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테니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한부호 사장
12월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코트 '서울테니스클럽'을 방문했다.
인조잔디로 깔끔하게 정비된 이 테니스 코트는 총 7면. 각 코트마다 동호인과 레슨자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행되면서 서울시 25개 구에서 운영하는 코트는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라 코트 구하는 것도 어렵고 한꺼번에 많은 동호인을 만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곱 면의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몸짓만 보아도 활기가 넘치고 끊임없이 볼을 던지며 지도하고 있는 레슨 코치들의 목소리는 열정적이어서 테니스 인들에게 어떤 변화도 찾아오지 않은 코로나 이전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테니스를 하고 싶어 하는 동호인들에게 꿀맛을 제공하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사설코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문득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 코트는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해 한부호 사장을 만났다. 중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한 사장과의 일문일답을 적어 본다.
*이 테니스 코트는 언제 생긴 것인가?
2015년 에어돔으로 실내코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에어돔 원단이 찢어져 클레이 실외코트로 사용하다 올 8월에 인조잔디코트로 바꾸었다.
*이 코트를 만든 계기는?
원래는 '생태탕' 음식점을 오래 경영했다. 분점도 많이 생기고 성공적이었는데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리스크 없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니스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도 매일 출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테니스코트를 만드는 것이 부부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또 이익이 창출되면 주니어 선수들의 후원을 꾸준하게 해 주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지금까지 후원한 선수들이 있는가?
의정부 시청 소속의 박의성 선수를 중3부터 고3때까지 후원했다. 박 선수의 가족도 이 코트 라커룸 2층에서 4년 정도 생활했다. 그 외에도 매 달 주니어 선수 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앞으로는 제 주변에 있는 분들과 함께 시너지 발휘하면서 후원 해 주고 싶다.
*코트 사용 시간과 사용료는 어떤가?
평일 시간당 2만원 야간은 2만5천원. 휴일 야간에는 3만원을 받는다.
새벽 6시에 개장해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레슨은 밤 10시 까지 하는데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야외활동이라 해도 철저하게 마스크 쓰고 명부 작성하고 운영한다.
인조잔디코트로 만든 후 공실률도 적어지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클럽들을 대상으로 연계약을 많이 하고 있다.
*심야에서 새벽 1시까지 그 시간대는 주로 누가 사용하는가?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었다. 젊은 20,30대들이 대거 유입이 되어 퇴근 후 코트를 예약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좋은 시설에서 비싼 코트료를 내고 운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실내 연습장에서 레슨 받은 젊은이들이 밤늦은 시간에 야외코트를 빌려 게임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가치있게 나눈다. SNS가 점점 테니스의 매력발산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더 자주 테니스코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 연습장이 많이 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때 유행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골프도 실내에서 시작하다가 필드에 나가려면 실전 야외 연습장을 가듯이 레슨자들이 정상적인 규격에서 운동경험하고 나면 야외를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짜임새 있게 잘 운영하면 테니스 저변확대에 큰 기여가 될 것으로 본다.
20억 하는 강남 아파트 한 채를 팔아 코트를 만들었다는 한부호 사장은 올해부터 코트 운영이 흑자로 돌아 감사할 뿐이라고 한다. 감사한 만큼 테니스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유소년들에게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성공한 사람은 나눔에 대한 의지도 확실했다. 코트에 불빛이 짙어지는 시간에도 동호인들은 여전히 코트를 가득 메우며 뛰고 있었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