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詠(잡영)
박정(朴靖:?~?)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동천(東川).
벼슬이 군수(郡守)에 이르다.
사월의 녹음이 짙어오고
四月綠陰多 사월녹음다
산새들 온종일 지저귀네
山禽終日語 산금종일어
사람에게 놀라 먼 곳으로 날아가며
驚人不遠飛 경인불원비
다시 건넛산으로 날아가네
又向西山去 우향서거산
*
진주시 망진산 정상에 있는 월경사(月景寺)에 갔다
산 전체가 도심으로 변했고
절 옆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옛날을 생각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절구경을 하고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그곳에 간 것은
새소리에 이끌려서다
절 아래 작은 대숲이 있는데
유독 새소리에 파묻혀 독경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직박구리 같이 생겼는데
우는 소리가 아니다
가족끼리 수십 마리가 대숲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8월의 무더위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그곳에 사시는 분에게 물어봐도
새의 이름조차도 모른다.
평생 새의 노래만 들었지
관심도 없었나 보다.
내가 괜히 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사실, 확신할 수 없지만
지빠귀 종류였다.
새는 날고
허름한 집에는 장마에 비가 새고
그 집 가장은 오늘도
술에 취해 큰大자로 잠을 잔다.
그 안주인은 세상에 무심한 듯
새소리 독경소리만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