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7호(2011.09.09)
* <고유의 명절 한가위> - 전영애-
동심의 그리운 시절
철없이 명절 되면
새 옷 사 주지 않을까
냉가슴 앓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는 까닭은
세월 흐른 탓이겠지
디딤 방앗간 분주하고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아낙 머리 위에 언고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된 추석명절이었다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과 들녘의 풍경
땀 흘린 보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장식해 낸다
* <1897년의 한가위> -박경리의 토지 제1부 제1권 제1편-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 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 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 - 남정네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 놓은 새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후우이이 - 요놈의 새떼들아!"
극성스럽게 새를 쫓던 할망구는 와삭와삭 풀발이 선 출입옷으로 갈아 입고
타작 마당에서 굿을 보고 있을 것이다.
추석은 마을의 남녀노유,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새들에게,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까지 포식의 날인가보다.
빠른 장단의 꽹과리 소리, 느린 장단의 둔중한 여음으로 울려 퍼지는 징소리는
타작 마당과 거리가 먼 최참판댁 사랑에서는 흐느낌 같이 슬프게 들려온다.
농부들은 지금 꽃 달린 고깔을 흔들면서 신명을 내고
괴롭고 한스러운 일상(日常)을 잊으며 굿놀이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
최참판댁에서 섭섭찮게 전곡(錢穀)이 나갔고
풍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실한 평작임엔 틀림이 없을 것인즉
모처럼 허리끈을 풀어 놓고 쌀밥에 식구들은 배를 두드렸을 테니
하루의 근심은 잊을 만했을 것이다.
이 날은 수수개비를 꺾어도 아이들은 매를 맞지 않는다.
여러 달 만에 솟증 풀었다고 느긋해 하던 늙은이들은 뒷간 출입이 잦아진다.
힘 좋은 젊은이들은 벌써 읍내에 가고 없었다.
황소 한 마리 끌고 돌아오는 꿈을 꾸며 읍내 씨름판에 몰려간 것이다.
최참판댁 사랑은 무인지경처럼 적막하다.
햇빛은 맑게 뜰을 비쳐 주는데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 버렸을까.
새로 바른 방문 장지가 낯설다.
한동안 타작 마당에서는 굿놀이가 멎은 것 같더니
별안간 경풍 들린 것처럼 꽹과리가 악을 쓴다.
빠르게 드높게, 꽹과리를 따라 징소리도 빨라진다.
깨깽 깨애깽! 더어응응음 - 깨깽깨애깽! 더어응응음 –
장구와 북이 사이사이에 끼여서 들려온다.
신나는 타악 소리는 푸른하늘을 빙글빙글 돌게 하고
단풍은 나무를 우쭐우쭐 춤추게 한다.
* <시간 있으시면>
호동이가 학교에 가는 길에 너무나 예쁜 여자를 보았다.
호동이는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 지 속으로 고민했다.
‘저 아가씨, 시간 있으시면 차나 한 잔...’
몇 번이나 속으로 연습을 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갔다…
.
.
.
.
.
.
.
.
.
.
“저기요, 아...아... 아가씨, 차 있으면 시간이나 한 잔...”
여자는 차가 없다며 그냥 가 버렸다.
“사랑하고 일하며,
때로는 쉬면서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인생,
그 인생에 감사하자(헨리 밴 다이크).”
한가위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 아리랑을 주제로 한 변주곡 - 북한 아리랑 (사진: 양산 법기수원지)
* 음악 안 들리시면 아래 사이트를 클릭하셔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1. http://cafe.daum.net/biblesky?t__nil_cafemy=item
2. http://cafe.daum.net/suguncp?t__nil_cafemy=item
04._아리랑을_주제로_한_변주곡_(북한아리랑).s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