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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막한 콘크이트 담장일지라도 호박넝쿨이 있으면 정원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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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 호박은 우리에게 친근하다. 호박은 어느 곳이든지 잘 자란다. 담장 밑이든, 대문 밖 텃밭이든 흙이 있는 곳이면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자라는 아주 기특한 녀석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담장일지라도 호박이 열리면 풍요로운 정원으로 바뀐다. 넝쿨지어 힘차게 쭉쭉 뻗어나가는 호박은 생동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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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넙적하고 커다란 호박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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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꽃이 못생긴 꽃이라고들 하지만 호박은 푸념 한마디 없이 인간들에게 많은 것을 준다. 호박잎 한 장에 밥 한 숟가락을 넣고, 걸쭉한 된장에 찍어 한 입 넣으면 가득히 퍼지는 그 맛.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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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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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은 인간들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내준다. 호박잎뿐만 아니라 열매인 호박과 호박씨까지도 아낌없이 준다. 호박은 파전이나 찌개, 국거리용으로 최고다. 애호박의 부드러운 육질은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새우와 애호박은 궁합이 잘 맞는 천생연분이다. 호박과 새우를 넣어 끊인 찌개는 시원하고 달착지근해서 잃었던 입맛을 돋운다. 애호박과 된장, 풋고추가 만나면 훌륭한 된장찌개가 된다. 비 오는 날 애호박을 얇게 썰어 부친 호박전은 막걸리와 썩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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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호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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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은 우리 인간들과 일년 내내 함께 한다. 나른한 봄날 애호박나물은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준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여름날 미꾸라지와 호박잎을 넣어 끓인 어죽은 여름철 보양(補陽)에는 최고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살랑대는 밤에 호박전을 부쳐 막걸리 한 잔 걸치면 지나가던 달도 멈춘다. 장독대에서 금방 꺼낸 차디찬 호박떡을 한 잎 베어 물면, 입안에 퍼져나가는 달콤한 맛과 향 때문에 긴긴 겨울밤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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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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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은 나이가 어린 애호박이든 다 익은 늙은 호박이든 인간을 위해 온 몸을 바친다. 누렇게 익은 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는 빼서 말리고, 과육은 길게 노려내어 서리가 올 때까지 말리면 한 겨울철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호박씨는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하고 그냥 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잘 말린 호박꼬지 떡은 입을 살살 녹인다.
이 밖에도 호박이 우리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것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호박잎 넣어 끓인 어죽, 호박잎 찐빵, 호박나물, 호박떡, 호박무침, 호박범벅, 호박엿, 호박찜, 호박김치, 호박식혜, 호박장아찌… 등등 호박은 우리 인간들과 아주 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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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과 호박꽃. 아름답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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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의 족보를 알아보자. 호박(Pumpkin)은 박과에 속하는 열매다. 식용으로 쓰는 호박의 종류는 크게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동양계 호박(Cucurbita moschata)과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서양계 호박(Cucurbita maxima),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폐포계 호박(Cucurbita pepo)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하는 것은 동양계 호박이다. 통일신라 때부터 재배해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민족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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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호박꽃. 이녀석들이 바로 수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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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호박이 우리 몸에 어떻게 이로운지 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호박씨에는 간장을 보호해주는 필수아미소산인 메티오닌이 많아 술안주로 좋다. 또 호박씨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이산 많아 두뇌를 명석하게 해준다. 기침을 심하게 할 때 호박씨를 살짝 구워 설탕이나 꿀에 재어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호박은 온한 성질이라서 수족냉증인 사람에게 이롭다. 특히 산모의 얼굴과 몸이 퉁퉁 부은 부종에는 호박이 아주 효과적이다. 위장이 약한 사람들에게도 호박은 이롭다. 호박속의 당분은 소화흡수를 도와주고 위 세포점막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위장이 약한 회복기 환자의 간식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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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만한 여인의 자태? 그러나 이 호박꽃은 수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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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형권 |
| 끝으로 호박꽃 이야기를 들어보자. 호박꽃은 전부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암꽃과 수꽃이 있다. 수꽃은 꽃자루가 길고 열매가 매달려 있지 않지만 암꽃은 입자루가 짧고 꽃이 피면서 열매가 매달려 있다. 그래서 수꽃을 '헛꽃'이라고 하고 암꽃을 '참꽃'이라고도 한다.
쭉쭉 뻗어나가려는 성질이 강한 수꽃과 열매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품어서 씨를 퍼트리는 숙명을 안고 있는 암꽃. 어쩌면 그리도 우리 인간과 생태가 같을까. 이래서 호박이 우리 인간과 친숙한 걸까? |
첫댓글 저와함께 가족사진 찍어야 겠어요*^ㅡ^* 참으로 정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