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찰나... 오로지 참나 찾는 수행해야" / 진제 큰스님
진제 스님은 "참나를 찾는 수행을 통해
진정한 웰빙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사다난했던 정해년 끄트머리에 무자년 새해가 시간의 연속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송구영신의 시기에 팔공산 동화사 조실로 주석하며 활발발한 선풍(禪風)으로
후학을 제접하고 있는 원로의원 진제(眞際)스님을 친견해 한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들어보았다.
바른 정신으로 지혜롭게 물질을 다룰 때
전도된 현대사회 병폐 극복할 수 있어
내가 아끼고 부족한 이들에게 베풀 때 나와 남이 행복
계정혜 삼학(三學) 잘 닦고 행해야 정안(正眼) 갖춰
-정해년(丁亥年) 한 해가 가고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다가옵니다.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 주십시오.
욕심을 비우고, 온갖 시비(是非)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며, 참으로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마음을 솔직하게 쓰면 자연히 모두가 화목하고 바르게 사는 보편적인 길이 보입니다.
어언 한 해가 다 가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무상합니다.
인생 100년이라고 해야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갑니다.
자기의 ‘참 나’를 모르고 100년을 살아야 아무 값어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는 불자라면
더더욱 자기자신(참 나)을 찾는 참선수행에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는다고 하는데 원래 오고 감이 있는 것인가요.
본래 오고 감이 따로 있지 아니한데 공연히 마음을 일으켜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꿈속 일이란 것을 알면 집착하고 아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참 나’를 찾아야 할 뿐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 속에 살아서인지 소비가 미덕인양 물질을 낭비하고,
근검하고 절약하질 않습니다. 삶의 가치를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우리가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물질의 풍요로 인해 오히려 물질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습니다.
소비가 나쁜 게 아니라 낭비가 나쁜 것입니다.
물질의 풍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여전히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전 인류적 관점에서 불필요한 물질의 낭비를 줄여 절대적 빈곤계층으로 환원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범부중생의 삶의 가치는 정신에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질에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올바른 정신은 지혜롭게 물질을 다루는 법입니다.
즉 물질을 지혜롭게 잘 사용함으로써 삶의 주체적 정신이 물질에 전도되는
현대사회의 병폐가 극복될 것이고 나와 남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마음을 중시하고,
삶의 가치도 적은 것에 만족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이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는지요.
행복은 물질을 얼마나 소유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문제이지요.
물질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일 수는 있겠지만,
물질이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해주지는 못합니다.
높은 삶의 질은 모든 번민과 갈등이 없는 마음의 평안에 있습니다.
현대에 ‘웰빙(Well-Being)’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여
잘 살고 못 사는 모든 이들이 이것을 추구하지만,
누가 정말로 웰빙을 누리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진 것이 적다고 웰빙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 많다고 웰빙을 누리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여유로움 속에 희망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웰빙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불자라면 누구나 수행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계행을 맑게 하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얻어야 하는데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불도(佛道)를 닦는 우리 불자들이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손실 없이 잘 닦아 행하면
그 결과로 부처님과 같은 정안(正眼)을 갖추게 됩니다.
지혜로운 이는 청정한 계(戒)를 잘 가짐으로 인해 정(定)을 이루고,
산란심이 없는 정을 갖춤으로써 밝은 지혜가 열립니다.
-평생 수행납자들을 제접하고 계시는데 스님께서는 칼날 같은 수행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려운 과정에서 수행했던 일화를 후학들을 위해 들려주시지요.
스물여섯 살 때 오대산 상원사에서 겨울안거를 지내게 되었는데,
얼마나 생활이 궁핍했는지 좌복 하나를 가지고 정진할 때는 좌복으로 쓰고,
잘 때는 배를 덮고 잤지요. 두부가 먹고 싶다 해서
겨울철에 딱 한 번 운력을 해서 만들어 먹었을 뿐, 석 달을 배추김치 하나 가지고 살았지요.
과일도 얼마나 귀했는지 원주가 하루는 어디를 다녀오면서 사과를 구해 왔는데
석 달 동안 각각 한 개 반씩만 나눠먹을 정도로 아주 어렵게 공부를 했습니다.
추위는 또 얼마나 추운지, 숭늉을 방에 떠 놓으면 숭늉이 얼 정도였고
눈이 오면 처마 밑까지 눈이 쌓이고 그랬어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힘들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열심히 공부했었습니다.
-지난해 조계종은 봉암사에 결사 60년을 맞아 대법회를 봉행하고
대 사회적으로 실추된 불교이미지를 쇄신하려 노력했습니다.
올해 종단이 온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환희심을 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출가 수행자는 수행자의 본분의 모습을 잊지 말고 수행과 교화에 노력하여야 하고,
재가 불자는 자기수행과 함께 불법과 스님네 외호에 힘써야 합니다.
출가 수행자는 거짓이 없어야 하고, 검소해야 하며, 수행에 게으름이 없어야 합니다.
절집이 힘들었던 옛날과 다르게 많이 풍족해진 관계로
스님네가 수행에 많이 나태해진 것 같습니다.
재물과 명예를 탐하다 보면 자연스레 거짓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판과 사판을 떠나 모든 수행자는 항상 여기에서 초연하여
솔직한 수행자의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수행자의 본모습을 놓지 않고
모든 욕심과 이기적인 마음을 버린다면, 자연히 종단은 바로 서게 되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수행자가 되고 불교가 될 것입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누가 됐든 선거 후 후유증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온갖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아(小我)를 버리고 눈을 크게 떠야 됩니다. 모든 분쟁과 불화는 소아로부터 형성됩니다.
일체 모든 것들이 나와 더불어 둘이 아님을 인식하고 넓게 포용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이는 혹시 자만에 빠지지 않았는가
살펴서 상대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렇지 못한 이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한마디 말씀해 주십시오.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하야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이로다.
한 주먹 버들가지 잡아 얻지 못해서
봄바람 옥난간 벽에다 걸어둠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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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의원 진제스님은...향곡스님 계승 선풍 진작
‘북 송담, 남 진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불교 선맥을 드날리고 있는
진제스님은 1934년 남해에서 태어났다.
1967년 ‘일면불 월면불’ 화두를 타파한 후 향곡스님으로부터 법을 인가받은 이후
1971년 부산에 해운정사를 창건해 선풍을 널리 전하고 있다.
선학원 이사장, 문경 봉암사 조실을 역임했고
1998년, 2000년 백양사 1,2차 무차선대법회 초청법주,
2002년 국제무차선대법회 법주를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원로의원,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해운정사 금모선원 조실로 납자들을 제접하고 있다
여태동 기자
2008년 1월 1일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