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7승65패 NL 동부 1위) : 2016년 정규시즌 지구 우승.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저스를 만난 워싱턴은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펼쳤지만 탈락했다. 5경기 중 3경기가 한 점차 승부였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마무리로 올라온 클레이튼 커쇼가 처리했다. 워싱턴은 2012년 이후 격년제로 포스트시즌에 서성이고 있는데 아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된 적은 없다. 그래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시즌이 끝나자 마치 흥궈신이 강림한 것처럼 우선 들이대고 봤다. 화이트삭스 크리스 세일과 데이빗 로버슨, 피츠버그 앤드류 매커친, 미네소타 브라이언 도저, 탬파베이 알렉스 콜로메 등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일단 관심을 표현했다.
사실 여러 군데 호감을 드러낸 '관심왕'들이 해피엔딩을 맺는 건 쉽지 않다. 협상을 할 때는 끌려다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운드 위 투수처럼 감정을 잘 숨겨야 하는데 워싱턴은 노출이 너무 잦았다. 주도권을 쥐려고 하기도 전에 빼앗긴 상태였던 것. 결국 워싱턴은 저들 중 아무도 영입하지 못했다. 애덤 이튼도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스에 2016년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데인 더닝까지 붙여주고 데려왔다(제이크 더닝의 동생인 데인은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이튼의 합류가 반갑지 않은 선수는 대니 에스피노사였다. 이는 워싱턴이 트레이 터너를 유격수로 고정하겠다는 방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입지가 좁아진 에스피노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인절스로 트레이드 됐다. 윌슨 라모스가 떠난 포수 자리는 맷 위터스(2년 2100만)와 데릭 노리스에게 맡겼다. 스티븐 드류(1년 350만) 애덤 린드(1년 150만)를 영입하면서 야수층을 두텁게 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마무리 찾기를 실패했다.
브라이스 하퍼가 개막전부터 홈런을 쏘아올린 워싱턴은 공포의 라인업이 가동됐다. 비가 오지 않아도 상대 투수를 먼지나게 두들겼다. 라이언 짐머맨이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면서 타선이 비무장지대를 연상하게 했다. 어느 투수가 나와도 자신이 있었던 워싱턴은 4월 마지막 경기에서 팀 역대 한 경기 최다인 23점을 올렸다. 두 자릿수 득점만 여섯 경기를 보탠 워싱턴은 시즌 첫 달에만 무려 170점을 쏟아부었다. 4월 17승8패는 벌써 5경기 앞선 지구 선두. 나머지 네 팀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사이 워싱턴은 뒤돌아 볼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워싱턴은 4월17일 이후 단 하루도 지구 선두를 양보한 적이 없다. 메츠에게 4일 천하를 선사해준 다음에는 179일 간 지구 선두를 지켰다. 6월 14승14패(.500)가 올시즌 워싱턴의 월간 최저 승률. 상대 전적에서 열세였던 팀은 밀워키(3승4패) 피츠버그(3승4패) 텍사스(3패) 뿐이었고, 같은 지구에는 대적할 팀이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게 시즌을 치른 워싱턴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빨리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9월12일). 97승은 2012년 98승에 이어 한 시즌 팀 두 번째로 많은 승리. 2년 연속 지구 우승은 팀 창단 이래 처음이었다.
몸은 정규시즌을 치르고 있었지만 머리는 이미 포스트시즌을 구상하고 있었다. 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로는 경기 결과보다 주축 선수들 체력 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작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컵스였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팽팽하게 갈렸던 이 시리즈는 4차전까지 서로 2승2패씩 주고 받았다. 워싱턴은 5차전 2회말에 넉 점을 뽑아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선발 지오 곤살레스가 3회초 두 점을 더 주고 내려갔다. 5회초 불펜투수로 나온 맥스 슈어저는 기대와 달리 1이닝 4실점(2자책) 난조를 보였다. 워싱턴은 후반에 부지런히 따라붙었지만 슈어저가 무너진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디비전시리즈 5차전 한 점차 패배. 또 한 번 투수 교체 타이밍이 어긋났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쓸쓸한 퇴진을 했다.
Good : 시즌 초반 리그를 지배한 워싱턴의 토털 베이스볼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그 기세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팀 장타율(.449) ops(.782) 리그 1위, 팀 득점(819) 팀 타율(.266) 리그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타선의 응집력을 짐작할 수 있는 두 자릿수 득점 경기는 리그 최다 애리조나(22경기)에 한 경기 부족했다. 팀 홈런 215개는 지난해 팀 기록(203)을 갈아치운 신기록. 두 자릿수 홈런 타자를 10명이나 배출했는데, 이는 메츠 애리조나와 함께 리그 최다였다.
앤서니 렌돈은 더 주목을 받았어야 했다. 올해 타율(.301) 출루율(.403) 장타율(.533) 홈런(25) 타점(100) 조정 ops(140) 등 거의 모든 기록을 새롭게 경신했다. 승리 기여도 6.9는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더불어 리그 공동 1위다. 렌돈은 워싱턴이 23점을 몰아친 경기에서 올시즌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홈런 세 방 포함 6타수6안타를 때려내고 10타점을 독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6안타/3홈런/10타점 경기를 달성한 타자는 렌돈 이전 1949년 워커 쿠퍼 뿐이었다(당시 쿠퍼의 소속팀 신시내티도 23점을 뽑아냈다). 폭발하면 도저히 막을 재간이 없었던 렌돈은 7월16일 경기에서 또 한 번 2홈런 6타점 경기를 만들어냈다. 워싱턴 타자가 한 시즌 2홈런 6타점 경기를 두 차례 작성한 것은 렌돈이 세 번째다(2009년 조시 윌링햄 2016년 대니 에스피노사). 조 로스가 "엄청 유연한 고양이 같다"고 표현한 3루 수비도 정상급(DRS +7). 다방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렌돈은 그러나 MVP 투표에서 6위에 머물렀다. 개인 수상도 인연이 없었다.
워싱턴 타선의 고공행진은 짐머맨이 부활했기에 가능했다. 2015-16년 .232 .288 .413로 실망스러웠던 짐머맨은 이 커리어의 끝을 다시 써보려는 활약(.303 .358 .573). 36홈런은 2009년 33홈런을 넘어서는 개인 기록으로, 블라디미르 게레로(234홈런)를 제치고 워싱턴/몬트리올 최다홈런 1위로 올라섰다(251홈런). 108타점을 보탠 타점 부문도 팀 월락(905타점)을 내리고 1위가 됐다(937타점). 베이커 감독은 4월 짐머맨을 보면서 "배리 본즈를 보는 것 같다"고. 올해 짐머맨은 방망이 중심부에 맞힌 타구(Barrels Ball)가 늘어났다. 배럴 타구 51개는 스탠튼(76개) 골드슈미트(55개) 다음으로 많은 리그 3위. 타석당 비율(8.9%)은 골드슈미트(8.3%)보다 높았다(스탠튼 11.0%). 지난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체인지업을 공략한 것이 그 비결이다(타율 .143→.373).
대니얼 머피는 MVP 투표 순위가 2위에서 19위로 하락했다. 그렇다고 절대 부진한 것은 아니었다(.322 .384 .543). 최소한 타격만큼은 의심을 지워도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득점창조력(wRC+) 136은 리그 2루수 1위, 승리 기여도 4.3도 2위 그룹보다 1.0이 더 높은 1위다. 어밴져스 아니 워밴져스의 마지막 멤버는 바로 하퍼다. 하퍼는 8월 중순 위험천만한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492타석). 하지만 경기에 나설 때 위압감은 보통 타자들과 확실히 달랐다(.319 .413 .595). 29홈런을 때려내 통산 150홈런에 도달. 24세 시즌까지 150홈런을 넘어선 선수는 역대 14명이 전부다(1위 에디 매튜스 190홈런). wRC+ 156은 스탠튼과 같은 수준으로, 좌투수 상대 타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 두드러졌다(.226→.311). 5월말 헌터 스트릭랜드와 난투극을 벌였는데 이 상황에 대해서는 하퍼의 잘못이 없다는 분위기다.
슈어저는 사이영상 수성에 성공했다(16승6패 2.51). 내셔널리그 백투백 사이영상은 슈어저가 6번째. 사이영상 통산 3회 수상은 슈어저 이전 9명이 있었는데, 금지약물 논란에 휩싸인 로저 클레멘스(7회)와 현역 클레이튼 커쇼(3회)를 제외하면 모두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랜디 존슨, 스티브 칼튼, 매덕스, 코팩스, 페드로, 짐 파머, 톰 시버). 올 시즌 목에 염증이 생겨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5년 연속 200이닝(200.2) 6년 연속 200삼진(268)을 이어갔다. 6월 중순에는 통산 1784이닝 만에 2000삼진 클럽에 가입. 역사상 슈어저보다 더 적은 이닝으로 2000삼진을 달성한 투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1711.1)와 랜디 존슨(1733.1) 뿐이다. 한편 이러한 슈어저가 꼼짝 못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5년만에 만난 추신수는 또 홈런 포함 3타수2안타를 기록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도 워싱턴을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다. 스트라스버그는 3년만에 규정이닝을 넘어섰다(175.1). 올해도 부상자 명단은 피하지 못했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에이스였다(15승4패 2.52). 조정 평균자책점 176은 슈어저(177)와 비슷. 35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면서 팀에 새로운 역사도 썼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피칭(14이닝 2실점 비자책)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워싱턴에게 꼭 필요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늘린 슬라이더 비중을 다시 줄이고(6.5%) 커브(22.5%) 체인지업(19.2%)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호세 알투베마저 움찔한 커브는 피안타율 리그 선발 4위(.153) 구종가치 2위(14.8)에 올랐다. 워싱턴은 또 다른 커브 아티스트 지오 곤살레스도 유일한 좌완 선발로서의 역할을 잘해줬다(15승9패 2.96). 슈어저/스트라스버그/곤살레스는 리그 평균자책점 2위 3위 5위에 오르며 선발 최강 트리오를 구축했다.
Bad : 조 블랜튼, 맷 앨버스의 합류로 불펜 자원은 넉넉했다. 하지만 마무리를 구하지 못한 대가는 참혹했다. 워싱턴 불펜의 4월 평균자책점 5.70은 리그 최하위. 마무리 후보였던 블레이크 트레이넨(12경기 9.00) 코다 글로버(11경기 4.15) 숀 켈리(11경기 5.40)는 하나같이 악몽을 경험했다. 만약 타선이 다득점에 실패했다면 워싱턴은 4월의 모든 날이 만우절 같았을 것이다. 전반기 내내 마무리 폭탄 돌리기를 한 워싱턴은 애틀랜타(16개) 다음 많은 블론을 저질렀다(14개). 컨텐더 팀에 어울리는 조합은 전혀 아니었는데, 시즌 중반 긴급 수혈한 숀 두리틀(21세이브 2.40) 라이언 매드슨(20경기 1.37) 브랜든 킨즐러(27경기 3.46)가 가까스로 사태를 진압했다.
워싱턴 수비율(.985)과 수비 효율(.698)은 리그 평균에 준하거나 그 이상. 반면 디펜시브런세이브(DRS)는 지난해 -15보다 더 나빠졌다(-39). 2루수 머피(DRS -15) 1루수 짐머맨(-8)이 주범으로, 이튼의 중견수 기용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DRS -6). 워싱턴 수비는 포스트시즌에서 기어이 사고를 쳤다. 렌돈은 1차전 스트라스버그의 노히트 피칭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 실책으로 출루한 선두타자 하비에르 바에스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경기 첫 안타로 홈을 밟았다. 5차전 승부처였던 5회초에는 맷 위터스의 실책 3종세트(패스트볼/송구/타격방해)로 대혼란이 일어났다. 수비가 경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실책에서 야기되는 나비 효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위터스는 비단 포스트시즌이 문제가 아니었다. ops .632는 데뷔 후 가장 나쁜 기록이다(.225 .288 .344). 위터스는 내년에 선수 옵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연히 물리칠 이유가 없었다(1050만). 제이슨 워스도 발 부상으로 아름다운 이별은 하지 못했다(.226 .322 .393). 워싱턴 역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팀 역대 9번째 히트포더사이클을 해낸 트레이 터너는 햄스트링과 손목 골절로 98경기 출장에 그쳤다(.284 .338 .451 45도루). 비싸게 데려온 이튼은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벚꽃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23경기 .297 .393 .462). 조 로스는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5승3패 5.01) 불펜에도 한 것 없이 아픈 투수들이 넘쳐났다.
누군가가 말한다. 정규시즌이 다 무슨 의미가 있냐고. 워싱턴이 2015년 슈어저를 영입한 것은 최상의 전력일 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월드시리즈 우승은 언감생심, 현실은 월드시리즈 문턱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보다 부각되는 요소는 세 가지다. 강한 불펜, 안정된 수비 그리고 감독의 역량이다(되돌아보면 워싱턴은 이 세 가지가 모두 부족했다). 감독은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용병술 뿐만 아니라 변수에 재빨리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아쉽게도 베이커는 이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달라진 모습은 분명 보여줬지만, 과정보다 중요한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시리즈 최종전 1승12패 최근 10연패).
전망 : 팀 역대 18번째 감독이 된 데이브 마르티네스는 컵스 벤치 코치 출신. 선수 시절 컵스에서 데뷔했는데, 두 번째 팀이 몬트리올이었다. 조 매든 감독의 단짝인 마르티네스는 선수 시절부터 매든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팀을 운영하는 방식, 심지어 유머 코드도 매든과 흡사하다(올해 화제가 된 에디슨 러셀의 나초 배달이 마르티네스의 아이디어다). 마이크 리조 단장은 마르티네스가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팀에 또 다른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 팜에 라틴 아메리카 유망주들이 많다). 그러나 베이커도 사람은 좋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덕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지도력이 우선이다.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워싱턴은 킨즐러와 2년 1000만 달러 재계약을 맺었다. 선발 요원과 백업 포수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내부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워싱턴은 지난 5월 하퍼에게 내년 시즌 2162만 달러 연봉을 보장해줬다. 연봉조정 시즌 최고 연봉으로, 워싱턴 입장에서는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하퍼를 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 하퍼는 총액 4억 달러를 넘어 5억 달러 규모의 계약설도 나돌고 있다. 워싱턴이 현실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선수는 렌돈이다. 2019시즌이 끝나야 FA 자격을 얻지만 이번 겨울 연장 계약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한 렌돈도 에이전트는 스캇 보라스다. 대신 "왜 한 팀에 남을 수 없냐"고 되묻는 희망적인 발언도 했다.
야수 fwar 순위
6.9 - 앤서니 렌돈
4.8 - 브라이스 하퍼
4.3 - 대니얼 머피
3.3 - 라이언 짐머맨
3.1 - 마이클 테일러
3.0 - 트레이 터너
1.0 - 윌머 디포
0.9 - 애덤 린드
0.6 - 하위 켄드릭
투수 fwar 순위
6.0 - 맥스 슈어저
5.6 -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3.3 - 지오 곤살레스
2.4 - 태너 로아크
1.0 - 숀 두리틀
0.9 - 라이언 매드슨
0.8 - 맷 앨버스
0.6 - 코다 글로버
0.4 - 조 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