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의 경륜과 풍요로운 물산의 고장을 살피는 소회(오카자키 – 도요하시 33km)
- 제9차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41
5월 10일(수), 더운 날씨에 바람이 솔솔 분다. 아침 7시 15분에 숙소를 출발하여 동오카자키역에 도착하니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어서 뜻밖의 인물인 오카자키 시장이 등장한다. 조선통신사 연구가인 지인의 안내로 한일우정걷기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나카네 시장은 오카자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탄생지로 그의 인품과 경륜을 살려 평화롭고 안락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내세운다. 또한 조선통신사의 왕래도 그로부터 연유된 것임을 상기한다. 어느 지역이나 오래도록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을 배출하면 좋으리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좌우명을 새긴 동상의 모습, 양복차림이 나카네 시장
8시 반에 동오카자키 역을 출발하여 도요하시(豐橋)로 향하였다. 일행은 당일참가자 10여명을 포함하여 50명,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노자와 씨가 앞장선다. 낮 최고기온이 25~6도라고 하는데 오전부터 땀이 흐른다. 진행부서에서는 자주 물을 마시어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라고 당부한다. 현지 전문가의 안내로 조선통신사가 오카자키를 지난 거리를 살핀 후 도카이도를 따라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이른 곳은 후지사와(藤澤)역, 옛날의 역참모습을 간직하여 운치가 있다. 이어서 녹음 짙은 시골길을 열심히 걷는 동안 기온은 더 올랐을 터인데 바람이 불어 걸을만하다. 오카자키시를 지나 이른 도시는 도요가와(豊川,) 전날의 도요야케(豊明), 인근에는 도요타(豐田, 도요타자동차로 유명한 곳)가 있고 오늘 목적지는 도요바시(豐橋)로 豊자가 들은 지역이 여럿인 고장, 들판이 넓고 강줄기도 넓어 물산이 풍부한 지역으로 느껴진다.
점심장소는 역사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된 아카사카숙(赤坂宿), 일반에게 공개된 휴식장소가 쾌적하다. 걷는 동안 여러 숙(宿)을 지났는데 건물 앞의 비석을 살피니 교토에서 열여섯 번째, 도쿄에서 스물여섯 번째라고 적혀 있다. 점심 후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길(천연기념물 音羽소나무숲길)을 지난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전날 지난 지류 소나무 숲길보다 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천연기념물 音羽소나무숲길을 걷는 일행
그곳을 지나며 떠오른 단상, 10년 전 이곳을 걸을 때 소나무 숲 앞의 찻집에서 점심을 들었다. 가게주인은 한국을 좋아하는 친한 인사로 특히 임진왜란 때 귀화한 일본장수 사야가(김충선)를 흠모하여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녹동서원(김충선을 기리는 서원)을 자주 찾는다고 말하였다. 그 후 아내랑 달성군의 녹동서원을 찾았다. 마침 아내의 고종사촌이 김충선의 후예 집안에 출가한 사연이 있는 터, 그 후예의 안내를 받았다. 그 인연으로 6차와 7차 한일우정걷기 일행이 녹동서원을 찾은 적이 있다. 언제 다시 찾으려나.
도요가와(豐川)시의 여러 지역을 두 시간여 걸어서 도착한 곳은 이 지역의 유력사업가인 재일동포 도상태 씨의 회사, 시원한 다과를 제공하며 일행들의 무사완주를 성원한다. 환대에 감사, 내내 강건하고 번창하시라.
재일교포의 회사에서 다과를 들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
교포로부터 환대를 받고 나오니 오후 4시, 한 시간 반가량 열심히 걸어 목적지인 도요하시역에 도착하니 5시 반이 지난다. 일행을 맞은 이는 민단의 사무국장(여성), 먼 길 걸어 도요바시에 이른 것을 환영하며 금일봉을 전한다. 당일참가자에게 완보증을 전달하고 행사를 종료, 더운 날씨에 33km를 걷느라 모두들 수고하셨다. 곧바로 숙소 행, 숙소가 둘로 나뉘었다. 역에서 가까운 곳은 여자, 좀 더 떨어진 곳이 남자숙소다. 각기 호텔에서 저녁식사, 맥주를 곁들인 만찬을 즐기며 먼 길 걷느라 쌓인 피로를 푼다. 활력을 얻어 내일도 힘차게 걷자.
잘 여문 보리밭 옆 지나는 내 모습을 유병희 사진작가가 담았다
* 출발장소인 동오카자키역 광장에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상 뒤편에 새긴 글귀 염리예토 흔구정토(厭離穢土 欣求淨土)가 낯설다.(첫 번째 사진 참조) 그가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인터넷에서 살핀 이 글의 뜻은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안식처를 얻으려면 당당하게 싸우라’는 의미, 5년 전 그의 무덤이 있는 닛코에 들렸을 때 접한 유훈도 흥미로웠다. 그 내용,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둘지 말라. 자유롭지 못함을 당연히 여기면 부족함이 없다. 마음에 욕심이 생기면 궁핍할 때를 떠올리라. 인내는 무사장구의 근본이요 분노는 적이라 생각하라.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것을 모르면 그 피해는 자신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자신을 탓하고 남을 탓하지 말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나으니라.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의 분수를 알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온갖 세파를 겪은 경륜이 담긴 좌우명과 유훈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