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현관 천정에 물방울이 맺혔다. 간밤에 비가 많이 온 게 아니었는데 왜 그럴까? 그런데 바로 옆방에 물이 흥건하지 않은가? 천정에서 처마에 빗물 흐르듯 물이 흐르고 있었다. 책방으로 쓰던 터라 책들이 많이 젖었다.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고 대야에 물을 퍼담았다.
짚이는 바가 있어 옥상입구로 올라가봤다. 역시나 물바다다. 물이 수조처럼 조여 계단을 타고 흘러간 흔적이 있다. 수조처럼 고여 있으니 우리집 현관과 현관옆 방에 그 물이 그대로 스며간 것이다.
어제 저녁 무렵 옥상에 올라갔다가 내가 수도를 잘못 잠근 탓이다. 우리 빌라 옥상엔 화분농사를 짓는 분들이 계신데 공동으로 쓰는 호스가 있다. 그런데 그걸 말아놓은 곳이 좀 젖어 있어서 나는 수도를 잘못 잠가 그런 줄 알고 다시 돌려 잠갔다. 마침 호스에 물이 가득했는지 기포변화도 없어 물이 다 잠긴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였던 것이다. 물을 오히려 틀어놓았던 것이다. 물을 막 틀은 탓에 호스에 변화가 없었지만, 내가 내려간 뒤 호스옆의 균열로 물이 새나와 이렇게 물바다를 이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수도꼭지를 잠기며 평소와 다르게 잠갔다. 분명 내 스스로가 이상하게 잠그며 약간 이상함을 느꼈는데 나는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상하다.
어제 낮엔 이런 일이 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다, 그만 반찬 통 하나를 놓쳐 유리그릇을 깨먹었다. 불길한 느낌이 스쳤다. 그래 오늘 주의하자 생각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느낌이란 묘하다. 뭔가 나사가 풀린듯 실수를 연발하고 말았다. 꼭 일진에 그런게 있다는듯.
재미난 현상이다. 덕분에 책은 망가지고 천정도 걱정이 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꼼꼼히 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방심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다가도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다보면 문득 잘못이 터지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뭔가 느낌으로 이미 걸리는 게 있었는데, 이성이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역시 주의력 부족의 문제다. 느낌은 이성보다 빠르다. 추호도 걸림이 없어야 한다.
첫댓글 저도 그렇더군요..방심은 꼬리를 물더라구요~그나저나 책들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