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조우하다 / 22기 김경수
길고 지루했던 여름과 습했던 장마가 끝나가고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고 있다.
낮에는 깊고 푸르른 하늘, 노랗고 빨간 형형색색의 단풍들, 밤에는 반짝이는 별들과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달,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소리가 어우려서 아름다운 계절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땅, 하늘, 물, 숲 어느 곳 하나 계절의 변화에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는 듯하다. 성큼 다가온 가을의 모습앞에서 평소 자연의 존재를 잊고 지내던 무뎌진 나를 발견하게도 된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며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 19:1).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때마다 그 옛날 다윗이 하늘을 바라보며 창조주 하나님의 권능과 영광을 찬양하던 모습을 상상하게도 되며, 나도 어떻게 하면 척박한 광야 같은 인생을 살았던 다윗처럼 순전하게 고백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나에겐 이 맘 때가 되면 떠오르는 시, 음악, 기도가 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하소서…’ 다형 김현승 님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시이다. 이 시를 반복해서 읽고 있으면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른다. 난 그 시절에 수줍음이 많았고, 나를 표현하는데 많이 서툴렀었다. 시험을 앞두곤 걱정하느라 시험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었고, 문제가 있으면 모두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 내가 조금 바꾸면 되는 것이라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었다... 이것이 나의 사춘기 가을이었다.
마흔 초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그 시를 다시 꺼내 읽으니 질문이 생긴다. 꽉찬 일정을 소화하고 달려온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앞으로 나의 삶을 통해 어떤 무엇을 남기고 싶은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5년전부터 가을만 되면 애청하고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10월의 어느 멋진날에”...이다. 원곡은 노르웨이의 시크릿 가든이 연주한 ‘Serenade to Spring’이다. 원곡에 노르웨이 가수가 곡을 붙였고, 영어로 다시 번역되어 세계인들에게 불리게 되었다. 이것을 바리톤 김동규 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지금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노래를 통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김동규 님은 참으로 멋지다.
마지막으로 기도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도는 내가 원하는 기도제목을 갖고 하나님앞에 나아가서 아이처럼 떼쓰는 그런 기도는 아니다. 내게 없는 것이 채워지기를 바라며 하나님을 가르치는 기도가 아니길 바란다.
대신, 내 삶에 가까이 있는 가정, 가정교회, 일터, 주어진 사람들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고, 되새기고, 내다보며, 함께 퍼즐을 완성할 그림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세상의 주인이며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마음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고, 친밀함을 누리며, 그분의 거룩에 이르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위해, 내 삶의 주군이신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에 천착하고자 한다.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변화된 신분, 정체성, 비전을 내면으로 경험하는 기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아시오며
나라가 임하오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첫댓글 이정도 감성의 소유자이실 줄이야~앞으로 포텐터지는 글 부탁드려요~^^
가을 영화같은 제목이 좋고, 가을 감성을 물씬 담은 내용이 수푸리모 커피처럼 향기롭습니다.
요섭님. 영민님의 응원에 힘을 받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김현승 님의 시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일상이 기도로 드려지기를 소망하는, 삶으로 더 가까이 그분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시를 쓰시는 것 같았어요 목소리도 그렇고 커피 내리시는 모습도 그렇고 호호 음유시인의 feel로 지난 모임을 리드하시지 않았나 싶네요:-D
'가을의 기도'라고 할까요.. 참으로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