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18.01.08 02:53
['주식회사 일본'의 부활] [中]
엔화환율·법인세 등 경쟁력 생겨
캐논도 10년 만에 日에 새 공장, 파이오니아는 태국서 공장 이전
외국기업들도 일본行 선택 늘어 中화웨이, 지바현에 R&D 센터
美반도체 마이크론도 투자 발표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작년 부터 그동안 해외 공장에서 대부분 생산했던 글로벌 모델 '캠리'를 연간 10만대씩 일본에서 제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인디애나주 후지중공업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던 물량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공장로 가져온 것이다. 도요타는 또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해외 출시용 고급차인 '렉서스 RX' 물량 1만대도 2015년 가을부터 후쿠오카현 미야타 공장으로 돌렸다. 닛산은 북미 지역에서 연간 10만대씩 생산했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의 생산 거점을 일본 규슈 공장으로 옮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글로벌 현지 생산에 치중했던 일본 회사들이 본국 공장으로 돌아오면서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 다시 탄력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에서 전방위로 확산되는 U턴
일본 기업들의 U턴은 전통적인 강세였던 자동차·전자 분야는 물론 카메라, 화장품, 오디오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해외 생산시설이 있는 일본 기업 834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11.8%가 지난 1년 내 해외 공장에서 만들던 제품 물량을 일본으로 이전했다고 답했다. 일본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해외에서는 줄고 있지만 일본 내 투자는 지난 2~3년 새 계속 증가하고 있다.
카메라 제조업체 캐논은 10년 만에 일본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내년 8월까지 230억엔(약 2162억원)을 투자하고, 15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작년 9월 일본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져 해외보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게 경쟁력이 생겼고 일본 내 일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1위 화장품업체 시세이도는 2020년 가동을 목표로 오사카에 최첨단 로봇이 일하는 기초화장품 생산 공장을 짓는다. 시세이도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것은 37년 만이다. 400억엔(약 3760억원)을 들여 축구장 10개 크기인 약 7만2000㎡(2만2000평) 규모로 건설한다. 화장품 기업인 고세도 지난해 약 60억엔을 투자해 군마현에 메이크업 제품 공장을 신설했고, 생활용품회사 라이온도 일본 공장을 증설해 칫솔 생산량을 늘렸다. 고바야시제약은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소염진통제와 액체반창고의 일본 내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이 밖에도 파이오니아는 내비게이션 생산 라인을 태국에서 일본 아오모리현으로 옮겼고, 다이킨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가정용 에어컨을 사가현 구사쓰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JVC켄우드도 오디오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에서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공장으로 이전했다.
◇되살아난 '메이드 인 재팬'…외국 기업들도 일본행 선택
일본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그만큼 공장을 운영하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저(円低) 유도 정책을 추진했고 2012년 30% 수준이던 법인세율을 올해 23.2%까지 낮추기로 했다. 2006년엔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제정됐던 '공장 재배치 촉진법'을 없애 수도권 공장 진입 규제까지 전면 폐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수도권 규제가 기업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역대 정부가 지역 반발을 우려해 손을 못 대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개혁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도 일본행(行)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는 작년 6월 중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시에 50억엔(약 470억원)을 들여 대형 통신장비 공장과 통신장비 연구·개발을 위한 R&D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 대기업 창청자동차도 재작년 일본에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연구 거점을 세웠고, 중국 휴대폰 제조사 ZTE는 사물인터넷 연구소를 도쿄에 지었다. 미국 기업 중에선 세계 3위 반도체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20억달러(약 2조1300억원)를 투자해 3년 내
차세대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금승 서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에 열심인데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한국의 투자 환경을 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돼 일자리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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