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툰의 붐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파스텔 톤의 색채로 아기자기한 삶의 이야기들을 담은 파페포포 메모리즈, 성게군, 불가사리양 등 독특한 캐릭터가 재미난 마린 블루스 등등. 이 인터넷 카툰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스노우캣 다이어리이죠. 한때 컴퓨터의 화면보호기마다 스노우캣이 깔려 있기도 했고요. 스노우캣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20대의 한 여성이 만든 캐릭터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맛집 소개나 하지 뜬금없이 스노우캣 이야기가 왜 나오냐구요? 오늘 소개하려는 맛집이 스노우캣과도 무관하지 않거든요. 바로 스노우캣 카툰의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는 까페, <비하인드>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극동방송국으로 가는 길 쪽에 있는 <비하인드>는 한적한 골목 한쪽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입니다. <비하인드>라는 상호명이 이곳의 위치를 말해주는데요, 대로 한복판이 아닌 뒤편의 한적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뒷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모두가 이 공간을 좋아하고 공간에 대해 대화하기를 바라는 주인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샌드위치가 맛있기로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곳이지만 새로 찾아오는 이들 보다는 오랜 단골이 많은 집이지요.
원래 이곳의 문을 처음 열 때에는 주인이 샌드위치 가게가 아니라 중고 음반 가게를 계획했었다고 하지요. 때문에 비하인드는 지금도 음악이 좋기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ㄱ자로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공간은 심플하면서도 곳곳에 빛나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고요. 꽃이 심어져 있는 화분이 있는 테라스에 놓인 야외 테이블, 혼자 혹은 여럿이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큰 테이블, 와인 꽂이와 책꽂이로 활용한 창틀이 우선 눈에 띕니다.
몇 가지의 샌드위치와 커피, 차 등 단촐한 메뉴를 지녔지만 최상급의 재료를 쓴 샌드위치는 고급 레스토랑의 그것과 견주었을 때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샌드위치와 함께 샐러드 약간, 구운 감자, 그리고 제철 과일(제가 갔을 때엔 바나나)이 함께 나오고요. 2천원만 추가하면 따로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오렌지 주스나 원두커피를 같이 곁들일 수 있습니다. 특별히 고집하는 샌드위치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달 다른 메뉴로 ‘이 달의 샌드위치’도 마련해 두고 있더군요. 특히 이 달의 샌드위치는 만드는 과정과 들어가는 재료를 눈에 잘 띠는 곳에 사진을 찍어 걸어두더군요.
제가 비하인드에서 즐겨 먹는 것은 파스트라미 샌드위치인데요. 파스트라미는 훈제된 소고기 햄으로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냅니다. 후추가 뿌려져 있어 약간 매운 맛도 나고요. 커다란 베이글 빵에 파스트라미과 토마토, 양파, 상추 등을 넣은 이 샌드위치는 상큼한 소스가 함께 어우러져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 줍니다.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양이고요. 7월의 샌드위치는 비엔노아즈라는 바게뜨 빵을 살짝 구운 후 브리치즈를 올리고 야채와 함께 담은 후 이탈리안 드레싱을 두른 것으로 샌드위치 보다는 샐러드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오징어링과 파인애플이 같이 나오기 때문에 여럿이 차만 마시기가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의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몇몇의 친구들이 모여 수다떨기 좋은 곳이면서 또 혼자 즐기기에도 그만입니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다고 해도 비하인드에서라면 화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테라스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 맞은 편 슈퍼에 드나드는 사람들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혼자서 분위기를 잡으면 책을 읽거나 틀어주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치 시간을 묶어 놓은 것처럼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여유로워진답니다. 진로, 연애, 집안 문제 등등… 크고 작은 근심 걱정들을 잠시 잊고 싶어질 때, 어김없이 생각나는 곳이지요.
open -2001. 11. 23 address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0-22 1F open time -월~목, 그리고 일요일 - 11:00 ~ 24:00 -금~토 - 11:00 ~ am 02:00 seats -52석 (실내 : 44석, 테라스 : 8석) phone -02 - 3141 - 7212 menu 커피 4천원~6천원 샌드위치 Set_Sandwich+아메리카노 또는 오렌지 쥬스 (세트) / 샌드위치가격+2천원 -Pastrami Sandwich 7,000 -Melanzzane & Mozzarella Sandwich 8,000 -Tuna Salad Sandwich 7,000 -Sandwiches of the Month 7,000 -Bagel Toast + Americano or Orange Juice 6,000 -Croissant + Americano or Orange Juice 6,000
<후기> 퇴근을 하고 곧장 집에 가기가 싫은 날이었다. 동료 한명이 왠지 같이 밥을 먹고 싶어하는 눈치를 보였다. 같이 먹을까, 말까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조용히 혼자 회사를 나와 비하인드로 향했다. 비하인드에서 넓은 6인용 테이블을 혼자 다 차지하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읽다 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책. 일포스티노 원작)도 다 읽었다. 책도 다 읽고, 샌드위치도 다 먹고...터덜터덜 지하철 역(상수역이 더 가깝지만 조금 더 걸어서 홍대 역으로 왔다)에 왔는데 방송에서 "지금 막 열차가 정상 운행되었습니다" 라는 방송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침 내가 비하인드에 있는 동안 2호선이 고장났던 것! 맛난 샌드위치도 먹고 오지 않는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좋았던 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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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4기) 제대로 맛집
맛있게 먹고 이쑤실 때, 든든히 먹고 배 두드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여자. 열 남자보다 한 그릇의 밥 한끼가 더 좋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골목 골목 맛있는 냄새따라 다리품을 파는 게 취미인 곰곰이의 제대로 맛집. 여러분도 같이 가보실래요?
홍대 앞 사거리에 적을 두고 있는 office lady. 취미는 '오늘은 뭘 먹을까?'를 궁리하는 것. 특기는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홍대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것. 이제 그녀의 손안에 있소이다! | |
팟찌 / ON마이크 / 제대로 맛집 / 곰곰님 자료 / http://www.patzzi.com/talki/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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