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에서 소피아 로렌 특집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조금 늦게 소개된 '해바라기'를 보았을 때 소피아 로렌은 나이가 들었나 보다.
남편을 찾아 쏘련으로 떠나 남편이 기억을 잃고? 새 여자를 만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그 영화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영화는 보카치오 70인데 70년 이탈리아에 온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10일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네 감독이 각각 성(sEX)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난 이탈리아 영화나 감독을 잘 모르지만 당시의 시대상황과 서민과 귀족의 사랑과 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시대를 넘어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그래서 명화라 하는 모양이다.
영화는 중간에 10분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205분이다. 세 시간 반 가까이
쌀랑한 광주극장에 앉아 있기가 조금은 걱정되지만 소설 네권 읽는 셈 치자고 버스를 타고 나간다.
'렌조와 루치아나'는 서로 사랑하는 가난한 남녀가 결혼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한다. 공장과 수영장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다. 가난한 집에서 맘대로 사랑을 나누지 못해 결국은
결혼 사실을 실토하고 퇴직금으로 방을 마련하다. 하지만 둘은 낮과 밤에 각기 일하는 자리를 구한다.
야간경비원을 하는 렌조가 들어오면 루치아나는 출근을 한다. 젊은 신혼부부의 성과 사랑은
각박한 현실을 잘 이겨내나갈 것을 응원한다.
2부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은 도시가 도덕적으로 성적 타락을 막으려는 도덕군자의 분투다.
공원에 들어선 우유 광고판이 여성이 가슴을 보이며 요염하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그 광고가 청소년이나 시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거라며 여러 기관에 진정을 한다.
자기 집에서 그 광고판을 지켜보다가 검정 잉크 풍선을 던지기도 하는데
점점 그 여성에게 갇힌다. 광고 속의 여자가 거인이 되어 자기를 놀린다.
악몽 속에서 글래머 여성과 싸우던 그는 아침에 광고판 위에서 속옷차림으로 발견된다.
119에 의해 실려가며 영화는 마친다. 정신병원으로 가는지 장례식장으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성적으로 도덕군자의 고뇌가 안타깝기도 하다. 결국 갇혀서 자기가 누구와 싸우는지 사랑하는지도 모른다는 걸까?
두 시간 가가이 지나가며 10분의 휴식을 준다.
담요를 덮고 있어서인지 극장은 그리 춥지 않다.
2부가 지루해서인지 저 옆쪽의 나이 든 부부는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는다.
3부는 '직업'이다. 대저택에 사는 백작집에 백작의 콜걸 스캔들이 보도된
신문을 두고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
변호사는 부인과 다정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남편의 바람에 질린 아내는 직업을 갖겠다고 선언하고 남편의 뜻대로 해 주겠다고 한다.
부띠끄나 미술관 등을 운운하던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화대를 받고 잠자리를 허락한다.
40만 리라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수표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는 눈물을 흘린다. 아내는 콜걸과 같은 직업을 갖게 된 것인가?
드디어 4부다. 3부를 지나며는 지루해하거나 졸지 않고 화면을 본다.
이탈리아 배우들은 남자든 여자든 다 이쁘고 멋있다.
4부 '복권'에서 소피아 로렌이 나온다. 놀이공원에서 복권을 팔러 다니는 키 작은 남자가 나온다.
은밀하게 남자들 사이를 헤치며 복권을 사라는 제안을 하는
그게 오락사격장의 여주인과 잠자리를 하는 것인 모양이다.
가슴이 크고 거친 남자들을 상대하는 여성은 연약한 여동생(실제로는 모르겠다.)과
그 복권을 팔고 다니는 제부와 트럭에서 지낸다.
남자들은 자기가 당첨될 기대로 여자를 보러오곤 하는데 여자는 얼간이들이라고 무시한다.
그러다가 투우쪽에 일하는 남자와 뒷쪽에서 키스를 하며 끌린다.
어떤 사연인지 모르지만 로마에서 나폴리의 복권번호 당첨자를 뽑는데 그건 68번이다.
68번 당첨자는 성당의 성물을 관리하는 독실한 신앙인인데 머리도 빠지고 왜소하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에게 마을의 여러 남자들이 돈을 더 줄테니 번호를 팔아라고 한다.
그렇지만 비싼 값에도 복권을 팔지 않고 그 늙은 어머니도 맘껏 즐기라고 치장을 도와준다.
사정을 안 투우사 남자는 분노하며 당첨자가 차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본다.
남자는 서툴게 다가가는 사이 투우사는 차를 끌고 맹렬하게 거친 길을 달려간다.
차 안의 두 사람은 튕겨지고 그 뒤를 마을의 남자들이 환호하며 뒤따른다.
차가 수렁에 빠져 멈추자 여자는 운전한 투우사를 본다.
여주인공은 복권 판 돈을 남자에게 주고 돌려보낸다.
아마 떠돌이 투우사와의 사랑을 선택할 것 같다.
젊은 시절의 소피아 로렌은 글래머다. 네 편의 영화는 가난하고 약한 서민에서부터
편집증에 집착하는 지식인, 거기에 귀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1970년 이탈리아의 데카메론을 읽은 것 같다.
나와 정류장에 닿으니 10시 반이 지난다. 6번 버스에는 젊은이들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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