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지금까지는 에스더가 왕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이제 본문에서는 모르드개로 대표되는 유대인과, 유대인을 전멸시키고자 가는 하만의 세력과의 싸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르드개의 신앙적 절개 앞에 분노를 느낀 하만은 유대 민족 전체를 말살하고자 하는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리고 왕의 허락 하에서 이 음모들을 진행시켜 나갔습니다.
1. 분노하는 하만
1) 승진한 하만
왕의 암살 음모 사건이 일단락된 뒤에 아하수에로 왕은 하만을 높여 페르시아 제국의 서열 2위 자리에 앉혔습니다. 하만이 어떤 공로로 승진하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반면 왕의 생명을 구한 모르드개의 공은 무시되어 어떠한 대가도 받지 못했습니다. 하만은 아각 사람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하만의 고향이 아각임을 말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각이 사울 왕에게 사로잡힌 아말렉 왕을 말하는 것으로 하만이 아말렉 왕의 후손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어느 주장이 옳은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a.지위가 높아진 하만(에5:11)
b.아말렉 왕인 아각(삼상15:8)
2) 절하지 않는 모르드개
하만의 신분이 상승하자, 모든 신하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함으로써 특별한 경의를 표하였습니다. 그런데 대궐 문 앞에 있는 관리로서 모르드개는 하만에게 무릎도 꿇지 않고, 절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마도 하나님의 선민인 유대인이 이방인에게 절하는 것이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모르드개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한 신하가 모르드개에게 절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모르드개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림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였습니다. 그러자 신하는 이 사실을 하만에게 알렸습니다.
a.절하지 않는 모르드개(에5:9)
b.날마다 유혹함(창39:10)
3) 유대인을 죽이고자 하는 하만
신하들의 보고를 듣고 난 하만은, 실제로 절하지 않는 모르드개의 모습을 보고 분노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르드개만을 죽이고자 했으나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선 더욱 분개하여 유대 민족 전체를 죽여야 하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특별히 그는 포로로 끌려 온 하찮은 유대인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엄청난 복수극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a.분노한 모습(단3:19)
b.하만의 결심(에9:24)
2. 왕의 재가를 받은 하만의 음모
1) 박해 날짜를 정한 하만
하만은 유대인들을 죽일 시간을 정하기 위해 부르를 사용하였습니다. 부르는 제비뽑기를 의미하는 용어로서 이 단어의 복수가 '부림'이고 여기서 훗날 유대인이 지키던 부림절의 근거가 비롯된 것입니다. 당시 바사에는 미신이 강했고 이를 신봉하였기에 하만도 제비뽑기를 통해 거사일을 결정코자 했던 것입니다. 하만은 정월에 제비뽑기를 하였는데, 유대인을 죽일 날짜로 12월이 뽑혔습니다. 다시 말해 12달의 시간이 유대인들에게 허락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만의 음모로부터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허락하신 것입니다.
a.부림절의 기원(에9:26)
b.아달월(스6:15)
2) 왕을 설득하는 하만
거사일을 정한 하만은 이제 왕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자신의 음모를 왕에게 말함으로써 재가를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하만은 왕에게 가서 유대 민족이 왕의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거짓 고소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유대인들을 처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왕에게 제안하면서, 이 일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곧 은 일만 달란트는 자신이 대겠다고 하였습니다. 하만이 말한 은 일만 달란트는 엄청난 액수로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모을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아마도 하만은 그 동안 부정한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축적했던 것 같습니다.
a.거짓된 고소(스4:12-13)
b.유대인에 대한 편견(행16:20-21)
3) 왕의 허락을 받은 하만
왕은 하만의 숨겨진 음모도 모른 채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반지를 하만에게 주었습니다. 이로써 유대인의 대적인 하만은 무제한의 권력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온 제국 전체에 왕의 이름으로 어떠한 조서도 선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왕은 자신의 왕비인 에스더를 포함한 유대인에 대한 잔인한 학살 음모를, 하만이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였습니다. 반면 하만은 마음속에는 기쁨과 만족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유대인들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a.권위를 상징하는 반지(창41:42)
b.유대인의 대적(에7:6)
3. 전국에 선포된 하만의 조서
1) 전국에 선포된 조서
하만은 왕의 이름으로 제국 전역에 조서를 선포하였습니다. 이 조서는 다양한 언어들로 번역되어 각 도에 보내졌습니다. 이 조서에는 12월 13일에 각 도에서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다 죽여 진멸하라는 왕의 명령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유대인의 재산까지도 탈취하고 몰수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왕의 조서를 받은 각 도의 방백들은 하만의 명령대로 잔인한 살상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12월 13일을 기다리며 근 1년간을 준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a.왕의 조서(스8:36)
b.왕의 반지로 인친 조서(에8:8)
2) 술렁거리는 수산 성
하만의 조서는 이내 곧 수산 성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만의 공격 대상이 된 유대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닥치게 될 죽음의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또한 수산 성에 살고 있는 다른 소수 민족들은 자신들에게도 죽음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게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산 성에 살고 있는 수많은 시민 가운데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하만의 조서가 너무나 잔인하다는 사실에 회의를 갖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수산 성의 전체 분위기는 침통함 속에서 술렁거렸습니다. 한편 아하수에로 왕은 하만과 함께 풍류에 잠겨 수산 성에 짙게 깔린 어두운 그림자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a.수산 성에 반포된 조서(에8:13-14)
b.수산 성(에8:15)
결론
유대인의 대적이 되어 마귀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하만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멸절시키고자 정면으로 하나님 나라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하만의 기세는 날로 강성해져 갔고, 왕의 도움까지도 보장받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하만의 계획을 가로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치밀했기에, 대성공을 거둘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계속해서 하만을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감히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품안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가로채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만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무덤을 향해 한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