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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BC AWARD 연기대상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콩테의 고아준씨 축하드립니다.]
sbc연기대상, 전국민의 시선이 몰린 오전 12월 31일 12시,한참 뜸을 들이던 사회자의 호명에 메인카메라에 그 주인공 고아준의 모습이 잡혔다.
시원하고 남자답게 뻣은 이목구비와 달리 어딘지 모르게 여려보이는 눈빛연기로 온 연령을 아우르며 여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드라마 콩테의 주인공 김희태의 모습 그대로였다. 깔끔하게 올린 담갈색 머리 특별한 포인트 없는 수트까지, 그 모습이 유달리 수려하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화려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부족함 없이 빛나고 있었다.
[콩테의 고아준씨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마초남 김희태 역을 완벽하게 소화에내며 안방극장에 고아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 아준씨가 굉장히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3관왕이예요. 축하드립니다.]
사회자의 말대로 아준은 벌써 세 번째 트로피였다.사전인터넷 투표로 집계한 네티즌 인기상과 베스트커플상 ,그리고 3년차 배우에게는 단연 이례적인 최우수 연기상까지. 스물 일곱 배우가 오를 수 있는 최정상의 자리였다.
아준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 되자 네티즌 사전투표의 위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공개홀이 순식간에 환호로 후끈 달아올랐다. 아준은 아직도 스크린에 걸린 자신의 얼굴이 낯선 듯 한쪽 눈을 찡그리며 멋쩍게 웃었다. 그 어설픈 모습마져 사랑스러운 건지 팬들이 환호하며 아준의 이름을 불러댔다.
[저에게도 없었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네요. 여러분 고아준씨를 뜨거운 박수로 맞이 해 주시길 바랍니다.]
SBC 메인 MC 이준표의 능수능란한 말에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아준이 얼른 테이블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는 팬들과 배우들을 향해 허리숙여 인사했다. 동고동락했던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처음보는 배우들에게서도 축하인사가 쏟아졌다.
[축하해요.해낼 줄 알았어요 아준씨.한 턱 크게 쏴야겠네요.]
[우리아들.축하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드라마의 또 다른 주역 주소현과 극중 어머니역을 맡았던 자현이었다. 촬영도 하기 전 캐스팅미스라며 언론플레이를 당하는 것도 모자라 네티즌들끼리 찬반투표까지 해대는 통에 기가죽어 촬영초기 정착하지 못하고 멤돌던 아준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감사한 분들이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아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사합니다.어머니,고마워요 소현씨.]
[첫 시상식 때 울면 3년동안 작품 복이 없다 잖아. 좋은 날이니까 웃자 아준씨.응?]
[대체,그런 헛소문은 누가 퍼뜨린거라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얘.뭐,그래도 좋은 날 웃자는 건 난 찬성이야. 아들.]
수현이 손으로 입꼬리를 올리는 시늉을 하며 아준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현 역시 이렇게 하는거냐며 수현과 똑같은 포즈로 아준을 보며 웃었다. 사이좋은 모녀마냥 헤맑은 모습에 언제 눈시울을 붉혔냐는 듯 아준의 입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동안 내 욕 먹느라 욕봤다.]
사삭스러운 여배우들의 반해 퉁명스럽기 그지 없는 말투의 주인공은 아준의 반대편에서 연기대상내내 수상자들의 사진찍기 여념이 없던 장준허 감독이었다. 독불장군,독설제조기로 불리며 칭찬은 늘 모르쇠로 일관하던 콩테의 촬영감독.마귀라 불리우는 드라마 콩테의 메인보스.
촬영내내 유독 아준에게 독했고 더욱 까다로웠던 유일한 사람이었다.심지어는 장감독이 아준에게 내뱉었던 육두문자와 인격모독을 일렬로 나열한다면 연병장을 10바퀴돌고도 남을거라 우스게소리를 한 스태프가 있을 정도였다. 준허의 칭찬에도 아준은 아준다웠다.그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도리어 자신이 더 감사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짐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그 크기보다 정확히 열배 더 깐깐했던 장감독 밑에서, 그리고 그가 고른 탁월했던 작품에서 연기를 할 수 있던 것은 자신에게 있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장준허감독이기에 김희태는 누구보다 눈부신 남자일 수 있었고 사랑스러운 남자일 수 있었다. 그에게 받았던 큰 행운은, 자신을 영글게 했고 그의 모질었던 말들은 밑거름이 되어 결국엔 진귀한 열매를 맺게 했다. 그로인해 지금 자신이 존재한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아준이 존재했다.
아준이 다시한번 장감독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저 녀석은 진지해서 재미가 없어.]
그 모습에 쑥쓰러워진 장감독이 괜히 입을 삐죽였다. 수현이 그런 장감독의 어깨를 툭 치며 눈을 찡긋였다.
[감독님.언제는 진지한면이 예뻐죽겠다셨으면서요!]
[내가 언제!흠! 수현씨 또 생사람 잡지 말어.]
[매일 입에 달고 사셨잖아요. 이제 아준씨도 알 때가 됐죠.]
수현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아준 앞에서 아는 척을 해대자 장감독이 괜한 언성을 높였다.
[배우들은 이게 문제야. 모든 걸 진실인냥 말하는 거 말야.고아준 이런건 배우지마.알았어?]
[장감독님은 좀 더 솔직해 지실 필요가 있어요. 제가 드라마 끝나니까 까불며 이런 말도 드리네요.다음에도 저랑 작품 해 주실꺼죠?호호호. 맞다 아준씨 우리 포상휴가 얘기 들었어요?]
[포상휴가요?]
[못 들었구나. 어머어머,이거 혹시 아준씨 서프라이즈였…]
뒤 늦게 입을 막은 수현에 자현과 장감독의 얼굴이 굳었다. 어째 그리 눈치가 없냐며 자현이 수현을 허벅지를 꼬집었다. 단 한번 뿌려진 찬물로 싸해진 대부분의 표정과는 달리 아준은 이미 다른 생각에 빠져 미소 짖고 있었다. 이내 스태프의 재촉으로 서로 눈치만 보는 이들을 뒤로한 채 무대로 걸음을 바삐 옮겨야만 했다.
[중편부문 드라마 최우수상 고아준씨 수상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대를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정말 건물 밖 레드카펫은 비교도 안 되는 강렬한 스포트 라이트. 1년 중 배우들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자리, 그것도 그 최정상에 섰다. 어떤이에게는 시기의 대상이 되고 또 어떤이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자리,그 자리를 정확히 3년만에 설 수 있었다. 고아준이란 남자를 있게 한 연기. 너무도 평범했던 첫 약속처럼 이 자리에 꼭 서보이고 말겠다던 약속 역시 지켜지는 순간이었다.
아준이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정말,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아름다운 우리어머니 항상 사랑하구요. 김호경작가님,조명감도님,연출감독님,네. 정말 감사합니다.편집,음향,특효...아..죄송합니다. 드라마를 위해 밤 낮할 것 없이 함께 고군분투 해주신 A팀 B팀 모든 스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아 수현누나,어머님, 그리고 많은 분에 넘치는 사랑 주신 시청자여러분,팬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그리고. 감사드릴 분들이 많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직 미숙하고 겁이 많은 절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신 장준허감독님 정말 이자릴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정태형,김승석대표님,매니저 현태, 항상 감사드리구요. ]
반듯한 이미지에 겸손하기로 소문난 아준의, 아준다운 수상소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1번카메라에 아준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다.
[스타일리스트 주희, 유호실장님. 사랑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준은 이 화면을 보고 있을 그녀를 향해 유호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 * *
누군가 그랬다. 연극이 끝나고 난 무대 뒤는 지독히도 고독하다고. 지극히 초라하고 때로는 평범하다고. 하지만 아준은 자신은 달랐다. 언제나 무대 뒤 자신의 모습이 좋았다. 특히 무대를 마치고나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걸 알기에, 그 사람이 그녀임을 알기에 아준에게있어 무대 뒤는 늘 기대감의 연속이었다.
언제나 김희태이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시선과 달리 그 존재만으로 자신을 드라마의 주인공을 만들어 주는 그녀.유호,그녀가 있어좋았다.
[오늘, 아주 멋졌어 고아준.]
가볍게 묶은 머리에 쇠골이 살짝 드러나는 네이비 색 슬림드레스,하얀 얼굴과 대조되는 붉은 립스틱까지 어느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완벽한 모습이었다. 정작 본인은 그 모습이 어색한 듯 주춤거렸지만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다. 자신의 안목이 탁월했다며 우스게 소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여느때마냥 달아나 버릴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오지않겠다던 그녀의 집으로 보낸 드레스에 유호가 화를 내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한대로 오늘은 정말 자신의 날이 분명한가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녀가 자신 앞에서 이렇게 자신의 시선을 낯뜨거워할리 없을테니까.
[예뻐요.너무.]
[그,그런 말 들으려고 입은 거 아니야, 그러니 그만 좀 쳐다봐.]
[너무예뻐요.유호씨.]
유호가 아준의 말에 눈을 흘기며 목께를 어색하게 손으로 쓸었다. 생전 처음보는 유호의 모습에 아준은 아빠미소를 머금은 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바삐 제 눈에 담았다. 그 시선이 불편했는지 유호가 입모양으로 '왜'하고 물었다. 이에 아준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더 근사한 말을 해주고 싶은데, 예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요.미안.]
[누가,배우아니랄까봐 낯 간지럽긴.]
[안 오겠다던 유호씨 억지로라도 데려오길 정말 잘 한 것 같아. 그냥 난 유호씨랑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까.한 번쯤은 날 위해 유호씨를 욕심내보고 싶었어요.]
[네 말대로 한 번이야. 다신 이럴 일 없을거야.]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 잔인한 말엔 무뎌질만큼 무뎌졌다 여겼지만 언제 들어도 가슴 한켠이 무거웠다. 혹여나 또 도망치지않을까하는 두려움 반, 승산이 없음을 아는 두려움 반.정확히 하나가 된 마음으로 아준이 씁쓸하게 웃으며 화재를 돌렸다.
[내 수상소감, 들었어요?]
[아니.]
[…]
[그만 가자. 뒷풀이 늦겠어.]
아준히 급하게 자리를 뜨려는 그녀의 팔을 낚아 챘다. 놓아달라고 말하는 유호를 보자, 이왕 냈던 욕심 한 번 더 내고 싶어졌다. 딱 한번만,정말 딱 한번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욕심 내보고 싶어졌다. 어렵지 않은 그 말을 다시 한번 꺼내보고 싶어졌다.
[얼마든지 다시 해줄 수 있어요.]
[제발…그러지마.]
[나 똑봐로 봐요.]
[…]
[내 눈 봐요. 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유호가 힘겹게 아준을 올려다 봤다. 눈 앞에 남자는 눈에 띄게 애초로웠다. 자신을 보아달라며, 좀 알아달라며 뜨거운 눈이 일렁이며 말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여느때보다 두려워 뒷걸음질치며 팔을 빼내려 시도했지만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내가 당신을 사랑할 거라는 걸.]
[…이러지마.]
[못들었으면 몇 번이고 다시 말해줄 수 있어요.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이젠 어쩔 수 없어요.]
[…]
[사랑해요 유호씨. 사랑해요.]
아준이 팔을 당겨 유호의 붉은색 입술에 제 입술을 포겠다. 강하게 다가온 아준의 향기에 놀란 유호가 아준의 가슴팍을 밀쳐내려했지만 눈 앞에 선 남자의 모습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수가 없었다. 이미 아준은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지 않았기때문이었다. 그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입술을 맞대고선 괴로운 듯 두 눈을 감은 채 그냥 그렇게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라달라 그리 말하고 있었다. 자신도 어쩔 줄 모르겠는 이 마음을 보아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입술을 맞댄체 서 있기를 몇 초, 아준이 가만히 있던 유호를 떼어내곤 소맷자락으로 입술을 쓸었다.
[한번 더 입을 맞추고 나면,난 내 멋대로 생각할거예요.]
[…]
[두려우면 도망쳐요.]
아준이 떨리는 마음으로 유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붉게 상기 된 표정의 유호를,자신이 알지 못했던 그 모습을 다시 한 번 두 눈에 가득 담았다. 제 품안에 드러운 여자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도망이라도 쳐버린다면 자신이 정말 견딜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견딜 수 없을 게 분명했다.분명.
아준이 웃으며 유호의 입술을 엄지로 쓸었다.
[방금 그 말은, 취소.]
장난인 듯 진담인 그 말을 내 뱉고는 뜨거운 입술을 유호의 입술을 포겠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