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에 친구들과 다녀간 지 10년이 훌쩍 넘어 경남 합천의 국립공원 가야산을 찾았다.
가야산은 예로부터 ‘해동의 10승지’, ‘조선팔경’ 또는 ‘12대 명산’으로 알려져 있으며 1972년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되었다. 우두산(牛頭山), 상왕산(象王山) 등으로도 불리며 가야산의 주요 봉우리는 칠불봉(1,433m), 상왕봉(1,430m), 남산제일봉(1,010m)이 있고 가야산의 관할구역, 불교적 유래, 산맥의 중심, 상징성 등에서 상왕봉을 가야산의 주봉으로 하고 칠불봉을 최고봉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홍류동 계곡과 만물상 등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산세와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 우리나라 3대 사찰인 해인사가 위치한 명승지로 예로부터 지덕을 갖춘 산으로 여겨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가야산의 이름은 가야산 외에도 우두산(牛頭山) · 설산(雪山) · 상왕산(象王山) · 중향산(衆香山) · 기달산(怾怛山) 등 여섯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택리지》에서 가야산은 태백산맥, 소백산맥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 높이와 수려함, 삼재(三災: 旱災 · 水災 · 兵禍)가 들지 않는 영험함을 말하여 명산으로 불렸다 한다.
가야산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살펴보면,
첫 번째 설은 가야산이 있는 합천 · 고령 지방은 1~2세기경 대가야국의 땅이었고, 신라에 멸망한 뒤로 대가야군으로 불렸다. 이 산이 대가야 지역을 대표하며 가야국 기원에 관한 전설도 있는 까닭에 옛 가야 지방이라는 역사적 명칭에서 가야산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두 번째 설은 인도의 불교 성지 부다가야(Buddhagaya) 부근에 있는 부처의 주요 설법처로 신성시되는 가야산에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가야산의 정상부가 소의 머리처럼 생겼으며, 오랜 옛날부터 산정에서 산신제의 공물을 소에 바치고 신성시해 왔으므로 불교 전래 이전에는 이 산을 우두라고 부르다가 불교가 전래된 뒤 범어(梵語)에서 소를 뜻하는 ‘가야’가 불교 성지가 된 이 산의 이름으로 정착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야산의 주봉인 상왕봉의 ‘상왕’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이 또한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결국 ‘가야산’이라는 명칭은 이 지방의 옛 지명과 산의 형상, 산악 신앙, 그리고 불교 성지로서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것이라 한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아침 8시 20분경 해발 600m에 가까운 경북 성주군에 속하는 가야산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6월 하순에 접어든 여름 날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선선한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하늘에도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 비라도 내릴 것 같은 분위기에 기온도 18도 이하로 내려가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날씨에 비하면 산을 타기에는 오히려 최적의 조건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운동~서성재 구간, 만물상, 매우 어려움”
산행코스는 10여년 전과같이 가야산에서 매우 어려운 코스라고 알려져 있는 만물상코스로 시작해서 해인사로 넘어가는 코스를 선택한다. 거리는 약 9.6㎞로 얼마 되지 않지만 7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생각되는 만만찮은 코스이다.
주차장을 벗어나 백운동 탐방센터의 들머리로 접어드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호텔과 야생화 식물원 등의 시설들이 보이고 얼마가지 않아 길바닥에 ‘만물상 코스-매우어려움‘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그렇게나 어려운 코스였나? 10년 전에 방문했을 때를 더듬어 보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안내도를 보니 서성재까지가 힘든 구간인가 보다. 3㎞ 구간이 검은색 실선으로 표기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산행시간에 비해 짧은 거리를 감안하면 경사가 장난이 아니겠구나 생각되지만 일단 얼마나 힘든지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을것 같다.
역시나 초입부터 급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를수록 점점 바위가 많아지는 듯 하더니 이내 바위 암릉 길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가야산 만물상의 경치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암릉 구간을 지나며 어느 샌가 급경사 오름 질의 힘듦은 오우! 하는 감탄사와 함께 사라지고 금강산의 만물상과 견준다고 하는 가야산의 빼어난 경치에 마음을 뺏겨 연신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삼라만상의 기묘한 만물상 경치”
누군가 두부 자르듯 칼질을 하여 세워놓은 바위들, 인위적으로 장비를 동원하여 블록 쌓듯 쌓은듯한 바위 덩어리, 공기놀이를 하듯 바위들이 하늘로 던져졌다가 제멋대로 떨어져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들, 커다란 바위 위에 누군가 몰래 던져놓은 것 같은 바위 등등 삼라만상의 창조주가 만든 기기묘묘한 기암괴석들이 말 그대로 수 만 가지 형상으로 만물상을 보여준다. 함께한 친구는 말한다. "중국의 황산이 멋있다 하는데, 뭐 멀리 갈 필요가 있겠나? 여기 경치가 더 좋은것 같다"고..
그렇게 크고 작은 바위 암 봉을 하나하나 넘어 가면서 마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 수 만 가지 형태로 살아가는 우리내 삶의 일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야산 만물상의 절경에 도취되어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백운동을 출발한지 3시간이나 지났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서성재에 도착한다.
“칠불봉에서 한여름에 느끼는 초겨울 날씨,
소의 머리를 닮은 바위 봉우리 우두봉(상왕봉)까지”
서성재에서부터 가야산 최고봉 칠불봉까지 1.2㎞ 구간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동안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막바지에 불쑥 솟은 칠불봉을 올라서게 된다. 커다란 바위봉우리에 우뚝 선 칠불봉 표지석에서 인증사진 한 장 남기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구름에 갇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출발할 때부터 선선하던 날씨가 해발 1400m가 넘는 지대에 올라서면서 기온이 더 떨어져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오싹하며 초겨울의 추위를 체감하게 된다.
서둘러 바람막이를 입고 상왕봉으로 간다. 가야산의 주봉인 상왕봉은 칠불봉에서 내려와 갈림길에서 해인사 방향으로 200m 진행하여야 한다. 역시나 안개로 주변의 조망은 없다.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는 상왕봉의 정상 표지석은 그래서인지 가야산 우두봉(상왕봉)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정상 표지석과 마주하고 있는 반대편 마당바위 암반위에는 조그만 샘이 하나 있는데 스틱으로 찔러보니 깊이가 1m 가까이 된다. 가야19명소로 지정된 우비정이란 샘으로 어떠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해지는데 산꼭대기 암반에 백두산 천지처럼 우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하산은 차량회수를 위해 백운동 방향으로 내려갈까 했지만 처음 방문하는 친구를 위해 해인사 방향으로 하산하여 7시간여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해인사 경내의 팔만대장경을 둘러본 다음 차량회수를 위해 해인사 택시(25,000원)를 불러 백운동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한다.
“거창 항노화랜드에서 개그맨 임우일을 보다”
이번 산행은 특별히 백운동 주차장에서 50여분 거리의 거창 우두산(의상봉) 아래에 위치한 항노화랜드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집으로 가기로 한다. 다음날 아침 숙소 위쪽에 위치한 거창의 Y자 출렁다리까지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마침 촬영차온 개그맨 임우일도 만나 나이 60이 넘은 아저씨들이 젊은 애들처럼 신나게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오늘도 가야산 만물상에 있는 어느 멋진 바위를 갑자기 발견한 것처럼 참말로 재미난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든것 같아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