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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목요수필동인 원문보기 글쓴이: 권예자
2010.12.9 아침
저를 깨운 것은 목요수필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따라 서울행 KTX를 탓지요.
어제 낮과 밤 사이 첫눈이 살폿 내린 서울거리엔
햇빛이 말갛게 튀어 오를 듯 부서집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
'문학의 집. 서울'
행사는 왼쪽,
본관 건물에서 열립니다.
작년에 우리 목요수필 회원들이
'글과 풍경전'을 열었던 그 곳입니다.
어머! 예쁘기도 해라.
최근에 수필집을 낸 회원들의 책 표지가
곱게 담겨있습니다.
오창익 지도교수님께서 팜플렛을 들여다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2부에서 특별출연하실
바다와 섬의 시인 83세의 이생진 선생님이
기분좋게 웃으십니다.
개회시간인 10시 30분이 가까워 오자
성춘복 시인, 김후란 원장님, 오창익 교수님을 비롯하여
목요수필 회원들과,
문학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작가들이 오셨습니다.
아름다운 이진영님께서
'사회는 서서 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며
앉아서 개회를 알렸지요.
불편한 몸으로 사회를 맡아준 이진영님의
차분한 음성에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문학의 목소리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오기환 회장님의 인사말씀입니다.
소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렇게 쓴 글을 큰 목소리로 읽고, 음악을 듣고
또 따라 부르는 시간을 마련해봤습니다.
이 시간이 문학의 길을 걸어가시는 선생님들께
위로와 평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애경수필 최오균회장님,
소소리 출판사 우희정 수필가님도 오셨습니다.
편찮으신데도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급하게 가신 김현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화려한 경력에도 늘 겸손하신 선생님의 모습을 닮고 싶어요.
먼저 현승엽님이 노래로 길을 엽니다.
<화살표를 클릭하셔요.>
최영희님의 수필 낭독 <오르막과 내리막>
정상에 올라 인생의 가을을 가늠해 본다.
머지않아 나목으로 설 단풍나무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 마음에도 하나 둘 낙엽이 떨어져 쌓인다.
구르몽의 시 '낙엽'을 읊어본다. 낙엽 밟는 소리가 애잔하다.
..... '영희야! 너도 나목으로 설 준비가 되었느냐?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느냐?
묻는 듯하다. 또 다른 울림이었다.
한정순님의 수필 낭독 <언제 또 올래?>
예전에 고향에 가면 할아버지가 내게 하시던 말 '언제 또올래?' <생략>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들도 서운했을지 모르겠다.
어미라고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했나,
그렇다고 빈말일지라도 듣기 좋게 할 줄을 아나, 그 흔하디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해본 내가 아니던가. 피차가 서운했던 감정마져 가슴에 묻어두는 데만
익숙했지 단 한번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사이지 않는가.
그래도 서운한 기색 없이 떠나는 아들...
그 등뒤로 '언제 또올래?'하고 되뇌이는 어머니의 마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효숙 선생님의 수필 낭독 <마지막 동창회>
지금은 한군데 문학모임만 빼고는 모든 모임을 졸업했다.
아니, 졸업이 아니다. 은퇴다. 졸업은 얼마나 좋은 말인가.
졸업은 출발이요. 미래이고 솟구치는 희망인데 말이다.
가수들은 성대한 은퇴공연을 하고서도 그 후에도 계속 노래를 부른다.
정치가도 은퇴를 선언하고도 국민들이 원한다면 하고,
다시 정계로 복귀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그러니 우리 동창모임도 다시하면 안 될까?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많아져서 없애기로 한 통창모임.
이 글의 말미는 웃기는 듯 하면서 눈물을 왈칵 쏟게 하여
저는 셧터를 누를 수 없었어요. 이것이 수필의 매력인 것을...
이제 모든 것을 접을 때가 왔다. 한 뼘 남았는지 두 뼘 남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세에서 동창 모임 할 때는 다리 절지도 말고, 내릴 정류장 놓치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궁색한 변명 늘어놓지도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이 계집애들아!!!
시인 김후란님의 시 낭송 <눈의 나라>
겨울이면 나는 눈의 나라 시민이 된다
온 세상 눈이 다 이 고장으로 몰린다
고요하라 고요하라
희디흰 눈처럼
차고도 훈훈한 눈처럼
고요하라는 계율에 순종한다 -시 '눈의 나라' 중에서
성춘복 선생님의 시 낭송 <마음갈이>
가슴에 들끊는 것 어디건 없을소냐
귀 씻고 눈 닦아 맘까지 비워내면
계절도 하릴없는지 왔다가 그냥간다.
하늘이 푸르러서 몸 줄여 가쁜하나
오늘은 또 꽃빛에 속 태워 곰살갑고
풀잎에 올려진 이슬 맘같이 맑았어라.
테너 이종구님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들으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김은성님의 시 낭송 <미루나무>
헐벗은 미루나무 묵묵히 하늘을 본다
화려한 시절에는 새들도 깃들더니
삭풍을 맞고 있으니 모든 것은 떠났네.
황보광님의 시 낭송 <승천(昇天)>
옥천사 앞뜰/소나무 가지에/잉어가 산다//
홍제천 잉어가/승천을 꿈꾸다/하늘로 못가고/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망설이고 있다.//
홍제천으로 내려갈까/ 아주 하늘로 오를까//
-시 '승천 ' 중에서-
오령 시인의 시 낭송 <은행잎 지고>
눈물 같은 찬비/흩뿌린 아침//
꽃잎처럼/나비처럼//
일제히/ 날갯짓 하며/뛰어내리던/나의 분신들아//
황홀 했었다/봄 여름 가을/이제/침묵하리라//
내 어깨엔/ 빈 가지만/남았으니//
-시 '은행잎 지고' 전문-
임익홍님의 시 낭송 <선자령에서>
선자는 어디에 있었을까/겨울이나 여름이나/
바람만 윙윙거리는 이곳에/ 선자의 집은/
그 어디에도 있을 듯 싶지않다// .../
보이지 않는 저 어두움의 바다위에/홀로 마음의 집을 지어 놓고/
생각이 날 때면 찾아왔다가/흔적도 없이 돌아갔으리라//
-시 '선자령에서' 중에서
다시 현승엽님의 노래.
잠시 숨을 돌리며 수필 낭독으로 넘어갑니다.
<화살표를 클릭하셔요>
남복희님의 수필 낭독 <꽃비를 맞으며>
때마침 바람에 실려 꽃잎이 흔날리고 있었다. 탁자가 있는 나무의자에 앉았다.
얼굴 위로, 탁자에 비처럼 뿌리고 있다. 가벼운 흥분까지 일었다.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 오면서 이렇게 많은 꽃비를 맞은 4월의 봄은 처음이다.
그것도 결혼기념일이 있는 4월에...
결혼기념일에 혼자 관악산 등산을 가던 때의 느낌을 쓴 글이다.
마침 결혼기념일이지만, 떠난 남편은 아시는지 모르는지.
꽃비 속에서의 그 황홀한 슬픔이 느껴지는 수필이다.
정정연님의 수필 낭독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맛은 메론 맛 같은데 메론도 아니요. 참외도 아니고,
수박처럼 속이 붉으나 수박도 아니다.
이 과일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리도 나를 닮았느냐고,
전에는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 과일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채로 살아가고 있다.
영어교실을 몇 년이나 드나들었어도 외국인만 보면 울렁증 환자가 되고,
수필교실을 다니면서도 글 다운 글 한 편을 못쓰고 있다.
오창익 교수님의 수필 낭독 <해당화>
거센 바람이 달려와 젖가슴을 풀어헤친 빨간 꽃잎을 포옹하고 격정적으로
몸부림치는, 뒹굴며 흰 모래를 뒤집어 쓰는 진한 그 한밤을 상상해보라.
강인한 생명력이야 어찌되었건 빗질도 하지 않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푸른 초원을 향해 맨발로 달려가는 젊고 발랄한 20대 여인의 뜨거운 사랑이,
야성적인 정열이 거기 있지 않은가.
격정의 밤이 깊어 한 줄기 밧줄 같은 소나기라도 쏟아져보라.
바람도 자고 맑게 갠 이튿날 아침, 하얀 모래밭에 흩어진 빨간 꽃잎들.
그 꽃잎들이야말로 임을 그리다 그리다 지쳐, 병실의 하얀 침대 요 위에 쏟아놓은
30대 여인의 각혈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지도교수가 아닌 수필가의 한 사람으로서
교수님 께서도 수필 낭독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해당화' 발표 당시, 그글에 얽힌 어느 팬과의 일화까지 들려 주시며
제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1부 순서가 끝나고,
곧이어, 이생진 시인이 주제하는 2부가 이어집니다.
이제 우리는 이생진 시인을 따라서
서산 '아라메 길'로부터 김삿갓과 황진이와 더불어
제주도의 '그리운 성산포'까지 다녀옵니다.
가면서 정들고
오면서 추억이 되는
아라메길
세월이 닳지 않은
마애 삼존불 얼굴에
너의 미소 활짝 피었다
보원사 오층탑에 앉았던 봉황
개심사 아미타여래랑
해미읍성 저 멀리
도비산 너머 바다를
한숨에 다녀 왔는데
너는 지금
아라메길
어디쯤 가고 있니
- 이생진 시 '아라메길' 전문-
<마주 보이는 별관 건물>
창밖엔 차고 맑은 기운이 가득한데,
문학의 목소리에 잠겨 행복했던 우리는 얼굴과 가슴이
발갛게 상기되었지요.
간단히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인원이 많아서 다 함께 찍지는 못하고, 그룹으로 찍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글과 목소리가,
시와 수필이,
고전음악이 현대음악과 만나는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새해에 더 좋은 글을 쓸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문학의 목소리' 판에 서명을 하였습니다.
<끝나는 길에서 다시 떠나며> 문육자 님.
<진주 목걸이> 김현희님
여기, 제 것도 있네요. <내 안의 피에타>
* 개인별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어서,
마지막까지 남아 계시던 분들만 찍게되어 죄송합니다.
2부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 동영상 은
시간 나는대로 정리하여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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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있는 송년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주신 회장님과 총무님,
그리고 진행하신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오셔서 함께 목소리를 맞춰주신 선 후배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긴 시간 차분하고 기품있게 사회를 보아준 이진영님,
오셔서 축하와 격려주시고, 출연해 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2010년이 저물어갑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따듯한 사랑과 깊은 철학을 담은,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기도합니다.
"수필가와 수필문학가는 구별되어야 한다" 한
창작수필문학가의 자세를 기억하면서...
2010.12.10
권예자가 옮깁니다.
<정동진 일출 : 한정순님 사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상큼한 새해 맞으십시요.
- 목요수필 회원 일동-
첫댓글 권예자 선생님의 자세하고도 정감있는 사진과 설명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기회가 닿으면 그런 행사에 저희도 초대해 주시면 좋겠네요~
관심 감사합니다.
중요 행사가 있으면 공지사항(또는 한줄메모)에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공지사항을 볼수가 없게 되어 있네요.
책 표지가 궁금해서 보려니까 안 열리고 출판기념회 사진도 없어서 못보았습니다.
문학의 향기가 느껴지며 삶이 돋보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성탄절, 즐거운 시간되시고, 은총 많이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