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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3. 07. 12(수) 저녁 7시
장소: 온라인 줌
참석: 김성애 외 15명
진행: 화숙(페미니스트 작가)
내용: 영화 <오마주> 보고 토론하기
(*토론은 평어로 진행)
<오마주>
(신수원 감독, 한국, 2022년 개봉)
1. 오마주(Hommage)란 '존경'(프)이란 뜻으로, 특정 인물의 작품에서 대사나 장면을 차용해서 존경을 표
하는 예술행위를 뜻한다. 영화 감독 지완이 60년대 영화와 영화인들을 알아가는 이야기 <오마주>는 여성
로드무비이자 신수원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오마주>를 볼까 말까 망설이는 친구에게 영화를 추천한다
면? 별점(5점)과 함께 세 문장 이내 임팩트로 강추/비추해보자.
◯1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기민하고 섬세하게 담아온 여성 영화인들이 돌풍을 일으킨 한 해였다. 신수원 감독이 영화
‘오마주’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제20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 ‘대종상영화제’의 신설 부문 ‘대종이 주목
한 시선상’,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선정 올해의 벡델리안(감독 부문) 등을
휩쓸었다. 1960년대 한국 1세대 여성 영화감독과 오늘날 여성 영화인을 잇는 영화다.-여성신문 2022. 12. 23.
◯2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전복적인 분위기로 유머와 페이소스(Pathos, 연민)를 엮는다.”-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
◯3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OSEN
◯4 “꿈꾸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스타뉴스
-성애: 친구에게 ’무엇이 변했는지 직접 확인해 봐라‘며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여성의 삶이 60년대와 지금 무엇이 변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영화다. 점수 4. 5점. 감점 이유는 재미 위트에서 약간 빠진다. 아들이 재미있는 영화 만들라는 대사를 이야기할 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문성: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성이 주인공이고 영화 속에서 여성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여성 이야기로 추천하고 싶다. 별점은 4. 감점 이유는 요즘 일반적 영화처럼 스펙타클 하지않고 재미 면에서는 덜한 측면이 있어서다.
성혜: <당시 여성의 삶과 목소리 들을 수 있는지? 지금은 당시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이 되니? 궁금하면 이영화를 봐>라고 권할 것이다. 영화가 의미는 있는데 그다지 재밌거나 한방 없어서 4점.
심박: 5점. 템포 느린 영화 못따라 간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여러 생각이 많이 들게 했다. 감독도 그 시절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며 감정 이입도 되고. 옥희가 마지막 전축 틀며 춤추는 등 울컥한 장면도 몇 개 있었다. 여러 가지 요소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며 담담하게 잘 만든 것 같아서. 그러나 감상은 슬프다.
숙경: 4점. 힘들게 살아가는 영화감독으로 앞선 시대 선구자 감독을 보면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는 좋은 영화였는데 클라이막스가 약간 부족해 젊은이들은 잘 안 볼 듯해서 감점.
창아: 촘촘한 미스테리는 굿. 특정적이지 않은 인물은 so-so. 끝까지 꿈꾸는 주인공의 자세는 볼만하다. 특징적인 인물이 없고 주인공조차 밋밋한 느낌이 들어 4점.
우공: 인물들 연기 좋았다. 이정은 연기는 찰지고 모든 인물들 자연스럽게 잘 녹아 좋았다. 이 영화는 척박한 시절을 살다가 간 여성 모델을 찾게 될 때 보면 좋은 영화다. 박남옥이나 홍은원 감독 등 이런 여자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궁금점도 생겨서 자꾸 찾아보게 해주기에 강추한다. 별점은 4.5. 뭔가 정리되어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약간 감점.
은영: 여성에 대한 사회적 검열을 보면서 지금을 사는 여성들에겐 일어나지 않는 일일까? 라고 생각했다. 검열을 무시하며 살 수 없는 사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스피디하게 흘러가지 않고 약간 지루해서 점수는 3.8.
2. 지완은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는 10년 차 영화감독이다. <유령인간>도 실패하고 시나리오 쓰기도 무서
워지는데 사무실은 빼야 한다. 아르바이트 건으로 만난 준영은 60년대를 “여자가 영화하기 힘든 시절이었
다”라고 말한다. 그럼 지금은? 인상적인 인물/대사/미장센을 예로 들며 ‘지완이 영화하기 힘든’ 시대를 공
감/비공감 해보자. ‘여자가 영화하기/예술하기/꿈꾸기/활동하기 힘든’ 내 삶의 경험을 나눠도 좋겠다.
상우: 그래, 쥐꼬리만큼이니까, 니가 벌어 써보라고. 야, 나 몇 년 있으면 퇴직이야, 이제 어떡할 거야? 야, 보람이 한 달에 얼마 들
어가는지 알아? 보람이 등록금이 얼만 줄 알아? 됐다 됐어, 밥이나 줘. (옷걸이에 걸린 상우 옷을 바닥에 패대기 치는 지완)
뭐하냐?
지완: 별거! / 상우: 밥 줘!
지완: 아빠랑 오늘부터 별거하려고. 이제부터 엄마 가사노동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우리집이 게스트하우스라 생각하고
빨래랑 청소 각자 알아서 하는 거.
보람: 아 그럴거면 나 차라리 군대나 갈래. 군대가면 밥이나 꼬박꼬박 주지.
보람: 엄마! 엄마, 영화 하지마! 아빠가 뭐라는 줄 알아? 꿈꾸는 여자랑 살면 외로워진대. 엄마는 엄마 꿈만 중요하지?
보람: 국문과 나와봐야 취업도 안 되는데, 그냥 시나 쓰면서 엄마한테 빨대 꽂고 살래. / 지완: 미쳤어 쟤가.
보람: 왜? 엄마도 아빠한테 빨대 꽂고 살잖아.
옥희: 자넨 끝까지 살아남아.
홍재원 감독의 편지: 옥희야. 나는 지금 너무 힘들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네가 생각나서
편지를 띄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아니 영화가 뭔지 점점 모르겠어.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나는 환갑이 지나도 영화를 찍을
거라고. 그런데 환갑은커녕 50도 못 돼서 나에게는 한 뼘의 공간도 없어진 현장이 되었어. 홍일점 여감독. 빛 좋은 개살구. (중략) 쥐뿔도
없으면서 기분에 죽고 기분에 살자는 배짱. 참, 또 있지. 세상 일이 꿈이나 열정이나 인내심만 가지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깨달음.
문성: 나는 여성감독 박남옥이 애기를 업고 있는 사진이 강한 인상을 줬다. 그 시절 힘들게 영화를 했다는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면에서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영화계에도 유명한 여성 감독 많아졌고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여성들의 지위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성혜: 지완이 남편과 바뀌어도 상황은 비슷했겠지만 여성의 상황이 안 변했다고 생각한 지점은 시어머니 통화와 냉장고 청소이야기 장면이다. 남편의 ’울 엄마가 아들 사는 꼴을 밨어야지‘ 라고 말하는 장면 등에서는 우리 사회의 인식체계가 안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이 예술하기 힘든 것은 전반적으로 남성 여성 모두 힘들지만 여성이기에 더 힘든 부분이 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은 것 같다....(중략)
성애: 그 시절엔 여자가 담배 피던 부분은 필름이 잘려야 했을 만큼 억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여성의 삶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현재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편집기사 옥희가 ’끝까지 살아남아‘라고 이야기한 부분 인상적이다. 당시 홍은원 감독도 영화 세 편 밖에 못하고 중단했고 지금 지완도 세 편 하고 중단해야 하는 위기 상황인데 60~70년대나 지금이나 뭐가 좋아졌다는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 ) 우리는 여전히 가부장제 틀 속에 있다. 조금 느슨해졌다고 해서 평등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문성: 지금 비혼이 40~50% 정도 된다고 뉴스에 나오더라. 젊은 애들은 결혼 안 하고 애기도 안 낳는다. 여성의 삶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이런 선택들의 결과 결국엔 권익을 주장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니깐 젊은 여성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시절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애: 그러게. 요즘 청년들 왜 결혼을 안할까. 결혼 안하고도 각자 행복하면 되는 것이지만 저출생이 심해지는게 문제라면 가부장적 억압을 없애면 애도 낳을 것이라고 본다. 가부장제를 안 놓으니깐 청년들이 결혼제도 속으로 안 들어 가는 것이다.
심박: 슬픈 장면 여러 군데인데 하나를 뽑는다면, 아들 보람이 설거지 때문에 아버지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있는 장면인데 “ 아빠가 꿈꾸는 여자랑 사는 건 외롭대”라고 아들이 말한다. 자기 엄마는 인생을 걸고 영화를 하는데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고 지완이 하는 일을 알바 정도로 생각하며 자기들이 불편하니 그만두라고 말하는 권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된다. 늘 밥 달라고 말하는 아들과 남편. 두 세트가 여자를 그렇게 바라보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지완은 하혈로 쓰러지면서도 다 받아준다. 보수적인 판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슬프다.
은영: 지완이가 차에서 자살한 여성을 보면서 옆집 여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안심하면서 새롭게 옆집 이웃과 소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웃의 생존과 세상과도 관심갖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지완의 미래는 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경: 창작은 성공했을 때 돈을 버는 것이다 보니 예술하는 건 남자나 여자나 다 마찬가지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만 남자도 힘든데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은 성공해서 돈 벌기가 더 힘들고 더 무시받는 것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보람이 밥 차려 달라고 할 때 차려 주지 말고 알아서 밥 챙겨 먹으라고 말했어야 한다.
우공: 나는 남자나 여자나 예술하는 사람은 다 어렵고 부부 어느 쪽이든 돈 못 벌고 쪼들리면 구박 같은 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보다는 예술하는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둘 다 꿈을 쫓는 직업 세계 인데 유독 여자의 꿈에 대해서는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대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성애: 20만 관객 벽을 넘기 위해 200미터 수영장 트랙을 가는 장면이 있다. 수영하면서 20만을 안 넘으면 죽을 것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완은 평소 집에서 늘 무기력하고 아픈 것에도 무신경한 것으로 봐서 절반 이상 죽음이 내재해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옆집 여자와 60년대 홍감독을 만나면서 감독과 동질감을 느끼고 치유되고 또 607호 여자가 살아오는 것을 보고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갈 의지를 갖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화숙: 지완이 영화하기 힘든 시절을 공감 또는 비공감해보면서 이 시대가 여성을 그렇게 만들게 하는 환경을 좀 찾아보자.
창아: 지완이 무기력해 보였다. 60년대 여판사를 재생하는 것도 출발은 지완의 의지는 아니었다. 작업하면서 각성 되고. 마지막엔 의지를 보여 토닥여주고 싶긴 하지만 아들과 남편에게 그런 식으로밖에 말을 못 듣는 장면 화나고 아들과 남편이 너무 무례해서 기분 나빴다. (빨대 꽂을 거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하고). 지완은 두 남자를 각성시키지 못하고 자신도 각성 못한 무기력 상태이고 영화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 이 길밖에 없어서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답답함이 있었다.
성애: 영화 세편이나 망해 먹은 상태라 주인공은 마지막 힘을 쏟아붓고 20만에 목숨을 걸었지만 완전 다운되고 무기력해졌다.
-화숙: 자기가 꿈꾸는 이야기도 곁들어 보자. 이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나의 꿈꾸기를 힘들게하는 부분이 있다면?
성애: 꿈은 아니지만 요즘 새벽 책읽기 온라인 모임을 하고 있는데 몇 주 하다가 포기할 줄 알았는데 계속하니까 남편이 자기 수면에 방해되고 힘들다며 그만두라고 했다. 자기에게 맞춰달라고 요구하니 오히려 오기가 생겨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나를 깨워주고 있지만 돈 안 버는 주부에게 자신에게 맞추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보면서 내가 아직도 주도적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덕: 멋있기만 한 꿈은 없는 것 같다. 꿈은 애환이 있다. 나는 성애 남편처럼 돈 벌어오는 걸로 시위하고 싶기도 하고(웃음). 꿈은 멋있지만, 멋있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3. 영화가 호명하는 앞서간 몇몇 ‘최초 여성’을 주목하자. 인상적인 한 명을 택해 나만의 방식으로 ‘오마주’하고
더 이야기해 보자(종이와 필기구 준비/그림, 어록, 떠오르는 이미지, 단어, 시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개하기).
◯1 영화감독 박남옥(1923년 ~ 2017) ◯2 두 번째 영화감독 홍은원(1922~1999) ◯3 여판사 황윤석(1929∼1961)
◯4 편집 기사 이옥희 ◯5 노벨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ława Anna Szymborska(1923~2012)
창아: <용기. 대범. 황윤석> 황윤석은 서울대 들어가 1호 판사가 된 여성이다. 거기까지 맘 먹기가 그 시절엔 쉽게 낼 수 없는 용기다. 특히 여러 직업 중에서도 수장인 판사를 한 대범함 때문에 오마주 대상으로 선정했다.
우공: <이고지고, 해바라기.> 박남옥은 머리에 스텝들의 밥을 이고 날랐고 아이를 업고(지고) 일했다. 그야말로 태양의 생명력을 가진 해바라기 같아서 해바라기를 그렸다.
심박: 박남옥은 <미망인>을 이 시대의 반박으로 만든 것 같다. 그 포스터가 넘 멋졌다. 담배를 물고 있는 박남옥이 멋있어 담배를 피우는 감독을 그려 보았다.(중략)
성혜: 최초라는 벽을 넘는 박남옥. (최초라는 건 힘든 것). 그의 도전에 힘을 받는다.
숙경: 얼마전 경기도 미술관에서 만난 나혜석이 문득 생각났다.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그 시대 뛰어난 화가, 작가로서 대단한 여성이라 생각되고 이 여성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마주한다.
은영: 황윤석으로 3행시 지었다. 나도 황윤석 기사 찾아봤는데 남편보다 잘난 여자에 대한 시기가 심했을 것 같아 황윤석의 죽음을 심박처럼 타살에 심증을 두고 있다, 안타까움에 3행시로 오마주한다.
황: 황망하게 가버린 최초의 여판사 윤: 윤석이의 죽음은 석: 썩을 놈의 세상 탓이야.
성애: 여판사를 유튜브로 봤다. 영화 장면 중 여판사가 시험을 그만두려는 후배에게 하는 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포기해선 안된다. 우리가 보여줘야한다.”라고 말한 장면을 적어보았다. ‘
화숙: 담배 피우는 그림을 그렸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통념과 금기, 율법을 깨뜨리는 것은 어렵다. 그 당시 담배 피우는 것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니깐.
4. <여판사> 편집 영상을 같이 보며 옥희 언니가 “자넨 끝까지 살아남아”라고 할 때 카메라는 지완의 촉
촉해진 눈을 비춘다. 그날 밤 아파트 주차장에서 지완은 모자 쓴 여자 그림자를 또 만난다. 죽은 줄 알았
던 607호 여자가 살아있음을 보고 지완은 문 앞까지 따라가 “고마워요” 인사하고 이웃은 미소로 화답한
다.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보았나? 지완에게 일어난/일어날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 좋겠다.
영상기사: 영화 제목이 <여판사>라고?지완: 아, 예.
기사: 내가 여기서 40년 동안 일했는데 그런 제목을 못 봤어.지완: 여기서 분명히 상영했었다고 그러던데요.
지완: 근데 왜 이게 장면이 없어졌던 걸까요?
옥희: 검열에 걸렸겠지. 거기 여자가 담배 피우고 있잖아
| 내가 잠든 사이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폴란드, 1923~2012) 뭔가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다, 어딘가에 숨겨 놓았거나 잃어버린 뭔가를, 침대 밑에서, 계단 아래에서 오래된 주소에서. 무의미한 것들, 터무니없는 것들로 가득 찬 장롱 속을, 상자 속을, 서랍 속을 샅샅이 뒤졌다. 여행 가방 속에서 끄집어냈다, 내가 선택했던 시간들과 여행들을. 주머니를 털어 비워냈다, 시들어 말라버린 편지들과 내게 발송된 것이 아닌 나뭇잎들을. 숨을 헐떡이며 뛰어다녔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들, 불안과 안도 사이를. (후략) -시집 《충분하다》 (문학과지성사, 2016) |
숙경: 나도 지완이가 무기력하게 생각되었다. 적극성도 부족하고. 그러나 여판사 따라가면서 용기가 생기고 이웃과도 소통하고 수영도 잘하게 되고 하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잘 이겨나갈 것이라 본다.
문성: 예술가들은 초창기 어려움 겪지만 그것이 발판이 되어 성공하는 스토리가 많다. 지완이 실패를 겪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얻어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창아: 옥희가 끝까지 살아남으라고 말한 것과 옆집 여자가 살아있었던 것이 다 희망적이라는 표현이다. 옆집 여자가 왜 더 젊은 여자로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완의 10년전 모습 아닐까 생각했다. 표정도 밝았다. 10년전 자기랑 조우한 느낌이지 않을까? 10년전의 초심을 마주한 듯한 상징적 장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완은 당분간 더 희망을 갖고 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성애: 처음과 마지막의 그림자 여자의 모습이 달라진다. 검열로 없어진 필름 찾았다. 담배 피우는 것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으로 보고 검열한 것이라면 마지막 그림자의 담배 피우는 장면은 제약을 깰 수 있고 끝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봤다. 마지막 그림자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덕: 지완에게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어깨 두드려 주고 싶다. 안 죽고 살아서 구질구질한 아들과 남편 잘 끌고 잘 살아왔다고. 그렇게 격려하고 나 자신도 격려하고 싶다.
성혜: 강간을 다른 다큐나 드라마에서 ’살아만 있어줘. 살아있어 고맙다‘ 어떻게든 버텨줘. 라는 말과 메시지를 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느낌이었다. 지완이 살아남아 증명해줄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잘린 필름을 찾았듯이 묻혀버린 것을 찾아내고 증명하고 삶에 균열을 내는 것. 그런 존재로서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큰 영화관에서 집중해서 봤으면, 감정선을 따라가며 봤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심박: 첫 번째 사진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옥희랑 만나는 장면. 신수원감독과 여자 주인공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기자가 여자 주인공에게 ’신수원감독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라고 질문하는데 ‘필름을 집요하게 찾아내는 장면을 보면서 감독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꿈이란 것이 뭘까? 하는 생각 많이 했다. 나였으면 가성비 없는 삶을 진즉에 포기했을 것 같은데. 과연 꿈이 뭔지? 이 영화는 꿈을 꾸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오마주이다( 제목도 참 멋지다). 여성이어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세대에게 바치는 오마주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수원 감독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여자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는 메시지를 줬던 고마운 영화다.
은영: 지원이의 일상이 너무 답답해서 처음엔 영화가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다. 지완이 하혈하는 장면은 현재를 사는 모습으로 여러 가지가 곪아 터져서 하혈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처는 치유하면 좋아지는 것이어서 그 장면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이미지로 나에게 들어왔다. 현재의 삶은 하혈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지유하고 희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5. 해소되지 않은 장면이나 대사, 토론 중 떠오른 질문이 있다면 함께 나눠 보자.
■ <오마주> 영화 토론에 참여한 소감으로 마무리하자.
성애: 애기 낳을 일 없으니 자궁적출 하자고 의사가 이야기할 때 남자도 문제 있으면 성기를 잘라내자고 하냐며 남편에게 묻는 장면을 보면 감독은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 궁금한 점 은 여판사에 출연했던 배우를 찾아 요양원으로 갔을 때. 할아버지가 데려가 달라는 장면이 잘 이해가 안 됐다. 무슨 의미인지?
-심박: 이기적인 남자로 봤다. 찾아온 사람에게 궁금해하는 건 대답도 안하고 자기 나갈 궁리만 하는게.
-성혜: 나이든 어른 남자는 그다지 소통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생략)
-성애: 지완이 그림자를 본다는 건 죽음과 가까이 있고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봤다. 할아버지 눈에는 저승사자로 보여 나를 저세상으로 데려가 달라는 것 으로 보던데 일리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해석은 젊은 시절 잘 나가던 그 시절로 데려가 달라는 이야기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공: 마지막 틀어주는 영화 장면은 어디서 온 필름인가? 바닷가를 걷는 장면.
-화숙: 정황상 홍은원 감독 기록 영상인 것 같다. 오마주 측면에서 가져온 것이 아닐까?
-성애: 여판사가 검열에서 잘렸던 장면을 가져와 넣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창아. 심박도 )
-마무리
우공: 새로운 관점의 발견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좋았다. 옥희만 봐도 여성의 삶이 녹록하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선구자적 삶을 산 여자들 많지만 다 죽고 기록에서도 사라졌다. 그런 여성들을 오마주란 작품을 통해 불러오는 영화인 것 같다. 그림자가 지완에게 온 이유가 있다. 지완은 그들을 불러내고 그들은 지완에게 영감을 주고. 너는 살아 내 삶을 증명하고 계속 이어져감을 보여주는 영화인듯하다.
성혜: 별점 + 0.5. ‘데려가 줘’ 의미가 달라진 점. 지완이 무기력한 것이 축축 처지는 느낌이었는데 하혈하면서도 필름 찾아내고 살아 내면서 존재 증명이니까 그런 것을 다 묶어주는 의미가 더해져 점수가 조금 후해졌다.
심박: 이런 영화 만든 신수원감독에게 감사하다. 무기력이 흐르고 느렸지만 욕할 수 없었다. 나한테 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옥희가 전축을 틀며 춤추는 것에 감명 깊었고 혼자 살아가는 모습의 아름다운 컷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장면을 잘 짠 것 같아 이 영화가 좋았다.
문성: 여성 영화감독 자신의 이야기도 들어있는 것 같다. 요즘 영화가 블록버스터가 많은데, 음식으로 치면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어져 있다가 이런 영화를 보니깐 영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느끼게 해 줘서 굉장히 좋았다. 건강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성애: 옥희랑 빨래 걷을 때 여성에 대한 공감은 여성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완이라는 이름도 ‘완성에 이르는 길’ 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를 살리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이었다. 여성연대, 공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마지막 빈 상영관을 보며 지완의 꿈이 계속 된다고 보여졌다. 나도 여성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창아: 별점 4.3으로 상향한다. 여판사 이야기로 영화를 구성한 점이 좋았다. 재밌는 영화 만들라는 아들의 이야기가 신수원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소재도 신선하고 밀도 있는 영화 구성도 좋았는데 영화가 긴장 이완 등의 영화적 재미가 덜해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자꾸 생각났다.
하덕: 느려 터진 걸 예전에 잘 못 봤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느릿하게 가는 게 참 좋았다. 옛날 다방 같은 느낌의 영화라 좋다. 지완이 잘 살아왔고 잘 살 것 같고. 지완을 통해 위로되고 격려되는 영화였다.
숙경: 블록버스터 영화에 익숙해 있는 내게도 너무 잔잔한 영화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집중되고 좋았던 것 같다.
화숙: 이 시간 함께해서 좋았고 다양한 목소리 들려주서 좋았다. 앞선 세대와 지완, 그리고 지완과 젊은 세대간으로 죽 이어지는 것도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