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비의 양면성” 집중분석
서울大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07년부터 매년 그 해의 간지(干支)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트렌드 키워드의 첫 글자를 조합해 발표해왔다. 2011년, 신묘년 토끼띠 해를 맞아 제시한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TWO RABBITS’이다. 1부에서는 2010년 키워드였던 ‘TIGEROMICS’를 중심으로 한 해를 회고하고, 각 키워드별 향후 전망을 함께 제시한다. 2부에서는 2011년 10대 키워드인 ‘TWO RABBITS’를 통해 2011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예측하고 분석한다. 아울러 나와 우리 주변의 소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쓴 김난도 교수의 칼럼 4편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 소비트렌드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트렌드코리아 2011』이 제시하는 ‘두 마리 토끼’는,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니즈에서 파생되는 ‘모순의 토끼’를 의미한다. 이 책을 통해 모순된 요구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2011년 소비트렌드를 미리 예측함으로써 토끼처럼 도약하는 한 해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011 대한민국 10대 소비트렌드 : TWO RABBITS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트렌드 코리아 2011』은 201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TWO RABBITS’로 선정했다. 여기서 ‘두 마리 토끼’란 모순된 요구를 동시에 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ZARA, 유니클로 등 중저가 패스트 패션을 즐겨 입으면서도 때로는 엄청난 고가의 명품을 사들이는가 하면,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라도 품질은 우수하길 원하고, 미니홈피ㆍ블로그ㆍ트위터ㆍ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낱낱이 공개하면서도 프라이버시는 보호받고 싶어 한다. 이처럼 더욱 모순되고 변화무쌍하게 전개될 2011년 소비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함으로써 독자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얻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자들은 ‘TWO RABBITS’를 2011년 소비키워드로 제시했다.
날로 심화되는 ‘소비의 양면성’
남자가 남자 같지 않고, 노인이 노인 같지 않다. 여성들 사이에 밀리터리룩이 유행하고, 남성들이 두피관리를 받는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성별, 나이, 지위에 얽매인 소비는 하지 않는다. 모순된 정체성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거침없이 발산하려 한다(Ironic Identity ㆍ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처럼 현대의 소비자는 양면적이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능동적인 소비에 열광하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을 느끼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가 하면(By Inspert, By Expert ㆍ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해야 할 여가시간을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위해 평소보다 더 치열하게 보낸다(Busy Break ㆍ? 바쁜 여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글을 주저 없이 RT(리트윗)하고 자신의 일상을 타인에게 공개하면서도, 동시에 개인 정보를 어떻게 감출 것인가를 고민한다(Open and Hide ㆍ 개방하되, 감춰라). 여기에 날씨까지 가세했다. 소비자의 마음만큼이나 예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날씨관련 상품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Weatherever Products ㆍ 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기술 발달도 소비의 양면성을 부추긴다.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찍으면 날씨정보가 뜨고, 바코드를 찍으면 해당 제품을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알려주는 시대다. ‘증강현실’이 일반화됨에 따라 온ㆍ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현실의 소비가 가상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형성될 것이다(Real Virtuality ㆍ 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2011년에는 이 같은 ‘양면적 소비’로 트렌드의 주기가 빨라지고 미래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현재 지향적이고 즉각적인 소비가 증대하고(Ad-hoc Economy ㆍ즉석경제 시대), 소비자는 유명인의 선택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Tell Me, Celebㆍ스타에게 길을 묻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신뢰’와 ‘진정성’을 갈망할 것이다(Searching fot Trustㆍ신뢰를 찾아서). 이처럼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모순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Tiny Makes Bigㆍ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사소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특별함과 감동을 얻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11년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이제는 속칭 ‘뜨내기’라고 불리던 찰나적 고객들도 중요시해야 한다. 단골과 뜨내기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떠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상황에 따라 단골고객이 구매를 마다하기도 하고 뜨내기 손님이 구매를 하기도 한다. 현장판단에 의해 취향과 구매계획을 바꾸는 ‘모순적인 소비자’들이 우세한 즉석경제에는 애드호크 마케팅이 필요하다. 순간의 판단으로 구매결정을 한다고 해서 결코 우매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삽시간에 비교분석을 해내는 찰나적 의사결정이 일어난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 p.262 「Ad-hoc Economy 즉석경제의 시대」
현대 소비자의 휴가에 관한 인식은 일상만큼, 혹은 일상보다 분주하다. 개인적인 자기계발로 충전의 시간을 보내든, 스포츠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불태우든, 개인의 여가를 사회적 자본으로 재활용 하든,현대인들의 휴가에 관한 단상은 공통된 이미지로 수렴된다. 결국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여가시간을 노동시간 외에 남는 부수적 시간으로 간주했던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노동시간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재충전 및 재생의 시간으로, 일상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주요 요인으로 보는 주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 p.275 「Busy Break 바쁜 여가」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활발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2010년 크게 성장한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으로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기술적 발전과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특성이 결합되면서 소셜 커머스 또한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소비물을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격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능동적인 활동에 나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 측에서는 영업이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되는 구조다. 가격 수용자 입장에만 머물러 있던 소비자가 기업 마케팅활동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가격 결정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 p.280-281 「By Inspert, By Expert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셀럽은 늘 화젯거리다. 셀럽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셀럽들의 선택이라면 고가품과 저가품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타일과 퀄리티 면에서 그들의 선택을 따른다. 최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셀럽의 선택이 의사결정에 드는 소비자들의 시간과 노력의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친절한 중개자인 셈이다. 실제로 트렌드의 전파과정을 보면 유명연예인과 같은 셀러브리티가 최초에 트렌드를 세팅하고 그것을 전파시키는 주도자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배경 아래 오늘날처럼 IPTV와 SNS 등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는 발 빠른 셀럽의 선택을 일반인 역시 재빨리 수용한다. | p.321-322 「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굶어 죽었다는 나르키소스처럼, 스스로에게 도취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젊은이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방문해보라. 제멋으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놀랍도록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에 당당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으며, 그러한 자신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데 아무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가히 자기 자신에게 중독됐다고 부를 만하다. ‘셀프-홀릭’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랄하고 뜨거운 문화 코드이다.
실제 불황으로 많은 분야가 침체를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셀프-홀릭족을 겨냥한 개성 강한 상품은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이 더 세련되게, 더 효과적으로, 더 개성 있게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22 「김난도의 트렌드워치, 소비자는 나르시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