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찬미예수님!
군종 교구에 파견 나가 있는 오정형 세례자 요한 신부입니다. 제가 군종 사제로 간 지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5개 부대에서 근무를 했고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했고 지금은 대구에 있는 2작전 사령부 무열대 성당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요즘 군대 때문에 많이 불안하시지요?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또 무슨 사건이 있었나 할 만큼 군대가 한 동안 전 국민의 뉴스거리가 되었고 걱정거리가 되었지요. 저랑 가까운 대령 한 분은 지난 번 윤 일병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군복입고 길거리를 나가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악성 사고들은 국민들한테도 걱정을 끼쳐드리지만 군인들한테도 큰 아픔을 주고 사기를 떨어뜨립니다. 저도 군인의 한 사람으로 특히 장병들의 영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을 살펴야 하는 군종 장교로써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함께 느낍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얼마 전 국방부에서 주관하는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전군 주요 군종장교 회의’라는 걸 다녀왔습니다. 국민들에게 불안을 주고 불신을 사고 있는 군 현실에서 군종 장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군종으로 역할을 진정으로 다 했는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고, 지금처럼 신자가 아닌 장병의 비율이 늘어가는 현실을 걱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 현실 진단을 하면서 특이한 것은 관심병사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서적인 장애, 심하게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사들이 급격히 늘고 결손 가정 비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 중에서 저는 특히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지금 입대하는 장병들 중 80%가 입대 전에 독방생활을 하다가 왔다는 점입니다. 군에서 단체생활이 어른들이 생각하다는 것보다 훨씬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입대 장병들의 부모가 대부분 1998년 IMF구제 금융 세대라는 것입니다. 그 시절에 직장을 잃었고 이혼했고 파산했던 젊은 부부들이 지금 입대 장병의 부모입니다. 부모의 경제 문제로 무너진 가정에서 자랐고 항상 독방을 써 오던 젊은이들이 입시 교육만 받다가 군에 와서 단체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젊은 장병들이 문제가 많다고만 생각해왔지 이런 원인들이 있다는 것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결국 큰 문제들이 터져서 이런 반성의 계기를 가졌지만, 지금의 젊은 장병들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안고 자라왔으며 힘들어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군인 주일입니다. 여느 해와는 다르게 군 내부의 많은 사건들 때문에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군인 주일에는 전후방 각지에서 고생하는 군인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군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군 사목에 종사하는 사제 수도자들을 위해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군종교구 천주교 무열대성당 오정형 세례자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