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최길하
바위산 바윗돌을
굴리고 빻아서
강나루 뱃사장을 만들고
또 몇 십 만리를 더 흘러가
바닷가 모래가 되기까지.
그 길 끝에
바다가 뒤집혀 천산이 솟고
고비사막이 되기까지
그 아득한 모래시간 위를
현장법사는 타박타박 걸었네.
영원은 무엇이며 찰라는 무엇인가?
바람 한 번 '휙' 불면
다 지워지는 모래시간 위에
텅 빈 허공 같은 법을 구하러 간
스님의 발자국은 또 무엇인가.
그 법이라는 건 또
어느 하늘의 탯줄이고 영혼인가.
오늘 몇 십 만리 밖에서 받아보는
저 허공 자욱한 황사바람에
꽃망울 '툭, 툭' 터지는 관음의 소리는 또
어느 경전의 소식인가?
(시작 에세이)
황사꽃이 허공에 자욱하다. 허공에 황사꽃이 피면 꽃망울도 터지기 시작한다.
진달래도 생강나무도 제비꽃도. 황사는 꽃을 피워도 된다는 먼데서 오는 한
소식이다.
황사는 돈황의 실크로드 고비사막에서 많이 날아오는 모래먼지다. 히말리아
천산에 소금(암염)이 묻혀있다. 옛날 바다였기 때문이다. 사막 또한 아득한 옛
날 바다였기 때문이다.
모래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바위산이 떨어져 계곡물을 타고 부서지고
빻아지면서 냇가로 강가로 물이 밀어내놓은 것이다. 산의 바위는 그렇게 모래
시간이 되면서 바다에 이른다. 바다는 바닥이란 말이다. 그래서 모든 물은 바
닥인 바다로 모인다. 그 바닥이 몇 억년에 한 번씩 뒤집힌다. 바다 속에 있던
히말리아가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산이 된 것도 그때문이다.
다 파동의 원리다. 주파수다. 웨이브다. 이를 우리는 율려(律呂)라고 했다. 세종
대왕은 이것을 깊이 연구하여 음악 시 천문 ㅛ마침내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된다. 공주와 세자들에게 또 성균관 유생들에게 "율려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
고 경연(經筵)케 했다.
바위산에서→ 시냇물 → 강으로 → 바다로 간 모래가 다시 육지가 되어서 → 황
사바람이 되어서 내 앞에 꽃망울이 터진다. 한소식이다.
법이란 허공이지만 그것이 만물을 만들고 마음을 만든다. 현장법사는 찰라를 영
원으로 영원을 찰라로, 바위산에서 모래 한 알 황사먼지로, 황사먼지에서 히말리
아를 오고가는 경전을 우리에게 구해다 번역해주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