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애들 데리고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은 김장하러 나가셔서
종일 못오십니다.
애들 점심 먹일 것과
제가 먹을 것을
포장해 옵니다.
꽉꽉 눌러 담겨 있습니다.
애들 먹이기 전에
저 먼저 먹겠습니다.
작은 소주잔 뿐이라서
찻잔에 따라 봅니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입니다.
양건더기가 복슬복슬 쫄깃합니다.
선지가 톡톡 터지며
뜨끈뜨끈 고소합니다.
평소 먹던 소주잔보다
찻잔이 큽니다.
평소처럼 원샷하는데
취기가 더 오릅니다.
같은 한병인데 효율적입니다.
편의점에서 1,800원 주고 산 건데
제값 하는 것 같습니다.
찻잔 하나 슬쩍해서
집에 가져갈까
고민해 봅니다.
뒷베란다에 가보니
초란이 보입니다.
작고 귀여운 초란입니다.
솜털 보송 초란입니다.
아까 만난
편의점 그녀가 생각납니다.
달걀형 귀여운 얼굴에
눈이 큽니다.
맑고 하얀 피부였는데
솜털은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평소 1,450원 소주를
순순히 1,800원에 사기로 합니다.
거스름돈 200원과
그녀의 체온을 건네주었고
지금은 품속에
저의 체온과 섞여 있습니다.
뒤섞인 체온을 돌려주러
한번 더 가고 싶습니다.
입가심 아이스크림 구실로
한번 더 보고 싶습니다.
뙇!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없으면 출동하겠다 다짐했는데
아쉽습니다.
첫입은 빼앗깁니다.
저의 뜨거운 열정이
비비빅에 식어버립니다.
애들 밥이나
차려주겠습니다.
..
양평특해장국 10,000원
공기밥 1,000원
소주 1,800원
카페 게시글
RECORD
양평해장국
record
추천 0
조회 47
19.11.25 14:47
댓글 0
다음검색