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무언가 조금 우울하다거나 위축이 될 때 한번쯤 꺼내어 보면 좋은 영화가 있다. 주성치 주연의 이 영화 서유기(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을 통털어서 이야기하는 거다.)가 그렇다. 케이블이나 TV에서 명절때 해주던 영화를 오며가며 본 기억은 있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본적은 없어서 한번은 큰맘먹고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솔직이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유치하다고 할까? 그의 영화 특유의 코드들을 읽지 못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은 참으면서 본 이 영화는 어느새 나의 Best 영화가 되어있다.
이 영화는 중국의 고전 "서유기"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은 코믹 패러디 물이다. 전편인 월광보합의 경우 관세음보살에게 벌을 받은 지존보(각성하기 전의 손오공)이 손오공으로 각성하기 까지의 과정이다. 숱한 명장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은 주성치의 사타구니에 붙은 불을 끄는 장면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 그 장면을 보면 데굴데굴 구를 정도이다. 주성치의 영화는 코미디 물이라서 진지한 영화하고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서유기의 중간 중간에는 인연과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주옥같은 대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명대사들은 주로 선리기연에 자리잡고 있는데, 손오공으로 각성한 지존보(주성치)와 자하선사(주인)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 심장에 뭐가 있다고 하니 그게 뭔지 보고 싶소. 그러니 내가 심장을 볼 수 있게 빨리 심장을 꺼내 주시오." 이 말은 자신을 죽이려는 춘삼십낭(자하선사의 제자로 거미요괴이다.)에게 지존보가 한 말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사랑에 고민하던 지존보가 자신을 죽일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전 과거에 사랑을 앞에두고 아끼지 못하고 잃은 후에 큰 후회를 했습니다. 인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후회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겠소. 만약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이 말은 자신의 스승 삼장법사와 연인 자하선사를 살리기 위하여 손오공이 되는 지존보가 깨달음을 얻고 관세음보살에게 하는 말입니다. '사랑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다'는 말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 영화를 봤는데도 잘 기억이...) 패러디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억속에는 이 영화에서 주성치의 목소리로 나레이션 될 것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임팩트가 큰 대사인 것 같습니다. 손오공이 되면 인간사의 인연을 끊어야 합니다. 그가 사랑하는 자하선사에게 제대로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손오공이 되기 전에 관세음보살에게 속죄하듯이 읊조리는 대사가 바로 저 대사입니다. 드디어 손오공이 된 지존보는 자신의 스승인 삼장법사와 연인인 자하선사를 우마왕의 손아귀에서 구하기 위해 출두합니다.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전 왜 저 장면이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자 드디어 지존보의 연인인 자하선사(이름도 이쁩니다.)의 모습을 한번 봐야 되겠습니다. 자하선사는 주인 (朱茵, Athena Chu) 이라는 배우로 이 영화에서 처음 본 배우입니다. 대충 위와 같은 모습인데, 무척이나 귀엽게 나옵니다. 하지만, 나이는 현재 우리나이로 41살입니다. 아 물론 저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23살 이었습니다. 많은 남정네들이 그녀의 모습에 매료가 되었지만, 그 외에 특별히 우리에게 소개될 정도로 특별히 지명도 있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분들이라면 "사조영웅전"이라는 드라마에 그녀가 출연했었다고 합니다. 손오공으로 각성한 지존보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앞에두고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이미 속세의 인연을 끊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손오공(지존보)를 자하선사는 야속하게 바라만 보다가 손오공을 구하기 위해서 우마왕의 손에 죽임을 당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자하선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괴로워하는 손오공의 모습입니다. 그녀에 대한 속세의 감정인 사랑과 안타까움이 눈을 뜨자 손오공 머리의 금강고가 머리를 조여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차마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손오공의 모습입니다. 결국 그녀를 놓치고 최종적으로 우마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손오공... 이렇게 이 영화는 모든 갈등이 끝남으로 영화가 종료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뒤 손오공은 삼장법사를 모시고 천축국으로 가서 불경을 가져오는 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의외의 반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마왕과의 전투를 끝으로 전편에 등장한 월광보합으로 우마왕의 소굴에서 탈출한 손오공은 시간을 거슬러 500년 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됩니다. 500년 후에 사람으로 환생한 자신과 자하선사의 모습입니다. 인연의 굴레는 500년 후에도 두 사람을 연인으로 만들었고, 사랑때문에 갈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랑이 있으니 자신을 보내달라는 지존보와 갈때 가더라도 자신에게 사랑의 정표로서 키스를 해달라는 자하의 모습입니다. 다시 환생한 자하의 모습에손오공은 넋을 놓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자하의 모습을 보고 손오공은 작은 선물을 주기로 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환생한 자신의 몸속에 들어간 손오공은 힘차게 자하를 향해 발을 뻗습니다.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존보를 바라보는 자하의 모습 그리고 둘은 힘차게 포옹하고 키스를 합니다. 이 자리는 500년 전에 자하선사의 키스 요청을 매정하게 지존보가 거절했던 곳입니다. 그 때 본심이 아닌 거절로 자하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손오공은 지존보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오! 평생을 당신과 함께 하겠소." 그리고 둘은 뜨거운 포옹을 합니다. 환생한 손오공(지존보)에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한 손오공의 작은 배려이자, 500년 동안 자신이 하지 못했던 말을 환생한 자신의 입을 통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하에게 손오공의 뒷모습이 포착됩니다. 쓸쓸히 그 자리를 떠나가는 손오공
인상적인 음악과 함께 나오는 저 장면이 선리기연의 결말입니다. 500년의 시간동안 어긋나기만 하던 사랑의 끈이 결국 저런 해피엔딩으로 끝이납니다. 저 성벽위의 무사로 나오는 주성치는 코믹한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 장면은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명장면입니다. 저는 감히 주성치 최고의 연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저 웃기기만 한 그가 웃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저 장면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요. 이 영화는 현재 컬트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소수의 팬들이 꾸준히 과거를 회상하면서 보고 있지요. 전편인 월광보합은 조금은 산만하기만 한 코믹 패러디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코미디 영화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영화입니다. 또한 후편인 선리기연은 코믹함과 더불어 아련한 맬로의 감정도 같이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불교식 세계관 속에 녹아 있는 사랑에 대한 해석들이 심금을 때릴 정도로 깊은 인상이 남는 작품입니다. 덧) 워낙에 좋아하는 작품이다 보니 주절 주절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늘어놓게 되네요.^^;; |
출처: 강아지똥 원문보기 글쓴이: 강아지똥
첫댓글 저 이거 봤어여..보는내내...눈을 떼지 못했다능..^^
네! 주성치 영화중에서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끔 조금 우울하거나 할때 꺼내어 보면 한번씩 웃으면서 기분전환할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몇몇 장면들은 눈을 때지 못하죠. 웃기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해서....
저 역시 이 영화 가장 좋아한답니다.벌써 몇번을 봤다는..^^볼때마다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그리구 중국에 있을때 실제로 주성치 인터뷰 하는것을 봤는데
진짜 샤프하고 논리정연한 사람이더군요.
그런 치밀한 사람이 코미디를 한다는것에 대단함을 느꼈답니다.^^
주성치가 원래 정극 연기를 배웠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맹달(산적때 부두목)과는 연기를 배웠던 시절부터의 절친이라고 하더라구요.
90년대 코미디 영화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사람이니,
똑똑한 사람일 거라 짐작이 됩니다.
훌륭한 음악과 함께 전개되는 내용이 정말이지 90년대 홍콩 영화중 걸작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약용님 즐거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