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신 성모님?
◆ 오늘 복음에서는 두 번 성모님을 일컬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먼저는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행복하십니다.” 라고 말하고, 이에 응답하여 성모님이 “이제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모님의 삶은 행복하셨을까요?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지만, 꼭 한 달 후인 9월 15일에는 성모 통고 축일도 지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천사가 찾아와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그 순간부터 성모님의 삶은 뒤흔들렸을 것이고, 무죄하게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 안으신 때까지 그 고통은 이어졌을 것입니다. 이렇게 성모님의 고통이 예수님의 삶과 결부되어 있다면, 성모님의 행복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행복이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있다는 믿음에 있었듯이, 성모님도 역시 당신 삶 안에 이해할 수 없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믿으셨기에 행복하셨던 것입니다.
그 행복을 완성하고 확인해 주는 순간이 성모 승천의 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캄캄한 밤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믿음을 가지고 어둠 속으로 발길을 내디디셨던 성모님의 삶이 무의미하거나 부조리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그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모님은 수난하고 죽으신 다음 부활하셨던 예수님의 길에 끝까지 동참하십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삶 안에서 불행하게 보이는 순간도, 우리가 길을 벗어나 방황하거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받아들이기가 고통스러운 순간까지도 ‘전능하신 분이 큰일을 해주시는’ 순간임을 믿을 수 있다면, 우리도 하늘나라의 기쁨에 참여할 날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