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박 터지게 싸우진 않는다. 그냥 지를 수 있는 대로 내지르는 큰 소리 한 번에 싸움은 언제나 끝이 나고 만다. 그러니까 누가 이기고 지고가 아니다. 그 큰 소리 한마디에‘오냐! 너 소리 질러라! 난 이제부터 너 같은 건 상대도 않을 테니...’하는 심정으로 돌아앉는 게 상투적인 마누라의 작전이고 전투(?)태세다. 결국 더 소리 지를 상대가 없다보니 김이 빠지고 싸움은 그것으로 종결이다. 물론 짧으면 몇 시간 길면 하루 가량 서로 상대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 게 공식화 되어있고 불문율이다. 따라서 부부싸움의 뒤 끝은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솔직히 가끔 부부싸움 한다. 그러나 정기전(?)이든 부정기전이든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싸움이라 선전포고 같은 건 없다. 평화가 길면 행복하긴 하지만 때론 무료하다. 그래서 지극히 소소한 것(꺼리도 안 되는...)가지고 가끔씩 다툰다. 뭐 어떤 이들은 평생 부부싸움 한 번 않고 해로 한다지만,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무미건조 할 것 같다. 박 터지게 싸우지 않는 한 부부싸움은 건재함을 증명하기도 아니면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이 정도의 싸움 대상이 없다면 얼마나 맥 빠지고 무의미한 삶일까?
어제만 해도 그랬다. 최근 수개월 간 정말 평화스러웠다. 한참 전원주택 짓는 게 마무리지어가는 즈음이라 새 집으로 입주할 날만 기다리며 꿈에 부풀어 있다. 하긴 시골집이 아무리 좋아도 서울 집만 하겠는가마는, 테라스. 화단. 주방. 거실. 화장실 등등에는 나름의 옵션(?)아니면 편의성을 가미한 집이기에 나도 마누라도 더욱 가슴을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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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지금 살고 있는..)이 있는 아래 채에서 새로 짓는 위채로 올라가는 길은 시멘트로 포장 했다. 이 포장을 하고 완전히 양생 될 때까지 이곳은 이틀 간 금족령이 내려졌었다.
요즘 마지막 손질을 하는 현장의 인부들은 아침6시면 벌써 출근을 하여 부지런히 일들을 한다. 오늘을 생각하며 창밖을 통해 아침 연무가 드리워진 천등산 자락을 보노라니 갑자기 한 친구가 후다닥 뛴다. 그런데 문제는 전원주택의 마지막 작업의 하나인 차고를 만들기 위해 기초 콘크리트를 쳐 둔 곳을 겁도 없이 뛰어 드는 것이다. 당연히 그 친구가 뛰어간 자리에는 발자국이 선명히 드러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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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것 때문이다. 차고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 콘크리트를 마구 훼손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뒤쪽의 전봇대에 붙어 있는 계량기에서 전원을 찾기 위해 그 젊은이는 뛰어 간 것인데...그만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사달을 몰고 온 것이다. 요즘은 하루 밤만 새면 얼마든지 밟고 다는 것도 모르고....
당혹스런 나머지 방문을 열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아니!? 공구리친 데를 뛰어들면 어떻게@!?”내가 생각해도 신경질적이고 하이톤이고 고압적인 소리였다. 그런데 이 친구의 태도가 나로 하여 더욱 큰소리를 하게 만든다.“아! 괜찮다니까요!?”, “뭐얏!? 발자국이 선명한데 괜찮다니!? 눈에 안 보엿!?”그때서야 이 친구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했는지“미안하다고요!(미안 합니다! 가 아니라...)”라며 빈정거린다. 불량한 놈의 사과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어쭈구리! 이 친구 봐라! 전혀 미안한 태도가 아닌데...”하자,“그러면 어쩌란 말입니까?”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든다. 그리곤“일 하지 말고 그냥 갈까요?”란다. 이 정도면 솔직히 기가 탁 막힌다.
마침 그 소란 속을 뚫고 아침을 준비하든 마누라가 갑자기 등장 하며 대뜸“자기가 잘못 했네 뭐..”란다. “내가 뭘 잘못 해!?” 결국 콘크리트를 마구 밟은 젊은 친구는 빠져 나가고 마누라와 전투가 시작 되었다. “내가 뭘 잘못해!? 응!? 그럼 시멘트를 마구 밟아도 아무소리 말라는 말이야!? 자기(우린 이 나이 먹도록‘여보. 당신’을 못 해 봤다)도 눈으로 봤잖아? 저것 봐!”라며 현장을 가리키자“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 소리 지를 때 인상 쓰는 거 상대에게 얼마나 혐오감을 주고 불쾌감을 주는지 알아!?”,“ 이런! 염병할! 여편네 같으니라고....그럼 성질나는데 웃으면서 얘기 하리!?”,“누가 웃래요!? 좀 유연하게 하면 안 돼!?” 이 정도면 완전히 부부싸움으로 비화 되고 말았다.
이번 싸움의 발단과 정황은 이랬다. 그 젊은 친구는 새벽같이 일터로 나와 일 하기 전 동료들과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단다. 새 집인 만큼 전기가 아직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착각(이미 연결 되어 있음)하고 전원을 찾아 뛰어 다니다가 전봇대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무조건 돌진했는데 그 광경을 목도한 내가 소리를 질렀으니 얼마나 무안했겠는가? 그런데 사실은 그가 남긴 콘크리트 위의 족적이라는 게 신발바닥에 붙은 흙먼지였을 뿐 바닥이 패인 것은 아니었다. 즉 방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봤을 때 콘크리트가 마구 뭉그러진 것으로 착시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어쨌든 젊은 친구는 입안으로 무언가 잔뜩 중얼거리며 물러갔고 나의 실수에 대한 마누라의 질책과 경고가 부부싸움으로까지 이르게 된 것인데, 그러는 가운데서도 아침식사를 마주하고 전투는 계속 되는 과정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많이 잘못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의 실수를 인정하기가 싫었고 그만 예의 큰소리와 함께 입에 물었던 밥알이 튀고 역시 마누라는 숟가락을 지우고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부부싸움은 끝이 났지만.....순간의 착시현상과 고함소리로 마누라와 또 불편한 시간이 시작 되는구나...를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다. 아! 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란 말인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부부는 뭐 박 터지게 싸우진 않는다. 그냥 지를 수 있는 대로 내지르는 큰 소리 한 번에 싸움은 언제나 끝이 나고 만다. 그러니까 누가 이기고 지고가 아니다. 그 큰 소리 한마디에‘오냐! 너 소리 질러라! 난 이제부터 너 같은 건 상대도 않을 테니...’하는 심정으로 돌아앉는 게 상투적인 마누라의 작전이고 전투(?)태세다. 결국 더 소리 지를 상대가 없다보니 김이 빠지고 싸움은 그것으로 종결이다. 물론 짧으면 몇 시간 길면 하루 가량 서로 상대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 게 공식화 되어있고 불문율이다. 따라서 부부싸움의 뒤 끝은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덧붙임,
아침밥상을 물리고 부어있는 마누라를 뒤로 하고 그 젊은이와 동료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음료 한 병을 들고 찾아가“젊은 양반! 내가 아까 정말 미안 했우! 내가 진심으로 사과 하는 바이요!”라고 하자 그 젊은이도“아이고! 아닙니다. 어르신! 착각 하실 수도 있지요 뭐!”란다. 그리고 몇 시간(족히 서너 시간?)뒤 마누라가“저 위, 심통영감네 밭 근처 돌미나리 뜯으러 갑시다.”란다. 불감청이나 고소원... 어찌 거절 하겠는가? 그런데 뭔가 아쉽다. 내가 먼저 마누라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낼 건데... 아! 역시 나는 마누라만 못한 인간인가 보다.
첫댓글 부부가 살면서 어디 부부싸움 안하고 살수 있나요?
예전에는 부부싸움을 하면 제가 이겼(?)는데.
언제부터인기는 백전 백패입니다.
그래서 싸움이 시작 할려고 하면
내방에서 문닫고 두문 붗출 하지요..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라고 했나요?
누가그러데요, 나이 먹어서 마누라랑
싸워서 이기는 놈은 밥도 못 어더 먹는다그요..
그래서 싸우면 시작 하려면 피하지요..ㅎㅎㅎ
그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이니다.
감사합니다.
빙고! 이빨 빠진 호랑이는
아무리 용을 써도 이젠 틀렸습니다.
머..존심이 상해 가끔 소리는 지르지만
이미 결과는 빤 하기에 저도 가급적 피합니다.
70 넘어 마누라 이기는 놈은
천당 못 갑니다.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그렇습니다
천당가기 싫으면
마누라 하고 싸우는것입
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