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평일 1시간, 주말 3시간은 무조건 걸어요”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고려대 본관 뒤편 산책로를 걷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평소에 걸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김동주 기자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63)은 부정맥 분야에서 최고 명의(名醫)로 꼽힌다. 사타구니 혈관으로 기구를 삽입해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1998년에 국내 처음 도입해 현재까지 5000회 이상 시술했다.
의무부총장과 의료원장을 맡고 있지만 환자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에서 김 부총장을 찾아오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래진료뿐 아니라 시술까지도 직접 한다. 이러니 체력적 부담이 꽤나 크다.
그래도 김 부총장은 거뜬하단다.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을 터다. 김 부총장은 “평일에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주말에는 3, 4시간 걷는다”라고 말했다. 걷기가 비결인 것 같은데 원칙이 있다. 김 부총장은 “하루 24시간 중 한 시간은 반드시 걷는 데 쓴다. 일종의 ‘할당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 6년 동안 매일 200배(拜) 실천
사실 김 부총장이 처음부터 걷기에 매일 1시간을 할애한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5, 6년 동안은 독특한 건강법을 실천했다.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가 지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3000배(拜)를 했더니 허리 아픈 게 사라지고 잔병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불교 신도가 아니다. 그의 집안은 기독교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호기심이 생겼다. 곧바로 도전했다.
매일 108배를 했다. 얼마 후에는 200배로 늘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절한다는 게 그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빠져들었다. 해외학회에 가더라도 호텔에서 200배를 했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한갓진 공간을 찾아 절을 했다. 매일 200배를 하면 무릎이 남아날까. 처음엔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방석 여러 개에 피를 묻힌 후에야 김 부총장은 요령을 터득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무릎이 튼튼해졌다. 어떻게 절하면 되는 걸까.
절을 하려고 상체를 숙일 때 무릎이 아니라 손이 먼저 바닥에 닿도록 해야 한다. 손과 팔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이렇게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코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강해진다. 김 부총장의 경우 악력과 팔의 힘도 좋아져 환자 진료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5년 동안 그렇게 매일 200배를 했다. 그러다 망막혈관 질환이 생겼다. 안압이 높아지면 증세가 악화한다. 일반적으로 상체를 숙이면 안압은 높아진다. 절하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이다.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몇 차례 더 절을 하다 망막혈관이 터졌다. 그 지경이 되니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 부총장은 “나처럼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절하기는 뱃살을 빼고, 코어 근육을 키우며, 마음도 편안케 하는 좋은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운동할 시간 없으면 모래주머니라도 차라”
절하기를 중단한 후 한동안은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바빴다.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김 부총장은 일단 시술하면 오래 서 있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모래주머니를 구했다. 시술할 때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찼다. 그 상태로 움직이면 종아리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효과가 있을까. 김 부총장은 “주말 산행 때 꽤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 부총장은 매달 1회 정도 산행을 했다. 슬슬 산책하듯 산에 오른 게 아니다. 동료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속도를 올렸다. 김 부총장은 “평소 모래주머니로 종아리 근육을 강화했기 때문에 산행이 수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을 하다 보니 산이 좋아졌다. 이때부터 김 부총장은 매달 한 번 이상 산행을 했다. 오후 진료를 하다 환자가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시간이 생기면 북한산에 갔다. 매일 200배 이상 절하기를 한 것처럼 김 부총장은 ‘매달 1회 등산’ 원칙을 지켰다. 요즘도 이 원칙은 지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한라산에 오르기도 했다.
○1일 1시간 이상 무조건 걷기
‘평일 한 시간 이상, 주말 3, 4시간 걷기’는 2015년부터 시작했다. 적당히 하면 이 ‘할당량’은 채울 수 없다. 김 부총장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고 실천했다.
김 부총장은 업무 때문에 평일 저녁 약속이 많은 편이다. 가급적 약속 장소를 서울 강북 지역으로 잡는다. 모임을 끝내면 자택이 있는 명동까지 걸어간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전철 두세 역 전에서 내려 걸어간다. 병원에 있을 때도 틈틈이 걷는다. 처음에는 하루 걸음 수를 측정했다. 지금은 따로 측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1만 보가 되겠다’라는 감이 생겼단다.
주말에는 남산 주변을 주로 걷는다. 여러 코스를 조합해 걷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남산에 오르지 않을 때는 청계광장까지 걸어와 물줄기를 따라 산책로를 걷는다. 청계4가까지 걷다가 퇴계로를 거쳐 명동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3, 4시간이 걸린다.
주말에 산에 가면 10시간가량 걷는다. 가끔 골프도 즐긴다.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타지 않는다. 18홀 내내 걷는다. 36홀을 걸은 적도 있다. 충분히 걷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집에 와서 다시 걷는다.
이렇게 하기를 6년. 걷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부총장은 “독감 한 번 걸리지 않았고 건강검진 결과는 최상이다”고 말했다. 어떤 건강법이든 거르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때 비로소 효과를 본다. 김 부총장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는 것 같다.
“앉거나 서 있을때 까치발… 스트레칭 같이하면 금상첨화
종아리 근육 단련하려면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집무실에서 일할 때 ‘까치발 세우기’를 3∼5초씩 수시로 한다. 김동주 기자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부정맥 분야 명의다.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먼저 종아리 상태를 체크한다. 종아리를 눌러보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종아리 근육이 튼튼하면 대체로 심장도 튼튼하단다. 종아리 근육이 탄탄하면 강력한 펌프 역할을 하면서 혈액을 심장까지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종아리 근육은 심장 건강을 체크하는 간접 지표다. 종아리 근육은 제2의 심장이다”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종아리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쉬운 방법을 김 부총장이 소개했다.
첫째, 앉아 있든 서 있든 상관없이 까치발 상태를 3∼5초 유지한다. 처음에는 발이 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시원한 느낌만 남는다. 하루에 수십, 수백 번씩 해 보자.
둘째, 앉기보다는 서 있는 게 좋다. 앉을 때보다는 서 있을 때 종아리 근육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오래 서 있을 경우 하지정맥류가 우려될 수 있다. 김 부총장은 “혈관에 탄력이 없을 때 그런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종아리 근육을 강화시키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1시간 앉아 있다면 최소한 10분은 서 있는 연습을 할 것을 권했다.
셋째, 서 있을 때 스트레칭을 같이 하면 좋다. 제자리걷기 동작을 취하되 무릎을 높이 든다. 이어 X자 형태로 손으로 반대편 무릎을 친다. 왼손으로는 오른쪽 무릎을 치고, 오른손으로는 왼쪽 무릎을 치는 식이다. 김 부총장은 집에서 TV를 보면서 이 동작을 200회 반복한다. 여유가 되면 하루에 세 번 이상 이 스트레칭을 할 것을 김 부총장은 권했다. 종아리 근육과 코어 근육 모두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김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