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9년 12월 11일 수요일
센터의 초인종을 누르니 "승"이가 반갑게 인사하며 문을 열어준다.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재빠르게 수업 준비를 한다.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던 "빈"이 목발로 다리를 디디며 다가와 묻지도 않은 다리의 경과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이제 2주 후면 깁스를 풀게 된다고 좋아한다. 덩치는 강호동같은 녀석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이들은 이번 주 북콘서의 책 "구도자의 마음으로"를 읽고 감상문을 썼다. 책을 다 읽었냐고 물으니 다들 대답을 안한다. 다는 읽지 못했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챕터는 읽었단다. 감상문을 발표하기 전에 "구도자"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허를 찔린 표정으로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까불이 "준"이가 알 것 같다고 손을 든다. 구도자는 착한 사람이란다. 역시 용감한 녀석이다. 구도자는 길을 찾는 사람, 삶의 길을 고민하면서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니 그제서야 알겠다는 표정이다.
이 책의 강지원 변호사님은 구도자 중의 한사람이다. 삶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신만 보지 않고, 함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도와주었고, 저절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누구나 구도자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구도자가 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구도자냐고 물으니 잘 모르겠단다.
"석"이가 감상문을 발표하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녀석은 배꼈다. 그냥 배낀 것이 아니라 책의 서두를 그냥 그대로 썼다. "성"이가 발표를 하는데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책의 아무 페이지나 그대로 쓴 것이다. 항상 글에 대해 칭찬만 해줄려고 노력을 했는데, 결국 두 녀석을 야단쳤다. 배껴도 좋다. 그러나 그것도 기술과 성의가 필요하다. 개연성없이 그대로 책을 받아쓰기는 정말 성의없는 글이라고 하니 얼굴을 붉힌다.
"준"이는 자신은 안 배꼈다고 큰 소리 친다. 그러나 책의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는 "생명의 전화" 유래에 대해 한 장을 썼다. 왜 이걸 셨냐고 물으니 당황해 한다. 책에 생명의 전화에 대해서 나오길래 그냥 썼단다. 뒷목이 땡긴다. "빈"과 "준"이는 알라딘 책 소개글을 그대로 썼다. 내가 모르는 줄 알다가 내 눈빛을 보더니 사실 검색했다고 자백했다.
유일하게 "승"이만 자신의 글을 썼다. 이 녀석은 글에 소질이 있다. 그러나 편차가 너무 심하다. 쓰고 싶을 때는 잘 쓰는데, 아닌 날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주는 정성껏 잘 써왔다. 이 녀석도 다음 북콘서트에서 글쓰기 상도 받게 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도 구도자가 되고 싶니?" 되고 싶단다. 그럴려면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만 바라보고 살면 결코 구도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도자가 되려다가 결국 자신만 바라보는 삶을 살지만, 강지원 변호사와 친구들과 같은 분들도 있다고 했다. 너희들도 구도자가 될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인터넷을 배끼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분명히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머리가 아프게 생각할 것이다. 그 고민이 더 깊어져 진정한 삶의 길을 찾게 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구도자의 길에서 동지로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