는 “넌 다 좋은데 그게 문제야”, “나나 되니까 너랑 이러고 있지”, “장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없네”, “누구 닮아 그러니”, “뭐가 되려고 그러니” 등이 있었다.
자존감 도둑은 나와 가깝고 허물없다는 이유, 혹은 상대적 지위를 이용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자존감에 상처를 낸다. 나의 기분 따위는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다. 그들은 칭찬에는 인색하고 비난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존감 도둑 1위가 엄마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가까운 사람이 하는 말일수록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은 부정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기 때문에 부정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진실이 아니다. 자신의 이상적인 세계관과 자신의 감정, 자신이 처한 현실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나를 들여다본 뒤 평가하고 흉보는 것이므로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평가에 가깝다.
이러한 평가에 대학생들이 대처 방법 1위로 꼽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기’도 물론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 말이 잊히지 않고 자존감에 상처를 낸다면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줄 필요가 있다.
“엄마, 나는 그때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비참한 심정이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 앞에서 엄마를 흉본다면 엄마는 기분이 좋겠어요? 물론 저한테 여러 단점이 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장점도 있잖아요! 그런 자리에서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말해주는 게 가족 아닌가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
상습적으로 자존감을 갉아먹고 두 번 다시 안 봐도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가족이나 앞으로도 오랜 세월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라면 ‘그 일로 인한 나의 기분’을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인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은 “가장 용감한 행동은 자신을 위해 생각하고, 그것을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라고 했다.
침묵하고, 눈감아주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외면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도둑이 들어왔을 때 못 본 체하거나 달아나버린다면 주인이 아니다. 진짜 주인이라면 소리를 쳐서 쫓아내든지 맞서 싸운다.
나의 행복, 나의 자존감을 위해서 자존감 도둑과 맞서 싸워라. 대인관계의 목적은 이익을 위해서다. 나의 자존감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대인관계를 하는 의미가 없다.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 1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높이는 말’ 중 “17. 자존감 도둑과 맞서 싸워라”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