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첫번째 휴가를 얻은 짠딸과
함께 휴가기간을 맞춘 큰 딸
휴양지는 별 재미없어하는 남편만 두고
모녀 셋이서 여행을 떠난다

알토란같이 놀아보고 싶은 짠딸의 심정을 이해해
비행기 시간을 맞추다 보니 최적의 장소로
코타키나발루가 선정되었다
난 딸들이 이끄는 대로 좋아좋아, 마냥좋아
철없는 엄마가 되기로 한다.

첫번째 리조트인 '샹그릴라 라사리아 리조트'에 도착하니
로비에서 환영의 의미로 커다란 징을 울리더니
작은 가마솥같은 전통악기를 연주해준다
소리가 얼마나 통통거리며 맑은지 기분이 좋아진다.
수영장에 있을 때
이 징소리가 들리면
'아, 누군가 체크인하는 구나'

룸에 들어서자 우릴 반기는 웰컴푸르츠
말린 과일은 습기 방지를 위해 랩핑까지 해두는 치밀함.

룸이 정말 크다
엑스트라 베드까지 들어와 있는데도
공간이 넓어 불편함이 하나도 없다
창가의 소파는 기대어 다리 쭈욱 뻗고
틈틈히 책 읽는 장소로 아주 그만이다


무엇보다 발코니 공간이 시원스럽고 넓다
휴양지느낌 뿜뿜한 둥근 라탄소파와 테이블 의자까지
너무 맘에 든다


거기에 큼지막한 자쿠지까지 있어
저녁에 따뜻한 물 받아 셋이 앉아 맥주캔 하나씩 들고
족욕하는 맛이란.

어메니티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록시땅
바디크림은 겨울에 핸드크림으로 사용하면 좋던데.


잠시 룸 탐방이 끝나고
이제 리조트 탐방에 나선다
비행기 탈거라서 화장도 안했는데
뭐~~ 어때 하면서
썬크림 한번씩 쓱쓱 덧바르고 나선다
근데 사진을 보니 딸들은 괜찮은데
이 중년의 여인 얼굴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리조트에서 제공되는 이 신발이 너무 편해서
2박3일동안 이 신만 신고 다녔다




리조트가 참 아름답다
곳곳에 놓이 썬베드와 안락한 소파들
시원한 야자수가 만들어주는 풍광은
휴양지하면 필수항목의 완벽한 오브제 아닌가


열대지방에선 이 예쁜 부겐빌레아가
가장 흔하게 피어있다
무리를 지어 심으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동백이의 강하늘이 봤으면
" 치명적이어유~~~"
했을 터이다

제 철이 아닌지
풀루메리아는 다 떨어지고 나무에 간간히 달려있다.
열대지방의 단연코 으뜸인 꽃 아닌가
그래서 나무 끝에 모여있는 이 모습이 더 도도해보인다
"너야말로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다"



리조트 탐험하는 동안 한낮의 열기로 땀이 줄줄 흐른다
잠시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한다.

짠딸 소파에 누워 책읽는 폼좀 보소
세상 편안한 모습이다

실내에 있다보면 냉방이 강해 서늘하다
이럴 때 넓은 발코니가 아주 유용하다
나도 한자리 차지하고
책을 잠시 읽는다
눈길은 자꾸만 밖으로 향한다

얼른 바다로 나가보자
여기는 모래사장이 너무 넓어
바닷물이 찰랑이는 곳까지 한참을 걸어야한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덮혀있어
기대한 썬셋의 모습에 못 미친다
우기라서 그런지
저녁무렵이면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온다
낮에본 눈시릴 정도의 하얀 구름이 아니다
비를 머금은 무거운 구름이다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리조트는
더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준다
그냥 들어가기 싫은 이 기분.

세 모녀의 긴 그림자를 남기며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은
코스 철판요리 '테판야끼'를 먹기로 한다.
셰프의 모습을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자리로 할건가요?
하고 묻는다
오브코오스! 하니
우릴 안내한다

아유 깔끔해!
요리 코스를 설명하고는
곧바로 요리로 들어간다
나는 딸한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응 어쩌구저쩌구
아아~~~
끄덕끄덕
어찌나 깔끔하게 철판을 정리하면서
요리를 하는지
믿음이 가 흡족하게 먹을 수 있었다
고기요리엔 이런 퍼포먼스까지
멋지게 해준다.
아 잘 먹었다
숙소까지 천천히 걷다보면 소화에 도움이 되려나


새벽 3시 경에 집을 나서서
오늘 하루 아주 길게길게 잘 놀았다
마지막엔 발코니 자쿠지에 더운 물 받아놓고
입욕제 풀어 향그런 물에 발 담근다
맥주 한 캔씩 들고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