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요번 3월, 4월 두 달 동안은 초등학교에서 재택학급 시설순회교사
라는 이름으로 잠시 근무하게 되었다. 마침 의왕부곡초등학교인데 이곳은 철도박물관
과 철도대학을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곳이 아닌가..!철도대학 셔틀버스도 타보고
하여간 좋은 동네다..학교에서도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고..
경부선 철로 옆이니까..
토요일 1시에 퇴근하면서 바로 수원역으로 향했다..
1시 45분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일단 경북선 통일호를 타러 가는 것이니
시간 여유는 있지만 중간에 한 번 내리기로 하고 수원역에 가니 웬 사람이 그리
많은지 열차 출발 시간은 5분도 안 남았고, 서둘러 표 끊으러 지금 열차라 양해를
구하고 일단 대전행 표를 끊었다. 좌석이 나왔고 지연수락 도장을 찍어주었다.
갑자기 웬일이지? 하는 의문과 함께..
나중에 알고보니 경부선 사고 때문이었나보다..
플랫폼에 가니 금방 열차가 들어왔다. 앗 그런데 웬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주말이지만 그래도 너무 많았다.
내 자리인 중간까지 가기도 힘들었다. 거의 명절 분위기였다.
열차 사정을 보니 거의 입석까지 매진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열차 출발 직전에 끊었지만 좌석이 나왔고..
대전에서 잠깐이지만 친구와 시간이 맞으면 보기로 했다..안 맞으면 통과하고..
결국 대전역 통과하고 영동역에 내렸다. 이제는 눈발이 정말 거세다.
잠시만 서 있어도 온 몸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매표 창구에서는 "입석도 매진입니다"라는 소리가 종종 들려오고..
여기서 조금 있다 황간으로 가서 거기서 김천 가는 열차를 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눈은 많이 왔지만 좀 녹고 그래서 그런지 길은 그리 미끄럽지
않게 잘 뚫렸다.
황간에 도착하여 중화요리 집에서 맛잇게 짜장면을 먹은 후 열차를 기다렸다.
5시 57분 제237열차다.10여분 연착이 되었고, 김천에는 6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이제 오후6시 40분 점촌행 통일호를 타러 바로 표를 끊고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동차이지만 한적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열차는 여러 역들을 지나 백원역도 지나서 점촌역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눈이 많이 내렸던 모양이다. 길도 빙판이고 눈도 엄청 쌓여있다.
지난 달 말에 여행 중에 지갑을 통째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그 때 모두 잃어버려 철도회원 카드도 없어서 여기서 재발급 신청하여 다시 받고,
시내를 잠시 구경하고 다시 탔던 열차를 타고 8시 반 출발!
청리에서 내렸다.여기서는 수퍼를 들렀는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진주햄 고추참치
가 있었다. 서울서 보기 힘든 이 참치캔을 다섯 캔을 사 들고..
이제 영주행 제380열차에 올랐다. 9시 24분 차인데 약간 연착되었다.
이곳은 통일호가 다니지 않는 곳으로 예전에 지나면서 없어진 역들의 흔적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피곤하여 잠시 눈을 붙이니 그 새 영주역 도착이다..
잠시 피씨방에 들르고 내일 아침 영주-강릉 통일호를 타기 위해 24시간 사우나에
가서 목욕 후 눈을 붙였다.
얼마나 자고 일어났을까..피곤해서 일어나기 싫어 뒤척이다가 샤워하고 영주역
으로 달려가서 바로 강릉까지 표 끊어 출발이다..
새벽의 통일호는 참 상쾌하다..
아침을 열면서 달리는 열차..
졸리면 잠시 침대도 되어 주고..
해돋이도 보여주고..
밖은 춥지만 열차 안은 따뜻하고..
이제 출발..문단을 지나 봉화에 정차..주위는 온통 하얗게 덮여 있다..
첩첩 산중으로 가는 열차의 출발이다.
거촌 봉성 법전 춘양등을 죽 지나 분천 역에 도착..여기선 얼마 전에 새벽에 도착
해서 지금 타고 있는 열차로 승부역에 가기 위해서 기다리면서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히..
이제 오지인 양원, 승부를 지나 철암, 통리를 지나간다.
여기서부터는 첩첩산중에서 열차가 이리저리 돌고 돌아 스위치백 구간도 지나고,
여기가 우리나라 열차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웅장한 모습의 산들에는 눈도 수북히 쌓여 있어서,더욱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심포리를 지나 흥전역에 진입한다. 이제 선로를 바꿔 후진하여 나한정 역에
진입한다. 선로를 바꿔 나가면서 플랫폼에 잠시 정차한다.
다시 열차는 멀지 않은 종착역을 향해서 달린다.
이 열차는 통근용이라 그런지 특히 철도청 직원분들이 많이 보인다.
이름도 재미있는 고사리 하고사리 마차리 등을 지나 동해 역에 진입한다.
여기서부터는 바다가 멋진 구간이다. 동해역 지나 찬 바닷바람을 쐬며 마음도
시원해진다.묵호를 지나 망상...비석처럼 생긴 망상역 표식 하나가 외롭게
자리하고 있다.옥계를 지나 정동진..여기서 안인까지는 음 역시 멋진 구간~~!
강릉 역까지 가려던 계획을 바꿔 안인역에서 가보기로 한다.버스 타는 곳을
친절히 알려 주시는 역무원님~ 인사드리고 죽 걸어나와 강릉 가는 버스에
올랐다..
또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고 이번엔 12시 반 부산행 열차를 타고 영주에
내릴 작정으로 열차에 올랐다.
영주-제천 통일호를 타기 위해서다.
파도치는 바다를 보다가 이내 피곤해 잠시 눈 붙이고 스위치맥 구간도 보고..
주위 풍경이 어디나 눈이어서 여행하기에는 그만이다..
얼마나 왔을까..쿨쿨 자다가 깨어나 보니 어느새 영주역 발차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후다닥 뛰어 나왔는데 마침 출입문이 고장 났는지 수리 중이어서 내릴 수
있었다.
이제 오후5시 40분 영주-제천 통일호에 올랐다.제천까지 타서 예미를 거쳐 청량
리로 올라올 예정으로..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영주-철암 구간을 달리고 있다.그렇지만 경치가 좋은
곳이라 그런지 갈 때마다 새롭고 여행하는 맛이 더해간다.
이제 태백선으로 진입 강원랜드도 보이고 옛 탄광촌들을 지나서..
밤길을 죽 달린다.
증산, 자미원..주위 풍경이 아름다운 역..
아무도 내리지 않는 함백역을 지나고..
그래도 마을이 있어 조금 타고 내리는 손님이 있을 법한데..
인상 깊은 석항 역을 지나고..
이제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쌍룡 입석리를 지나 제천으로 진입한다..밤 10시반이 넘은 시각..
이번 여행에서의 통일호 여행은 이것으로...
더 타고 싶지만 내일을 위해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제천역 근처서 라면 한 그릇 먹고 쉬다가 잠시 후 하루를 넘겨 0시 46분 제 529
열차에 오른다. 이 열차는 참 좋은 열차다. 이 역 저역 친절하게 많이도 세워 준다.
예미에 도착하니 1시 50분이다..
예미역 출입문은 어쩐 일인지 깨져 있다.휑하니 바람이 불고..
밖에 길은 꽁꽁,..
역시 춥다..
그래도 맞이방은 좀 따뜻하다..
이제 서울로 가기 위해서 2시 57분 제 784열차에 오른다.
웬지 이 열차는 기분이 좋은 열차이다..
좀 밖을 보면서 가다가 맨 뒷칸 에서 양 쪽 의자에 누워 잠이 든다..
중간중간 조금씩 깨다가 어느 새 보니 여명이 밝아 온다..
잠시 후 청량리에 열차는 진입한다.
항상 편안한 열차다.열차에서 잠을 자는 것도 적당히 들썩들썩 자장자장 해 준다.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서 후다닥 샤워 하고 바로 출근길에 오른다.
집에서 부곡역까지 가려면 멀지만 그래도 시간 맞춰서~
학교에서 별로 피곤하지 않은 걸 보니 편한 여행이었나보다.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강원도)
하얀 여행..3.6-8일(경북,영동,태백선 통일호 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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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09 02:3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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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아, 진정한 철도여행인 인거 같습니다. 이틀도 되지 않는 시간에 그 많은 열차를 다 타보시다니.
흐미 대단하다는 말 밖에 크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