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아랍의 눈물이라고 느꼈던 물의 정원을 지나 이제 정말 알람브라의 속살을 보기 위해 나스르의 내밀한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나스르 궁전은 그동안 많은 몸살을 앓고 세월을 몸으로 겪으며 살았기에 다소 지치고 늙고 다시 이리저리 쫒기며 달라져 온전한 제모습은 다소 잃었지만 왕들의 집무실과 생활공간을 짐작할만큼은 살아 남았다.
늘 내가 하는 이야기겠으나 이런 곳을 살펴 볼때는 밖에서 들여다 보는 구경꾼으로만 보지말고 여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읽으며 안에서 밖을 내다 보는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는 그라나다, 석류를 새긴 바닥의 문양돌을 밟으며 메스아르의 방을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내눈에는 바닥보다 처다보이는 처마 저 넘어 바라다 보이는 유난스레 맑고 파란 쪽빛 하늘이 더 눈에 띈다.
그랬을 것이다. 비록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치열하고 힘겨웠을 것이나 마음만은 이렇게 밝고 환한 저 하늘을 바라보며 살았을 것이다.
왕이 집무하는 공간이었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맞이한 접빈실이며 재판까지도 이곳에서 열렸다는 이 메수아르 방은 천장과 벽면장식이 아라비아 전통문양의 타일과 석회 세공의 아름다움이 탄식을 자아낼 정도로 빛난다.
방의 북쪽 안에는 코란을 읽고 예배했을 공간도 있는데 밝은 빛으로 내다 보이는 바깥 풍경은 창틀과 장식창을 통해 알바이신 구 시가지가 훤히 내다 보인다.
메수아르의 방에서 아라야네스 가운데 정원인 안뜰로 나가는데 직사각형의 연못으로 연결된 중정은 양옆으로 천국의 꽃이라는 아라야네스 가 심겨져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허브향 같은 향기가 바람에 일렁이어 아주 멋진 전경을 보여주고 흐르는 향기조차 기분좋은데 반영으로 비친 메수아르의 모습은 쪽빛으로 짙푸르고 신비로와 안달루시아의 전형적인 파란 하늘로 바닥에도 내려앉아 알라의 찬송을 노래하고 있는듯 하다.
몇장의 사진으로 밖에 스켓치 할수 없음이 안타깝다. 허나 이곳에서 그시절 사람들이 엮었던 숱한 사연과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추억으로 상세히 읽힌다.
혹 천년전, 아니 수백년전, 내가 이곳에 살았던 전생의 내 집무실이 아니었을까 ? 그래 그랬을꺼야 아마...
살짝 이런 착각도 해 가면서 나는 여기서 수백년을 스켓치 하고 있다.
아름답고 마음 넓은...
|
|
첫댓글 "이런 곳을 살펴 볼때는 밖에서 들여다 보는 구경꾼으로만 보지말고, 여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읽으며 안에서 밖을 내다 보는것이 옳다."
관장님 글을 읽으며 늘 느끼는 거지만 부족한 제가 배울 것이 참 많아서 좋다는 겁니다. 사진으로 담아 내신 알함브라궁전 내부의 조각과 타일 문양들이 참 이쁘고 정갈하며 그곳에서 살았던 주인장의 마음이 읽혀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내다 보는 바깥의 풍경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하나씩 보여져서 더 좋습니다. 앞으로 궁전이나 고택을 감상할때 지침서로 삼겠습니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