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약초산책 79>
관상동맥경화증 - 현호색(玄胡索)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 한다. 이 혈관 안쪽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들이 쌓이면 내피세포의 증식으로 죽종(내부는 죽처럼 묽고 그 주변 부위는 단단한 섬유성 막으로 둘러싸임)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터져 혈전이 생기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안 되어 관상동맥경화증이나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신부전 등이 나타나게 된다. 양방치료는 항콜레스테롤제나 항혈소판제 투여와 좁아진 혈관 벽을 지지해주는 스텐트 성형술 및 관상동맥 우회술 등을 시행한다.
한방 역시 심통증은 혈구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혈청단백과 혈지질의 농도가 증가된 상태인 혈액의 짙고(濃) 끈끈하며(粘) 엉기고(凝) 모이는(聚) 혈류학적 이상으로 본다. 이때 한방에서는 말초혈류의 순행이 느려지고 혈관 내 응고나 삼출, 협착 또는 폐색이 나타나는 통증 부위의 어체를 풀고 혈행을 통창시키는 치료를 하는데 주로 활혈화어약(活血化瘀藥)을 이용한다. 이 약재들은 대부분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각 기관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는데 인체의 작용부위는 조금씩 다르다. 현호색, 단삼, 홍화, 천궁, 익모초, 당귀, 작약 등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특히 관상동맥의 혈관확장작용이 우수하여 심근에 혈류량을 증가시키면서 혈류저항은 감소시킨다. 관상동맥경화증, 관심병(협심증), 급성심근경색 역시 전형적인 한의학적 혈어 증상으로 진심통, 흉비, 궐심통의 범주이다.
관상동맥경화증 치방으로 <현호색 단삼 각 3, 산사자 호장근 천궁 국화 맥문동 각 2, 홍화 익모초 오미자 각 1>은 심장과 관련된 여러 병증의 치료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기본 구성이다. 이 방제에서 단삼은 인체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관상동맥의 혈류량과 심근 수축력을 증가시키면서 심근의 산소소모량은 증가시키지 않으므로 심근경색의 응급치료에 상용된다. 산사자는 고기나 어육의 기름진 음식 소화에 능하고 체한 기를 잘 통하게 하며 어혈을 소산시키는 힘이 있어 관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근허혈에 혈류량을 증가시키면서 역시 심근의 산소소모량을 감소시킨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나타내는 호장근은 허혈성 심정지에서 나타나는 심장근의 손상을 현저히 억제하며, 천궁 역시 혈압을 내리고 혈류량을 증가시키며 혈전형성을 억제한다. 항염증작용과 함께 관상동맥의 혈관을 이완하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국화, 허혈성 세포사멸을 억제하고 허혈상태의 심장에서 혈관생성을 촉진하여 생존율을 높이는 맥문동.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에 심근의 보호 작용, 관맥의 혈류량 증가와 말초의 항혈전 작용이 뚜렷한 홍화, 역시 관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심근의 영양상태를 개선하는 오미자의 구성으로 치료효과가 집약적이다.
한편 활혈화어약은 정기가 손상되어 음양이 모두 허한 상태의 환자에게는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반드시 환자의 발병원인과 증상, 맥박 등을 한방의학 이론에 근거하여 변증론치(辨證論治)해야 한다. 만일 심기가 부족해서 혈행이 순조롭지 않거나 심혈이 부족할 경우의 관상동맥경화증에는 인삼 당귀 작약(각 2)으로 기와 혈을 보하여 맥이 돌아오게 하고, 심부전에 다용하는 갈근(2)을 추가하여 혈관 평활근을 직접적으로 이완시켜 심박수와 말초혈관저항을 감소시킨다. 심기 부족에 담이 끼었을 경우 석창포(2)를 가하여 뇌를 보호하고. 심계(心悸, 가슴 두근거림)가 뚜렷할 경우 모려(2)를 더하여 안신(安神)하게 한다.
약초 현호색(玄胡索)은 양귀비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으로 들현호색 및 동속근연식물의 덩이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5~6월에 잎이 시든 후 뿌리를 채취하여 박피를 제거하고 끓는 물에 저어가면서 흰빛이 황색이 될 때까지 삶아내어 볕에 말린다. 약성은 맵고 쓰며 따뜻하고 심, 간, 비, 폐경으로 들어가 광범위하게 활혈(活血), 행기(行氣), 지통(止痛)한다. 현호색의 지통력은 모르핀보다는 약하지만 유향, 몰약, 아스피린 보다 강하며 둔통에 대한 작용이 예통보다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호색은 혈압을 내리고 근이완 작용을 가지는데 약물을 반복하여 사용하여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通則不痛)’는 말처럼 현호색은 흉복동통, 지체동통, 산통(疝痛, 고환이나 음낭이 커지면서 아프거나 아랫배가 켕기는 증), 경통(經痛), 경폐, 산후어조 등 전신의 막힘을 잘 통하게 한다. 특히 말초혈관의 압력을 하강시켜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심근괴사에 대해 보호 작용이 뚜렷하다. 혈관 저항을 낮추면서 심박출량은 증가시키며, 혈압과 혈중 지질을 하강시켜 심장활동지수를 높인다.
현호색은 풍기를 없애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이 하며 요통도 가라앉힌다. 또한 위산분비억제 및 위궤양억제작용, 신경계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작용, 히스타민 유리를 억제하는 항알러지작용 및 인지기능 개선작용도 잘 알려져 있다.*
현호색
댓잎현호색
들현호색
뿌리
현호색(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